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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큰'이란 접두사가 유행하는 사회에 대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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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6건 조회 3,501회 작성일 11-01-2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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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수요일 중간고사를 앞두고 공부를 하던 중, 피곤함을 느껴 인터넷에 접속해 이런저런 기사를 읽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어떤 신문에 '탤런트 연평도 주민 위해 통근 기부 1억원'이라는 기사를 봤습니다. 통큰... 좋죠. 뭔가 여기 말로는 제너러스한, 그러니까 마음이 넓고 씀씀이가 시원한 것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저는 이게 도대체 올바른 말글살이인가 싶었습니다.

통큰... 이란 것이 이미 한국사회에서 어떤 '특별한 접두사'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할 터인데, 이것은 물론 전에 논란이 일었던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에서 유래되어 지금 이렇게 사회 전반에서 '널리 쓰이는' 단어가 돼 버린 듯 합니다.

사회에서 어떤 단어가 널리 쓰일 때는,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가 반영되어 나옵니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미국 안에서도 특정한 계층 안에서 특히 널리 쓰이는 단어들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회 전반에서 이렇게 짧은 기간에 널리 쓰이게 된 단어들이 무엇인가를 살펴보면, 대략 그 사회의 모습이 그려지게 마련입니다. 궁금해서 '통큰'을 검색창에 넣고 구글링을 해 봤습니다. 재미있더군요. 통큰 종합건설, 통큰 어린이집, 001 통큰 요금제, 통큰아이, 심지어는 '통큰 쾌락치한'까지, '통큰'은 사회 전반에 매우 '통큰 족적'을 남기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통큰'것이 환영받는 사회. 그리고 통큰 것이 그리운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인 모양입니다. 논란의 대상이 됐던 '통큰 치킨'은 결국 롯데마트 측의 자진 철회로 막을 내렸지만, 그것은 아주 뛰어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임과 동시에 롯데가 이런 마케팅에 있어서 꽤 뛰어난 회사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기 전, 인기리에 인구에 회자되었던 단어 하나가 '따봉'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브라질 말로 '좋다'는 것을 뜻하는 이 단어가 얼마나 사람들 사이에 널리 쓰였는가는 아마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거의 누구나 기억할 것입니다.

 

'통이 크다'는 것은 누군가가 '그 부담을 다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통 큰 사람이나 기업이 환영받는 것은 당연합니다. 남들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 사회에 베풀 줄 아는 기업들이 통 크게 쓸 줄 아는 그런 사회는 건강합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이유는 그 '통큰 부분'들이 사실은 남의 희생을 알게 모르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통큰 치킨'이 영세업자들의 생존권 포기를 강요했듯 말입니다. 현 정권의 통큰 4대강 사업이나 스폰서 검찰에 대한 통큰 사면도 그냥 통크게 봐주는 게 맞는 건 아니겠지요.

 

사실 언론들이 이런 세태에 편승하는 것조차, 어쩌면 그들의 '통큰 행각'들을 그대로 정당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눈에 띄었던 그 기사도 굳이 제목을 '통큰 기부'라고 해야 했을까 싶습니다. 그냥 '아름다운 선행'정도로 뽑았다면 어떨까 싶었는데.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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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의 난님의 댓글

가축의 난 작성일

도올선생님이 하신 말씀중에 한국인은 유행의 전파속도가 아주 빠르다고..
한국에 창궐한 십자가가 그 예중에 하나가 아니겠습니까?
한국인이 언제 그리스도를 알았다고...
나라를 지켜준 이순신장군 보다 더 예수가 한민족에게 구원을 가져다준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맹신하는 ...상식이 통하지않는 이상한 엘리스의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위에 따봉을 언급하셨네요
지금도 한국의 맛따라 여행하는 프로를 보면 따봉이 여전히 건제함을 알수 있습니다
너도 나도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외치죠..ㅎㅎ

정상적인 인터뷰보다 입으론 음식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손가락만 치켜들면 끝 !!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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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따봉... 예, 제가 글에 적시를 하지 않았는데, 롯데칠성의 음료중에 '델 몬트'라는 오렌지 주스가 있었고, 그걸 만들 때는 브라질 산 오렌지를 쓰는데... 아무튼 이 광고에서 오렌지를 하나 들어서 검사해본 검사 담당 직원이 "따봉!"이라고 외치자 온 주민들이 환호를 한다는... 뭐 그런 설정이었죠. 사실 광고로서는 참패한 광고입니다. 사람들이 델몬트 주스를 외우기보다는 말 그대로 "따봉!"만을 외워 버렸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통큰 '치킨''이라는 말을 그대로 붙이지 않았나 하는 의문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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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한국사회에서 통 큰 것이 필요한 곳은 딱 한 곳입니다.

통 큰 정치
바로 그것이지요.

꾀죄죄하게 부자감세나 하면서
의무급식이나 반대하는 정치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던 것을 전쟁 일보전으로 되돌려놓고는
너때문이다하고 탓하는 정치

이제 그야말로 통 큰 정치를 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그렇지만 늘 봐서 아는대로
통 작은 넘들에게 그걸 기대할 수는 없고
민중이 난을 일으켜서라도 그렇게 만들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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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예... 그런데 이 글을 아고라에 올렸더니 꼴통들 대부분이 그 이야길 하네요.
"통큰"이란 말은 원래 '북괴'가 먼저 쓰기 시작했다.
어떤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더군요.
"북이 먼저 그렇게 했기 때문에, 왜구 기업 롯데가 그렇게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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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권종상님의 한국사회에 대한 넌짓한 패러디 이자 아울러 통렬한 지적이라 여겨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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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예, 그리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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