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태로 생각해보는 '앙시앙 레짐의 붕괴 임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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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의 한 대학생 출신 노점상이 생활고를 못 이기고 분신자살한 데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진 중동 민주화 운동은 어느새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미래가 왔다갔다 하는 상황까지 번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적어도 3백명 가까운 사람들이 숨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80년대의 광주가 연상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폭압적 체제라도, 결국은 그것을 지탱할 수 있는 한계가 있고, 언젠가는 그것이 무너지는 '임계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무바라크 체제의 임계점은 높은 실업률과 공포정치 체제 하의 폭압 등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에 '그의 아들을 대통령으로 만드려는', 북한과 비슷한 일을 하려 함으로서 임계점은 확실히 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민중이 그 폭압을 참아낼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체제 자체는 붕괴의 길로 치닫고 맙니다. 역사는 우리에게 이것을 통렬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전두환의 압정에 견디다 못한 우리 민중은 이한열의 죽음이라는 임계점을 계기로 도도히 그 봇물을 터뜨렸었고, 그 이전에 우리나라를 새로이 보게 한 4.19 혁명 역시 이승만 독재체제에 대한 쌓이고 쌓였던 민중의 불만이 김주열군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계기로 임계점을 넘어버린 한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어떻습니까. 그리고 휴전선 너머 북녘은 어떻습니까. 우리도 임계점에 다다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이 21세기의 한국, 그 개명 천지에 굶주려 죽어간 드라마 작가의 뉴스가 들리고, 자식같던 소를 살처분해야 하는 것을 보다 못한 축산농의 자살 소식이 들리고, 어느새 그렇게 죽어간 가축이 3백만마리를 훨씬 넘어섰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는 관심 없는 정치인들은 개헌이라는 엉뚱한 주제를 들고 나와 국민 복장만 뒤집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어쩌면 임계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같은 동족이라는 북한도 임계점으로 향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공산당 1당독재 체제에서 권력은 3대째 세습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고, 식량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소식이 들리고,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고생하고 있는 동포들의 이야기가 연일 흘러나옵니다. 독재 자체로 보자면 이곳처럼 철저한 독재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임계점은 예상보다 그렇게 가깝지 않은 듯 합니다. 그것은 임계점이 가까워 올수록 그 임계점의 한계를 높여 놓는 사태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퍼주기라고 했던 햇볕정책은 이 임계점을 한참 낮춰 놓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생활상이 북으로 전해지고, 우리 물건이 북으로 들어감으로서 개명한 북의 주민들이 눈을 뜨고, 늘 공포와 철권정치로 3대 세습까지도 가능하게 해 온 북의 정권, 그 안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들의 존재 이유가, 햇볕정책으로 인해 없어지고 있었던 참이었습니다. 북이라는 정권이 지탱하고 있던 삼발이는 '미제의 도발, 남조선의 협박, 공포 철권정치'의 세 가지였습니다. 이 중에서 '남조선의 협박'이라는 것이 사실이 아닌 것이 북의 주민들에게 각인될 경우 충분히 북의 정권은 무너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에 대해 중국은 이미 간파하고 있었고, 만일 북에 '돌발사태'가 벌어질 경우 북을 접수하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동북공정'을 진행해 왔습니다. 동북공정은 고구려의 역사를 그들의 변방 민족 역사로 왜곡하고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통합하려는 것으로, 그것은 북의 체제가 무너져 새로운 체제가 들어설 경우에 이를 직접 자신들의 무력을 투입해 장악하거나 혹은 적어도 북한이 무너질 경우 안에 철저한 친중정권을 세우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행됐던 햇볕정책은 적어도 북이 무너질 경우, 우리가 북을 자연스레 포용할 수 있는 길을 닦으려 했었던 것으로 보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열심히 파 놓았던 삼발이 밑 구덩이는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완전히 메꾸어져 버렸습니다. 전 정권들에서 열심히 낮춰놨던 그 임계점을, 현 정권은 다시 높여놓는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어쨌든, 이집트 혁명은 이제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럭비공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를 바라보며 떨고 있을 모든 독재정권들의 붕괴 임계점에 조금조금씩 모래를 붓고 있는 형편입니다. 여러가지로 이 임계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지금까지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 그 수많은 증거들 때문입니다. 어느날 그 임계점이 갑자기 다가왔을 때, 앙시앙 레짐이 무너져 버릴 때, 역사라는 거대한 교과서가 우리에게 어떤 일들을 보여줘 왔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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