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축구 골세레모니 이후의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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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 번호 1264의 나그네 님의 원글에 대한 사필귀정 님의 반론과 그것에 대한 나그네 님의 대답입니다.
새겨 읽으면서 생각할 만한 점이 참 많은 것 같아서 옮겨왔습니다)
..............................................
.........전략....
축구 경기에서 있었던 골세레모니를 가지고 지나치게 역사적 해석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요. 당시 기성용 세레모니를 봤을 때도 그냥 일본놈들 약올리고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을 뿐입니다. 진중권처럼 생각하는 것은 물론 아니고요. 저는 그냥 해프닝이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 정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상대로 한 세레모니가 아니라고 기성용이 나중에 해명했지만 그것은 징계를 피하려는 것이었겠죠. 그렇지만
그것이 일본인을 상대로 한 것이든 아니든 별 상관은 없습니다. 그것이 민족주의든 아니든 상관없고요.
<-----정녕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다면 기성용 선수가 지나쳤다고 모두에서 말씀하실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요?
여전히 앞말과 뒷말의 논리가 수미상관을 이루지 않고 상충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제가 너무 집요해선가요? ^^;
논리나 주변의 모든 걸 다 떼어놓고 그냥 해프닝으로 봤을때, 그럴수도 있다 정도지, 지나쳤다는 평가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견해차일수도 있으니, 한번 강조해 지적한 것으로 더이상 재론치는 않으렵니다.
설령 일본인들의 욱일승천기를 보고 민족 감정이 솟아서 그런 세레모니를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랬다고 해서 저는 기성용을 칭찬하거나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냥 젊은 친구의 치기로 넘어갈 수도 있는 것이지요. 월드컵 때 이천수의 오노 세레모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재미있는 것이지요. 거기에 굳이 민족이나 국가를 들이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진중권처럼 국가주의 잣대를 드리댈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기성용이 일본 군국주의를 향해 멋지게 일갈했다고 통쾌해할 필요도 없는 것이죠. 오노 세레모니를 한 것이 그냥 재미있는 것이지, 무슨 미국에 대해 복수라도 한 것인가요? 기성용도 그냥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진중권 정도 되는 자가 입이 심심한지 그것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 좀 우습기도 하였고요. 괜히 우리만 흥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장안의 여론이 들끓게 된 원인은 진중권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일부 강단좌파들이 국가주의를 들먹이면서
기성용선수를 불필요하게 비난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진 않으시는지요?
한국의 진보좌파를 자처하는 부류들은, 그간 이땅에 분명히 존재해왔고 또 이나라 민주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저항적 민족주의를 불분명한 근거로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어 왔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로 상징되는 길거리 응원에 대해서 박노자까지 나서서 이에 대해서 국가주의의 발현이네
뭐네 하면서 과도하게 우려했었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지나친 기우였다는 것이 입증되었듯이
일부 유럽식 사회주의 이론이나 유럽의 현실을 우리에게 그대로 이식해 재단해선 안될 일입니다.
지금 우리만 흥분했다고 하시지만, 그전에 진중권으로 상징되는 우리네 일부 강단좌파들의 시각에는
분명히 현실과 상충되며 민중의 일반적 감정 기류에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억지와 궤변이 있었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습니다. 지금 네티즌들이 괜히 화를 낸것인가요? 진중권이 뻘소리를 해댔기 때문이고
일본 응원단이 생각없이 욱일승천기를 휘둘러댄 것은 나몰라라하고 기성용만 씹어댔기에 진중권이가 개념없는
강단 좌파 소리를 듣는 것 아닐까요?
다만 축구 선수가 인종 내지는 민족 차별적인 골세레모니를 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을 뿐입니다.
<------이 말씀을 하시기전에 중요한 전제를 하나 잊으신거 같습니다. 나치깃발과 다를바 없는 욱일 승천기를
국가간 축구경기 그것도 자신들의 침략과 수탈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와의 경기에서 휘둘러댄 행동은
적절했는지부터 먼저 물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 전제가 생략된채 다시 처음의 논리를 주장하신다면
저는 논리적으로 그 어떤 공감도 할 수 없다는 말씀만 다시 되풀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시는대로 축구선수가 인종적 혹은 민족차별적 세레모니를 하는 것이 적절했느냐라는 식의 문제제기는
상황의 맥락은 모두 무시한채 그 행동 자체만을 너무 형식논리적으로만 보시는 것이 아닐까요?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한 사람이 되거라'라는 소리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새벽 3시에 곤히 자는 애 깨워서 하게 되면 그때부턴 사이코 패스를 의심해야 하듯이 인종차별적
세레모니만을 딱 떼놓고 보니 문제다라고 지적하시는 것은 맥락을 모두 무시하신 형식논리가 아닐까요?
기성용 선수가 페어하게 응원하고 있는 일본 응원단을 향해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그런 세레모니를 펼쳤던 것이던가요?
저로선 이해가 참 어려워집니다.
일본 역사 교사 얘기를 한 것은 당시 올라온 글들의 분위기가 일본 자체를 너무 악으로 몰아가는 듯한 분위기가 있는 듯해서
예를 들어 본 것이고요. 일본과 일제(일본군국주의)을 동일시하는 문제점을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전선의 형성에 관한 문제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일본과 관련되어 이런 류의 충돌이나 문제가 생길때마다 지나치게 달아오르는 우리네의 분위기에
대해서 염려하시고 우려하시는 심정은 저 역시 인정하고 공감합니다. 냉정과 이성을 가져야겠지요.
일본 자체를 악으로 몰아가는 분위기 역시 우리의 친일부역 역사 청산이 너무도 미완으로 끝났기에
자연스레 형성된 현상이라고 이해하신다면 굳이 이를 일본과 일제를 동일시하는 문제점을 이야기
하지 않으시더라도 충분히 논의는 가능하리라 봅니다. 물론 이를 국가주의로 악용하거나 내부의 문제를
외부의 적을 내세워 희석하거나 덮으려는 의도를 가진 자들이 우리네에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여러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 역시 인정합니다. 전선의 형성을 좀 더 현명하게 하는 길
에 대해서 한,일의 생각있는 시민세력들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일은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한국와 일본의 과거사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저와 나그네님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저와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꼬인 양국 또는 중국까지 포함된 동양 3국의 과거사를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죠.
저항적 민족주의가 불필요하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저도 반대 의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저항적 민족주의만으로는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죠.
<-----이 대목에서부터 사필귀정 선생님과 저는 생각이 갈라지는 듯 합니다.
저항적 민족주의는 아시아의 지난 20세기 역사에서 진보 혹은 좌파 운동을 성공시킨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요컨대, 아시아에서 좌파가 집권한 나라들치고 저항적 민족주의를 기초 자산으로 삼지 않고 성공한 사례가 있었던가요?
베트남과 중국이 그러했고 북한이 그러했습니다. 20세기 아시아 역사에서 우파건 좌파건 간에 저항적 민족주의가
없었다면 그들은 제국주의로부터의 독립도 근대국가 형성도 전혀 불가능했었다는 점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 저항적 민족주의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땅의 강단좌파류들이나 진보신당류들이
내세우고 있는 계급논리보다는 훨씬 더 유효하고 중심이 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소수의 주장도 경청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만, 지금 사필귀정님이 기성용선수를 문제시하는 식이라면 공감을 받기는 어려울듯 합니다.
여기서 우리 사회로 촛점을 맞춘다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계급문제나 사회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본 바탕으로
제대로 된 민족국가와 분단극복을 통한 민족재통합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데도 계급 문제를 더 중요시 하시는
것은 과거 87년 6월 항쟁당시 직선제 개헌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하라는 민중의 열망은 도외시 한채
계급적 이해에만 집착해 제헌의회라는 뜬구름 잡는 구호를 외쳐대다 민중의 관심밖으로 밀려나간 민중민주 계열의
실패와 오류와 다를게 없지 않을까요?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서 주가 되는 것과 보조로 활용되어야 하는 것의 구분을 지금 새삼 다시 해야 할까요?
저항적 민족주의의 기반 없이 또 분단문제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전무하며 역사적 전망이나 의식없이 그저
고담준론식 계급 문제만을 떠들어대다가 결국 소수로 전락해 수구들에게 투항해버렸던 대다수의 PD계열들이
지금 이른바 뉴라이트의 주축멤버들이 되었다는 점 하나로도 계급문제를 더 중요시하는 진보들은 뭔가 크게 착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합니다. 주가 되는 것과 부가 되는 것은 더 이상 논의의 대상조차 아닌 듯 하네요.
사칙 연산도 할줄 모르면서 미적분을 논할수는 없습니다. 계급의 문제는 미적분 혹은 위상수학에 해당되고 저항적 민족
주의와 분단극복의 문제는 우리의 현실 문제에 있어서 사칙연산에 해당합니다.
수학을 배우려면 사칙연산부터 제대로 해야겠지요? 그 계급이라는 "꿈의 미적분"을 풀기 위해서라도요. ^^;
일본의 잘못을 꾸짖는 것이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일본인들에게 과거사를 바르게 알려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일본인들에게 왜곡된 민족주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을 포기하거나 불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게 반성해라, 사과해라고 한국과 중국에서 목소리를 높인다고 그들이 사과하고 반성할 가능성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제는 일본의 과거사 왜곡은 밖을 향하고 있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부적으로 지배 권력의 강화라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지요.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는 민족이나 국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절대 공감하는
금언입니다. 우리가 일본의 잘못을 꾸짖지 않고 망각하거나, 지금 말씀하시는대로 일본의 왜곡된 민족주의를 강화할까봐
그게 염려되어 자제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역사를 배우는 의미를 망각하는 것이 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런지요?
지금 우리나 중국 혹은 아시아의 여러 쇼와 침략전쟁 피해국가의 시민구성원들이 일본에 대해서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주요한 이유가 그저 일본에 대한 사과나 반성을 바라는 행위만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신 듯 합니다.
그 반성촉구의 목소리의 근간에는 다시 일본이 허튼 짓을 하거나 딴생각을 하게 되면 쇼와 시절과는 사뭇 다른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들이 사과하거나 반성할 가능성이 없다하여 우리가 지금
이 역사를 그냥 넘어가거나 망각 해버린다면 그 결과는 다시 1910년 경술국치의 재현이 될 공산이 매우 큽니다.
(노파심 삼아 말씀드리지만, 사필귀정님이 이런 수준의 주장을 하신다는 것은 결코 아니니, 혜량하셨으면 합니다)
더구나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독버섯처럼 외세에 기대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친일부역배들의 후손들이 상당수
사회의 주요포스트를 점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조선 총독 아베가 조선을 떠나면서 했던 그 유명한 저주의 문구들을
기억하신다면 지금 일본에게 반성의 촉구를 하는 것이 무슨 큰 소용이 있겠느냐는 회의어린 시각에 대해서 저는
다소의 우려와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현실적으로 대다수 쇼와 침략전쟁의 피해를 몸으로 겪고 기억하시는 분들이 95% 이상 안계십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분들이 몸으로 기억하고 계신것을 머리로도 잊고 혹여 일본의 왜곡된 민족주의를 자극할까봐
발언을 자제하는 순간, 쇼와 파시즘의 망령이 되살아나 다시 동아시아의 하늘에 히노마루를 휘날릴지도 모릅니다.
일본이 왜 여전히 아시아 대다수 국가에게 아태의 맹주 혹은 리더의 대접을 못 받는지는 분명합니다.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으로 이를 청산하지 않는 한, 일본은 21세기에도 여전히 그저 돈많은 이웃으로만
대접 받고 진정한 친구는 결코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계속 일러주는 일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여전히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고 그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게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너희를 진정한 친구로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우리는 과거 한일관계사에서 다투고
눈을 흘겼던 기간보다는 도쿠가와 막부 시대때처럼 무려 200여년에 가깝게 평화롭게 공존했던 시절을 더 소중히
하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 일본은 당연히 쇼와 침략전쟁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죄와 배상과 재발방지를 약속
해야할 의무가 있고 그것이 일본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라고 진심으로 언제까지나 충고해줘야 한 하는 것 아닐까요?
"전쟁책임"이라는 쇼와 침략사를 다룬 탁월한 책에서 저자 이에나가 사부로 교수는 아시아태평양의 모든 피해국
시민들에게 결코 일본의 쇼와 전범행위에 대해서 망각하지 말고 또 일본이 변할때까지 끊임없이 반성과 변화를
촉구해주기를 책의 말미에서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그러한 행위가 기실 일본인들을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최근 캐나다의 역사서 가운데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책은 바로 태평양 전쟁 당시 홍콩을 지키다
포로가 되었던 위니펙 연대장병들의 고통스럽기 그지 없었던 4년간의 포로생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캐나다는 2차대전
내내 유럽쪽에 주로 신경을 쓰느라 일본과는 직접적인 교전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여전히
자신들의 과거를 잊지 않으려 하고 있고 일본이 자신들의 병사들에게 했던 만행을 되새기고 있는데, 하물며 지금
우리가 저들의 왜곡된 민족주의를 자극할까봐 일본의 우파들이 악용할까 두려워 저항적 민족주의를 자제해야 한다면
그건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기를 포기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봐야 하지 않을지요?
일본이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것이나 한국의 친일파 청산 실패, 또는 일본이나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왜곡 시도가 결코 다른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적이 누구이고, 우리의 동지가 누구인지는 분명한 것이 아닐까요?
<-------이 대목에서 고개가 상당히 갸웃거려지는군요. 저는 사필귀정 선생님처럼 역사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일본의 과거사 청산의 실패와 우리의 친일청산 실패, 그리고 양국의 역사왜곡문제를 이유로 적과 동지를 이렇게 간단하게
재단하시는 시각은 납득이 별로 안됩니다. 참고로 1차대전 직전 유럽의 사회주의자들은 다가올 전쟁을 막기 위해서
국제적 연대를 적극 시도했지만 막상 전쟁이 현실화되자, 그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민족주의의 품안으로 회귀해버립니다.
민족이라는 현실앞에서 계급이론이나 이른바 좌파적 동지 의식이나 국제적 연대의식 같은게 현실역사에서 얼마나 무기력
했었는지를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왜 트로츠키는 현실에서 패배했던 것일까요?
물론 그 과정에서 작은 씨앗들이 뿌려져 오늘날 유럽연합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형성된 점은 저도 백번 인정합니다만,
그전에 유럽사회는 나치즘과 파시즘이라는 극우전체주의와의 지난한 투쟁에서 엄청난 희생과 댓가를 치르고서야
상호간 공존하고 존중하며 함께 연대하고 살아가는 바탕이 마련되었던 것에도 알수 있듯이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사회주의 운동이 왜 민족주의와 손을 잡게 되었는지 그리고 현실에서 사회주의가 성공한 국가들 가운데에서도
계급문제만으로 성공한 적은 없었습니다.아울러 우리 현대사에서 물리적이고 실질적인 친일부역의 청산은 실패했을지는
몰라도 역사적 청산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대한민국의 건국이후 지금까지 쭈욱 이어온 민주화운동과 분단극복의
노력은 친일부역의 역사적 청산이라는 기반이 없었다면 명맥조차 유지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지금
선생님의 논리는 다분히 계급적 논리에 천착하는 강단좌파들의 주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거나 앞으로도 성공할 가망성이 매우 희박합니다.
한일간에 이른바 생각 있는 진보들이 계급적 동지의식으로 결합(?)해서 지금 양국간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이 거대한 감정의 골과 흐름을 바꿀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시민혁명의 경험과 역사가 전무한 일본의
소위 진보좌파들이 과연 자기 민족의 대다수를 거스르고 우리와 함께 연대해서 뭘 이룰만큼 세가 될지도
모르겠거니와 그들의 수는 이른바 한국내 운동권에서도 소수에 불과한 강단좌파 진보신당부류보다도 더 빈약한데,
이 숫자가 현실적으로 일억 이천만이 훨씬 넘은 현재의 일본인들에게 무슨 의미가 되는지는 상당히 의문입니다.
물론 먼 미래를 위해서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도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저항적 민족주의의 원칙을
내던지고서까지 일본의 일부진보세력과의 연대를 위해 우리가 정당한 역사의 목소리를 자제하거나 낮춰야 할까요?
진보적 연대는 진보적 연대고, 잊을만 하면 헛소리 하는 일본 극우 원숭이들 뒤통수 때리기는 뒤통수 때리기입니다.
두가지 사이에서 차선을 고려해야 할때, 수순과 중요도에서 국제 연대를 포기하는 일이 있어도 극우 원숭이들 면전에
입바른 소리 해주는 일을 중단 할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그것은 원칙의 문제니까요. 또 그들과 우리 모두를 위해서죠.
제가 사필귀정 선생님의 덧글 몇줄에 대해서 좀 과하다 싶은 논리태클을 시도했던 이유도 바로 행간에서
이런 기조들이 읽혔기 때문임을 이제서야 고백합니다.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다시 양해를 구합니다.
이상은 높고 아름답습니다만, 하지만 지금 뭘 의도하시는지를 생각하면 저는 좀처럼 공감하기가 어려운 듯한
주장이고 아울러 이러한 생각의 기반에서 기성용선수의 행동이 과했다는 주장이 나오신 것은 아닌지 하는
제 짐작이 그닥 틀리지는 않은 듯 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성용 선수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걸 가지고 우리네 누구도 잘못했다고 말할 일은 더더욱 아니겠지요. 그저 있었던 일일뿐.
(지금 이 표현은 사필귀정 선생님이 쓰신 것과는 의미가 사뭇 다르다는 점을 부언해둡니다)
저는 요즈음에 이것이 결코 민족주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하고 있습니다.(솔직히 논의에서 좀 벗어나지만 저는 일제 강점기 독립 운동 문제도 민족 문제보다는 계급 문제가 더 심각했던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공부가 짧아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접근해 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좌파가 되어 가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재차 말씀드리지만, 민족주의 여기서는 저항적 민족주의 의식이 되겠습니다만, 그것으로만 해결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겠지만, 이 기반을 놔버리고 뭔가 다른 것을 주로 해보시겠다는 발상은 지나간 역사를 돌이켜 볼때 결코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해두렵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계급문제로 인식하시는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호치민, 마오, 김일성의 성공요인을 생각해보신다면 계급문제의식을 내세워서 동아시아의 민족해방문제나 근대국가를
만들겠다는 시도는 역사에서 모두 사상누각이었다라는 점을 좀 더 무겁게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아시아에서 사회주의를 성공시킨 지도자나 세력들은 모두 민족주의, 즉 여기서는 저항적 민족주의를 양분과 기본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일제 또는 군국주의 일본과 한국의 수구꼴통이 지닌 공통점을 단순화시키자면 '자본'이라고 보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들에 대해서 '민족'이라는 전선만을 부각시키고, 민족주의라는 무기만으로 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민족주의가 불필요하다는 생각과는 좀 다르게 이해해 주시길). 자꾸만 민족 문제를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이 특히 일본 우익들이 노리는 바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일본사회주의 혹은 좌파들이 왜 오늘날 지리멸렬해버렸는지, 그리고 왜 쇼와 침략전쟁시기 무력하기
그지 없었는지를 되돌아 보시길 바랍니다. 일본의 좌파는 민족을 놓고 이념만 생각하고 계급만 중시하다 결국 오늘날 이지경이
되고 말았는데도 민족주의문제를 부각하는 것은 일본우익들이 노리는 바다라고 보신다면 저와 사필귀정 선생님의 생각차는
생각보다 더 큰지도 모르겠네요. 일본 좌파의 실패 요인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우파에게 전매로 넘겨준데서 비롯됩니다.
저는 비재천학하여 쇼와 일본 현대사를 전쟁사의 관점으로만 주로 들여다보는 편이지만, 영국의 일본사 전문가 W.비즐리가
메이지 유신이후 형성되었던 일본의 좌파들을 평가했던 대목은 유독 기억에 선명합니다.
"일본의 좌파들은 주로 지적인 면에만 천착했고 민중과는 철저하게 유리되어 있었다.
그들은 계급의 문제만을 중시해 일본의 우파가 민족의 문제를 독점하는 것을 수수 방관 했고
이는 후일 쇼와 시대 일본극우의 폭주를 가능케한 한 원인이 되었다."
지금은 저항적 민족주의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계급의 문제는 우리에겐 분단 극복과
친일부역의 청산이후, 그리고 일본에겐 극우파시즘의 완전한 청산이후 논의될 문제라고 봅니다.
단추를 마구잡이로 끼워서 옷빨이 날 수 없듯이, 미적분을 사칙연산도 모르고 풀수는 없은 일입니다.
제가 일본 역사 교사들을 말씀드린 것은 일본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거사 왜곡과 이를 통한 지배 권력의 강화 시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갈길이 아주 멀지만 한중일 시민 사회 연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고요(결국에는 북한까지 포함되어야 하지만), 한중일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는 시도는 그 출발점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이 또한 저번에 말씀을 드렸던 것이지요.
저는 사시모도 그런 역할에 일조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이것이 노무현이 지향했던 가치와도 부합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며 공감합니다. 해나갈 것은 해나가야겠지요.
사시모 역시도 나름 그런 역할에 애쓰도록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노무현적 가치라는 것이 상식과 보편성이 지금보다는 더 일반화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한중일간 시민사회의 연대도 꼭 필요하겠지요.
다만, 그 바탕에는 저항적 민족주의라는 굳건한 기반하에서 국제적 연대의 모색이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와 중국과 북한은 그 대목에서 일본과는 매우 판이한 소중한 역사적 기억과 경험들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는 차별화해서 봐야 하는 대목이고 또 일본의 시민사회에 촉구하고 각성을 요구할 수
있는 자양분과 명분이 있습니다. 일본사회는 그런 점에 있어서 여전히 우리와 북한 그리고 중국에 비해 뒤져
있는 셈이지요. 자생적 시민 혁명 혹은 민족혁명의 역사가 전무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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