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우정국의 개혁(?)움직임으로 느끼는 암울한 미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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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지인의 식당에 벗들이 모여 함께 저녁을 했습니다. 이 식당 앞에는 제가 근무하는 우체국은 물론, 시애틀 지역 내 모든 우체국에서 사용하는 모든 차량들을 수리하는 중앙우체국 소속의 커다란 정비소가 있는데, 이곳 직원들도 이 식당을 잘 이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조금씩 밥이라도 사 먹을 여유가 생겼는지, 가장 어려웠던 지난해보다는 나아져서 다행이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이와는 달리 우체국은 지금 뒤숭숭합니다. 연방의회에서 우정국의 주 5일 배달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뉴스가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확정이 된 것은 아니지만, 만일 이것이 법제화되고 확정될 경우, 우체부 여섯 명 중의 한 명은 직장을 잃게 됩니다. 자기 라우트를 가지지 않은 T-6라는 우체부들이 필요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우체국은 라우트 다섯 개를 묶어 이를 '스트링'이라고 부르는데, 한 스트링엔 당연히 다섯 명의 다른 우체부들이 근무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주중에 하루씩 쉬고, 레귤러가 쉬는 날에 그 라우트를 배달해주는 것이 바로 이들 T-6 입니다. 그러나 주 5일 근무가 되면 이런 T-6 가 더 이상 필요없게 되는 것이지요. 또 리저브라고 하여 레귤러 우체부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라우트를 가지지 않고 어떤 구역이든지 배달하는 우체부들이 있는데, 이들도 사실 필요없게 됩니다. 그리고 임시직과 고용된 지 얼마 안 되어 자기 라우트를 가지고 있지 않은 도제 우체부들이 있는데, 이들은 최우선 감축대상이 됩니다.
또 지금까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우체국의 직원 감축이긴 하지만, 내규에는 분명히 6년 이하 근무자들은 필요할 때 최우선적으로 해고 통지를 받게 되어 있어서, 임시직과 PTF들의 불안도 커져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사실 주 5일 배달제보다 더 큰 문제는 우체국의 사영화 문제가 천천히 거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체국은 전기나 철도처럼 국가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입니다. 이는 원래 생겼을 때부터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것을 지금 이렇게 바꾸려 하는 것은 재정적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물론 이메일의 등장과 이로 인한 1종우편물의 감소가 가장 큰 수입감소이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우체국을 없앨 수도 없는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우편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 6일제를 옹호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특히 의약품을 우편을 통해 받는 이들이 많은데, 예를 들어 목숨과 관계 있는 에이즈 약 같은 것을 토요일에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월요일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이런 환자들에겐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료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고, 여기에 약값도 거의 살인적 수준으로 비싼 미국에서 약을 사기가 겁나는 이들은 보다 싼 값에 약을 팔고 있는 캐나다에 약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이는 보통 우편 서비스를 통해 배달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서비스를 더 이상 '서비스'로 보지 않는 이 자본주의의 이윤 창출 논리입니다. 우체국, 수도, 철도 같은 것들에 이윤창출이란 개념이 들어가버린다면, 그것은 서비스의 축소를 가져올 수 밖에 없습니다. 사영화된다는 것, 이른바 프라이비타이제이션은 출자의 주체가 정부에서 개인(또는 법인)으로 바뀐다는 것을 뜻하고, 그것은 출자를 한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는 것을 뜻합니다. 정부에서 이런 것을 맡아하는 이유는 당연히 이런 사업이 돈이 된다기보다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국사회는 80년대 레이거노믹스의 등장 이후 많은 부분에서 '효율'을 이유로 이런 사업들의 사영화(민영화란 말은 이상하게 사기 같아서 사영화라고 씁니다)가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그 선택을 통해 모두가 루저가 되어 버렸습니다. 승자가 있다면 대자본들 뿐이지요.
지금 당장 주 5일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저 개인적으로는 다행히 별 영향은 없습니다. 근무한 지 6년의 연한이 지났고, 또 제 라우트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일반 국민들의 피해는 사실 꽤 될 겁니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면 서비스도 줄이고, 사영화까지도 생각하게 된다면 결국 복지나 이런 사회적 서비스들의 존재 이유와 발판은 점점 그 입지가 줄어들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회 전반에 실업을 확산시키고 잠재적 소비자들을 줄여 미국 경제의 발목을 계속 잡게 될 것입니다. 온갖 사회적 서비스와 복지 정책들이 가장 융성했었을 당시, 즉 구소련이 아직 건재해서 양 체제가 서로 자기들이 더 나은 체제라고 선전하며 이런저런 사회서비스와 복지정책들을 구현했을 당시가 미국 경제가 가장 융성했던 시대라는 것을, 이들은 잊어버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이런 서비스들이 유지되려면 세금의 확보가 필수입니다. 세금을 올리면 대자본이 투자를 하겠냐고 묻는 이들에겐 이렇게 말해주고 싶군요. 그 세금을 통해 확보되는 복지비용과 사회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결국 그 대자본들과 대기업들의 '포텐셜 커스터머'가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게 해야 사실 기업에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입니다. 그러나 기업에게 혜택을 주어 이를 통해 투자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른바 트리클 다운 효과라는 것을 노리고 대자본들에게 혜택을 주어 그들의 파이를 크게 만든 것이, 결국 그들의 먹을 몫만 더 커진 것이지 전체 국민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피해로 돌아 왔음을 보면서도 그 자본의 욕심 때문에 정책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 미국의 현실입니다.
미국에 과연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저는 그래도 아직은 혜택을 보는 쪽이지만, 이런 사회에서 살게 될 내 자식들을 생각하면 참 답답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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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미국의 미래.........정말 걱정스럽고 암울합니다. 무엇보다 꿈과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꿈을 주고 희망을 주는 정치세력은 어떻게 등장하지 않는 것일까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는 것인데 미국의 민초들은 모두 다 정신줄을 놓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