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사임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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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사임했습니다. 이것이 '카이로의 봄'으로 불리기엔 아직 이를 것이긴 할 것입니다만.... 뉴스들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여러가지 감정이 겹쳐집니다. 아마 미국의 압력이 분명히 있었을 거란 생각도 순간 들긴 듭디다만. 지금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미국이 이집트의 불안이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거라는 짐작도 들었고...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지만,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현대사에 눈뜨기 시작했을 때, 이런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만일, 박정희가 김재규의 손에 죽지 않고 부마사태 초기에 국민의 뜻을 수용한다면서 전격 사퇴를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혼란은 좀 있었을테지만 그 당시 부산과 마산으로 집약되긴 했다 하더라도 전국적인 상황으로 번져 나갔던 민주화 요구 시민들의 민도로 볼 때, 이것이 지금 이집트처럼 권력이 군부에게 이양되는 상황으로 갔을 것이고, 미국은 개입의 방향을 조금 달리 했을 것이고, 야당이 부상했을 것이고, 아마 광주의 학살은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매 주요 국면들에서, 때로는 기쁨과 감격의 순간도 있었지만 꼭 결정적인 순간들에 잘못된 길을 찾아 들어섰던 우리 현대사를 다시 생각하면서 바라보는 이집트의 모습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집트의 국민들이 민주화의 길을 제대로 걸어갔으면 합니다.
이른바 메이저 언론들은 무바라크의 독재 행각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가 중동 평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공이 크다고 하고 있는데, 그걸 굳이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뭔가가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어서 그런건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더군요.
분노한 민중이 역사의 흐름을 타고 전진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번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 소식을 보고 뜨끔할 정치인들이나 독재자들도 꽤 많을 듯 합니다만. 올해 총선과 내년 대선이 기대되기도 하는군요. 중동의 민주화 바람이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 갔으면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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