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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버스 회사, 노동자가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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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356회 작성일 11-02-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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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길 때보다 노동자가 참여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군요. 생각해볼 만한 글입니다)


고장난 버스 회사, 참여와 협력으로 다시 달리다
[함께 살자 2011]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청주 우진교통

(민중의소리/ 고희철 기자 / 2011-02-09)


<민중의소리>는 2011년 연중기획으로 ‘함께 살자 2011’을 연재합니다.

극단적 경쟁과 불안한 고용, 심화되는 양극화와 민중생존권의 위협 등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경제적 폐해가 한계치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따라 '경쟁 지상주의'에서 '공존'과 '상생'으로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민중의소리>는 비정규직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 그리고 '공존'과 '상생'을 택해 성공한 사례들을 연중기획으로 발굴하고 소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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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량 출발에 앞서 이야기를 하다 웃고 있는 우진교통 승무원들 ⓒ 민중의소리

150억 원의 부채를 안은 채 부도난 버스회사를 노동자들이 직접 인수한 뒤 눈물겨운 회생 노력 끝에 정상화에 성공해 '공존'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청주시내 6개 버스업체 중 가장 규모가 컸던 우진교통은 지난 2004년 부실경영으로 인해 150억 원이라는 거액의 부채를 진 상태로 부도를 냈다. 임직원 248명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우진교통은 부도 이전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었다. 우진교통 노동자들은 당시의 상황에 대해 "3년 동안 제 날짜에 월급받은 것은 단 두 번", "집에 쌀까지 떨어졌었다"고 회고했다.

회사의 부도로 인해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몇년치 월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한 노동자들은 그해 7월 22일부터 무려 171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부실경영과 임금 상습 체불의 책임을 물어 사측에 경영진 퇴진을 요구했다.

파업 투쟁을 벌인 노동자들은 경영진 퇴진과 더불어서 한 가지 요구사항을 더 내걸었다. 경영권을 포기하고 주식을 노동자들에게 양도하라는 것이었다. 회사가 그대로 주저앉아 체불 임금뿐만 아니라 일자리까지 모두 잃기 전에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 회사를 살리자고 뜻을 모은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이같은 요구에 회사측은 “업체 면허를 취소시키겠다”, “ 차라리 회사를 분해해 다른 버스업체가 인수하도록 하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늘어놓았다. 비록 부도난 회사지만 시의 지원금 등을 통해 재기할 경우 다시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는 알짜배기 장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버스 운행이 차질을 빚어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자 경영진에 대한 청주시민들의 비난 수위도 갈수록 높아졌다. 반면 자칫 업체가 문을 닫게 되면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시민들은 더 큰 불편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회사를 살리자’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안팎의 압박에 결국 경영진은 주식을 노동자들에 양도하고 전원 퇴진했고, 노동자들은 기업을 인수했다. 물론 150억 원의 채무도 고스란히 떠안은 채였다.

노동자들의 대규모 실직과 도시 교통망의 축소 등 혼란이 야기될 뻔 했던 '우진교통사태'는 노동자가 직접 경영을 맡는 '자주관리기업'이라는 실험을 통해 일단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땀과 눈물로 살려낸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우진교통은 노동자들이 인수해 자주관리기업으로 탈바꿈하며 일단 도산은 면했지만, 완전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이 경영에 직접적인 권한을 갖는 '자주관리기업'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며 난관을 헤쳐나왔다.

우진교통은 노동자들이 인수했을 당시 부채는 150억원에 달했고 이전 경영진이 미납한 4대 보험료만 4억 원이었다. 뿐만 아니라 유류비, 부품값, 심지어 노동자들의 식대 등 곳곳에 채무와 미지급금이 남아있어 당장의 운영자금도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몇개월째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해 생계를 꾸려가기도 힘들었던 노동자들은 500만원씩을 갹출해 긴급운영자금을 마련했다.

또 자금운영, 회계, 영업 등 경영을 위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점도 노동자들이 지혜를 모아 공동으로 대처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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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가 아주 좋아졌다"며 웃는 '파업세대' 김기영(좌), 윤태훈 승무원" ⓒ 민중의소리

경영 안정화를 위한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노력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기름과 차량 부품 등을 모두 현금 직거래로 구입해 비용을 대폭 낮췄고, 교통사고로 인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무사고 포상제를 실시해 조별 집단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승무원들은 저녁 11시 정규영업을 끝내고 종점으로 돌아오면서 승객을 싣고 오는 ‘차고지 영업’으로 경영에 쏠쏠한 도움을 주기도 했다.

또한 고객들에게 정답게 인사하고 차량 청소도 깨끗이 해 손님을 붙잡았다. 우진교통은 청주에서는 처음으로 승무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넥타이를 매서 화제가 됐고, 지금은 청주시 다른 버스 회사까지 퍼졌다.

이런 노력 끝에 우진교통은 2009년까지 5년 연속 매출 상승을 기록했고, 150억원의 부채는 지난해 말에는 87억 원까지 낮췄다. 지난해에는 2004년 체불임금의 50%도 지급했다.

우진교통 노동자를 춤추게 한 것은 ‘직접 참여’와 ‘민주주의’

막대한 부채를 안고 도산 직전에 처했던 우신교통은 어떻게 몇년새 흑자기업으로 바뀌었고 노동자들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게 됐을까.

정답은 바로 노동자들의 직접 참여와 민주적 의사결정에 있었다.

지희구(42) 총무과장은 “직접 참여와 민주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 구성원이 우진교통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주식회사의 최고결정기관이 이사회인 것과 달리 우진교통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은 ‘구성원 총회’다. 구성원 총회에는 우진교통 구성원 전원이 참여해 회사 대표 선출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민주노총 충북본부 사무처장으로 함께 투쟁하던 김재수(50) 대표 역시 구성원 총회에서 선출돼 6년째 연임하고 있다.

일상적인 경영 판단과 결정도 대표, 사외이사, 노조위원장뿐만 아니라 직접 투표로 선출된 위원들이 참여하는 '자주관리위원회'에서 이뤄진다. 달마다 구성원 모두에게 회사의 영업 및 재정 상태를 자세히 보고하는 '경영실적설명회'도 중요한 참여 공간이다.

김재수 대표가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고 부르는 ‘현장자치모임’은 우진교통을 여타 회사와 다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우진교통의 모든 구성원은 직군 및 업무 동선에 따라 20명 안팎의 11개 현장자치모임 중 하나에 소속돼 경영실적부터 사고예방, 민원사항 등을 토론하고 이 내용은 회사 운영에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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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와 노동자의 대표인 우진교통 김재수(우) 대표와 홍순국 노조위원장 ⓒ민중의소리

참여와 민주주의로 운영되는 자주관리기업은 노동자 간의 관계와 일터 문화도 바꿔놨다.

우선 반말과 욕설이 사라졌다. 호칭도 운전기사는 승무원으로, 직원은 구성원으로 변했다. 김기영(48) 승무원은 “전에는 서로 욕하고 싸우는 일이 흔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아껴주고 배려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즐거워했다.

이런 변화는 노동자들의 가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백광수(41) 노조 사무장은 “2009년 차고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을 때, 가족들이 서울의 명동에 해당하는 성안길에 나가 직접 시민 서명을 받았다”고 전하며 “연말 ‘송년의밤’에도 적지 않은 가족들이 함께 즐길 정도로 회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구성원과 지역사회의 절대적 신임 속에 6년 동안 대표직을 맡고 있는 김재수 대표는 올해의 포부를 묻자 “현장자치모임을 뿌리내리게 하고 경영을 안정화해 노동자가 존중되는 기업의 모델을 본격적으로 만들겠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고희철 기자 / 민중의소리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617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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