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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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2
수령님께서는 집무탁에 석줄로 높이 쌓인 문건더미를 보시더니 낯빛을 흐리시였다. 김정일동지의 검소한 집무실을 생각깊이 둘러보신 수령님께서는 응접탁을 마주하고 앉으시였다.
《갑자기 보고싶어 이렇게 왔소.》
수령님의 느닷없는 말씀에 김정일동지의 가슴은 뭉클해지시였다. 어쩌면 수령님께서 그 무슨 시름을 안고 밤깊도록 잠못 이루다가 찾아오신것만 같으시였다. 그이의 흰 머리카락이 이 밤엔 더욱 은빛처럼 하얗게 보이시였다. 80이 가까와오는 고령에도 늘 걱정을 안고 낮과 밤을 이어가야만 하시는 수령님의 그 피할길 없는 부담이 야속하시였다.
《참 모를 일이야. 그 사람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거던.》
수령님께서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혼자소리로 뇌이시였다.
《누가 말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 긴장해지시였다.
《허허, 옐찐을 두고 하는 소리요.》
수령님께서 허거픈 웃음을 지으며 손끝으로 응접탁을 다독이시였다.
《알고있는것처럼 나는 광복초기부터 라남지구에 큰 기계공장을 하나 앉히자고 생각했소. 그러다가 1956년 7월 쏘련의 스베르들롭스크주에 있는 〈우랄마슈〉공장을 참관하고 와서 청진에 있는 기계공장을 라남에 옮겨다 크게 확장해볼 생각을 했소.》
수령님께서는 응접탁을 바른손으로 짚으며 일어나시였다. 뒤짐을 지고 무겁게 집무실바닥을 밟아가시는 수령님의 안광에는 심원한 빛이 어리였다.
《1956년에 본 〈우랄미슈〉공장이 인상이 깊어서 나는 1984년 여름 쏘련에 갔을 때에도 스베르들롭스크주에 들렸댔소. 그때 옐찐이 나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아오?》
수령님께서 걸음을 멈추고 김정일동지를 돌아보시였다.
《그때 거기 주당 제1비서가 옐찐이였소. 그는 나에게 〈우랄마슈〉공장을 안내하면서 존경하는 총비서동지, 우리 스베르들롭스크주는 멘델레예브원소주기표에 있는 모든 원소들이 다 매장되여있는 지하자원이 풍부한 지대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자랑이 있습니다 했소. 그래서 내가 무슨 자랑이 있소? 하고 물으니 총비서동지께서 1956년 7월 공장을 방문하신 력사기록집을 가지고있는것입니다, 하지 않겠소, 허허.》
수령님께서 또다시 허거픈 웃음을 지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옐찐의 얼굴을 그려보시였다.
《옐찐은 그러면서 여기 〈우랄마슈〉공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주문에 대해서는 언제나 푸른 신호등만 켭니다, 나는 앞으로도 영원히 주인민들이 푸른 신호등만 켜게 하겠습니다 했소. 말하자면 네거리 푸른 신호등이 자동차를 멈추지 않고 그냥 통과시키는것처럼 조선에 보내는 설비만은 선참으로 생산보장하겠다는것이였소. 이러던 사람이 지금 푸른 신호등이 아니라 제동신호등을 켠단 말이오.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데…》
수령님께서는 서글픈 표정을 짓고 무겁게 뇌이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슴이 아프시였다.
수령님께서 얼마나 생각이 깊으셨으면 6년전 스베르들롭스크주의 이야기를 하실가싶으시였다.
현실적으로 지금 고르바쵸브, 옐찐들이 켜든 제동신호등으로 하여 김책제철소, 평양화력발전소를 비롯한 우리 나라의 적지 않은 공장, 기업소들에서 설비수입이 동결되여 지장을 받고있었다.
핵동력건설을 경수로형으로부터 흑연감속로형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되게 된것도 그때문이라고 할수 있었다.
수령님께서는 다시 집무실을 거닐며 고개를 저으시였다.
《이젠 사회주의시장이 무너졌습니다. 어제 저녁 제철소동무들과 설비문제를 토론했는데 그 동무들도 쏘련과 계약된 일부 설비들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속을 태우고있소. 그래서 나는 깊이 생각하게 됐소.》
수령님의 표정이 근엄해졌다. 그이께서는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시는듯 천정 한곳을 이윽토록 응시하시다가 김정일동지께 고개를 돌리시였다.
《세계 제국주의련합세력들의 화살이 우리 나라에 집중되고있습니다. 적들의 경제적제재는 날로 더 심해질것이요. 때문에 우리가 사상, 군사진지를 강화하는것은 물론 과학기술개발에 특별히 주의를 돌려야 할것 같소. 지금 적들이 하는짓을 보면 과학기술의 우세로써 우리를 어째보려는것 같소.》
《수령님, 옳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방금전에 보신 문건들을 상기하며 빠르고 박력있는 어조로 대답을 올리시였다.
수령님께서는 주먹을 흔드시였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최첨단최신과학기술일수록 모두 우리 힘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것 같소.》
수령님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고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시다가 《몇년전에 5월 10일공장(오늘의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 동무가 어느 한 나라에 가서 최첨단 특수정밀기계 설계도를 복사해온 일이 있었지요?》하고 물으시였다.
《예, 오성오라고 지금 5월 10일 공장에서 기술부기사장을 하고있는 동무가 기술참관단으로 갔다가 복사해가지고 왔습니다.》
그것은 1987년에 있은 일이였다. 오성오는 그때 새로 개발한 3종의 특수정밀기계 설계도를 1대 1,000축척으로 복사해가지고 왔었다.
《참 그렇지. 키가 자그마한 동무지. 그 동무가 가지고온 설계도들중에 〈HM기〉설계도도 있었지?》
《그렇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오성오의 희고 갱핏한 얼굴을 그려보시였다. 그가 복사해온 3종의 설계도들중 2종은 제작에 성공하여 현재 우리 나라에서 생산하고있다. 그러나 1종의 기계만은 수수께끼로 가득찬, 너무도 정밀하고 복잡한 기계여서 개발할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 《HM기》였다.
사실 《HM기》는 보통 정밀한 기계가 아니였다. 무게만 하여도 일반공작기계들에 비해 몇배나 되는 그 철의 거물에는 0.01미리메터~0.001미리메터의 정밀도를 가진 부속품들이 수천개나 들어있었다.
주물, 단조, 제관 등 복잡한 공정이 없이 랭간상태에서 일격에 정밀제품을 만들어내는 이 신기한 마술기계가 나타나면서 정밀기계제작분야는 물론 여러 과학기술분야에서 새로운 변혁이 일어나게 되였다. 그러나 설계도를 보고도 만들지 못하는것이 《HM기》였다. 《HM기》를 개발한 나라에서는 그것을 자기의 독점물로 만들기 위해 기계와 설계도를 팔아먹는 경우에도 기본알맹이는 알려주지 않고 비밀을 지키였다.
오성오도 《HM기》총조립도와 부분설계도 수천장을 보면서 애썼지만 알짜 비밀로 되는것은 알아내지 못했었다.
《우리가 〈HM기〉를 개발하지 못할가? 그걸 개발하는것이 여러 측면에서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의 간절한 말씀을 듣고 잠시 생각하시였다. 그이께서는 1988년 봄 기계공업부문을 담당한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리명국에게 과학원과 련계를 가지고 《HM기》를 개발해보라고 지시하시였지만 그 일이 성사되지 못하였다.
그래서 앞으로 계속 연구해보라고 하시였다.
《우리가 이제는 더 어려워진 전선에서 세계제국주의자들과 싸우게 되였으니…》하고 수령님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사회주의의 보루를 지켜내자면 이미 말한것처럼 첫째로 사상진지를 다지고 둘째로 〈HM기〉와 같은 최신최첨단설비들을 개발하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과학과 경제진지를 다져야 합니다. 그런데 최첨단과학설비들을 개발하는 사업이 잘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제철소뿐아니라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서도 고압관이 없어 설비갱신을 못하고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저으시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는 오래전부터 먹는 문젤 풀기 위해 흥남비료공장의 설비를 대형화, 현대화하자고 생각해왔는데 그것을 하자면 500기압을 받는 고압관, 고압발브를 비롯한 일부 특수설비자재들을 다른 나라에서 사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설비반입이 잘되지 않으니 어떤 일군들은 1927년에 만든 낡은 설비들을 그냥 쓰는수밖에 없다고 우는 소리를 합니다. 그래서 내가 동무네 그런 한심한 소릴 하지 말라, 다른 나라에서 사들일수 없다면 우리자체로 만들 생각은 왜 못하는가, 우린 50년대에도 그랬고 60년대 천리마시기에도 다른 나라에서 팔아줄수 없다는것은 자체로 만들어썼다, 지금 제국주의자들이 1990년대에 사회주의가 다 망해버리기때문에 21세기부터는 사회주의의 존재는 물론 리념조차 없어질거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공격의 화살을 집중하고있는데 동무네처럼 1927년도의 낡은 설비를 그대로 쓸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진짜 망하고 만다, 이런 때일수록 너희들이 제재를 한다고 하여 우리가 겁나할줄 아는가, 너희들이 악랄하게 방해하지만 어떤 물건이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것이면 우린 다 만들어쓴다, 이제 보라! 하고 당당히 맞서 기를 꺾어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배짱과 각오와 신념을 가지고 달라붙으면 500기압이 아니라 천기압, 만기압도 이겨내는 특수고압관을 만들수 있습니다. 적들이 사회주의종말의 장송곡으로 21세기를 맞이하겠다고 떠들어대고있는 조건에서 우리는 마땅히 그와 맞설수 있도록 준비하고 강한 인간들을 키워내야 합니다.》
수령님의 목소리는 뢰성처럼 크게 울리였다. 안경유리로 부드럽게 비치던 수령님의 안광이 번개의 섬광처럼 펑긋하였다. 그것은 무쇠도 녹일것 같은 강렬한 빛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비장한 표정을 지으신채 이제부터 시작될 1990년대에 대하여 생각해보시였다. 그것은 어쩌면 나라의 생사존망을 판가리하던 1950년대와 같은 엄혹한 운명의 년대로 될지도 몰랐다.
1950년대는 미제와 그 추종국가의 고용병들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면 오늘은 세계제국주의의 련합세력들이 공화국을 무너뜨리려고 우리에게 달려들고있다.
1950년대의 전선에는 우리를 물심량면으로 도와주는 사회주의진영이 있었으나 1990년대에는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1990년대는 1950년대의 준엄성을 릉가할수 있으며 우리앞에는 50년대보다 더 간고하고 시련에 찬 길이 놓이게 될지 모른다.
김정일동지의 사색이 여기에 미쳤을 때 수령님께서 다시 물으시였다.
《〈HM기〉를 우리가 만들수 없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쳐드시였다.
《수령님, 〈HM기〉를 개발할수 있습니다. 최고의 정밀도와 정결도를 요구하는 기계이니 그걸 개발하는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90년대에 〈HM기〉보다도 더 복잡한 여러가지 최첨단과학설비들을 개발하자고 합니다. 이미 작전이 되여있습니다.》
《좋습니다. 꼭 합시다!》
수령님께서 불현듯 주먹을 높이 들어 흔들고 몇발자국 걸어나와 조용히 그러나 의미심장히 물으시였다.
《어느 공장에 맡기면 할수 있을가?》
《제 생각엔 5월10일공장에 맡기면 능히 할수 있다고생각합니다. 〈HM기〉설계도를 떠온 오성오가 똑똑한 동무이고 지배인 김동철동무도 전개력이 있는 일군입니다.》
《김동철이야 내가 잘 알지. 5월10일공장이라…》
수령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안을 거니시였다. 한걸음한걸음 무겁게 옮기시는 수령님의 발길에서 마치 민족의 운명, 사회주의의 운명에 대한 사색의 실이 풀려나오는것 같았다.
수령님의 첫 현지지도날자를 따서 공장의 이름을 지은 5월10일공장은 잠재력이 있는 공장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1984년 5월 15일 라남을 현지지도하실 때 공장실태를 조리있게 해설하던 김동철지배인의 얼굴을 그려보시였다.
두드러진 언덕이마밑으로 세모눈이 예리하게 빛을 뿌리던 사람, 비상한 열정과 특출한 능력을 보여주던 일군이였다.
그는 기계공학, 야금학에 대한 지식이 깊었으며 공업경영에 대한 일가견을 가지고 솜씨있게 일을 벌려나갔었다.
1985년 6월 5월10일공장에서 수령님의 현지지도를 받고 전국에 제2차 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의 봉화를 지펴올리던 시기의 지배인도 이 김동철이였고 그후 반년동안에 라남에서 최첨단공작기계인 110미리메터보링반 11대를 개발하여 세상을 놀래우던 때의 지배인도 김동철이였다.
집무실을 거닐던 수령님께서 우뚝 걸음을 멈추고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나도 찬성이요. 5월10일공장에 맡깁시다. 세계적인 기계강국들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HM기〉를 만들어낸다는것이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 공장에 맡기면 할수 있소. 참 그 공장에 일본 히로시마에서 미국의 원자탄에 온 가족을 잃어버리고 1961년에 귀국한 기계공이 있는데 그 동문 옆에 수학자 한명만 붙여주면 인공위성을 만들겠다고 하였습니다. 허허허… 나이 스무살이 넘도록 소학교도 다녀보지 못하고 귀국한 동무인데 많은 발명과 창의고안을 하였습니다. 그 동무의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김정일동지께서도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으시였다. 그러나 그를 잘 알고계시였다.
그는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을 통해 나라없는 사람은 상가집개만도 못하다는 생활의 진리를 깨닫게 된 사람이였다. 그것으로 하여 미일제국주의자들이 얼마나 간악한것인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였다.
내 손으로 나사 하나라도 더 깎아서 내 나라를 강하게 만들자는 생각이 그로 하여금 많은 발명과 창의고안을 하게 만들었을것이다.
《수령님, 우리는 새 세기전야에 각종 최신최첨단기계설비들을 개발하려고 이미 계획을 세워놓고있습니다. 인공위성도 띄우고 서방나라들을 압도하는 우리 식의 최첨단설비들을 개발할것입니다. 인공위성은 100프로 우리의 힘, 우리 기술, 우리의 자재로 개발하려고 합니다. 로, 중, 청이 배합된 강력한 과학기술집단이 무어졌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수령님께서 키워주신 백수십만이 넘는 지식인과 로동계급이 진을 치고있어 마음이 든든하다고 하시였다.
《그렇지, 우린 결심만 하면 무엇이나 다 할수 있소.》
수령님께서는 창문가로 걸어가시였다. 세상을 놀래우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정의로운 조선의 별을 그려보시는듯 수많은 별자리들이 새겨있는 밤하늘을 묵묵히 바라보시였다.
《우리 식! 그래, 모든걸 다 우리 식으로 개발해야지.… 나라를 광복한지 45년! 광복동이들이 45살이 됐소. 옳아, 그동안에 백수십만의 지식인을 키웠지.… 그 백수십만의 부대를 가지고 무엇을 못하겠소. 두려울게 하나도 없소.》
수령님께서는 그후 20여분 이야기를 하고 밝은 기분으로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마당에까지 나가 수령님을 바래워드리고 돌아오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리명국부부장을 찾으려고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그러다가 지금이 깊은 밤중이라는 생각에 도로 놓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문건을 더 보시고나서 창밖이 희붐해질무렵 전화로 리명국을 찾으시였다.
그에게 오후 3시부터 최첨단기계개발을 위한 모임을 조직하도록 과업을 주신 다음 원자력총국 부총국장을 찾으시여 오후 5시부터 원자력발전소건설과 관련된 문제를 토론할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이르시였다. 뒤이어 한 일군에게 조국광복 45돐과 당창건 45돐 기념행사를 성대히 진행할데 대한 구체적인 과업을 주시였다.
그이께서 그밖에 당, 경제, 군사의 각 부문일군들에게 전화지시를 마치고 일어서실 때 인민대학습당에서 아침 8시를 알리는 패종소리가 장엄히 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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