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거 중 대중법회 명진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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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잘못 뽑아 종교갈등까지 불거져”
명진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들었다. 지난 1월 3일 경북 문경시 봉암사 선원에서 열린 대중법회에서 그가 쏟아놓은 말들은 글로 옮기기 무서우리만치 그 내용과 표현이 과격했다.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웠다.
그 당혹스러움의 정체를 깨닫기도 전에 법회 분위기에 휩쓸리고 말았다. 40여분 동안 30여 차례 박수가 터지고 60여 차례 웃음이 쏟아졌다. 어떤 스님, 아니 어떤 개그맨이 저렇게 쉬지 않고 400여명의 대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설법이나 개그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명진 스님은 두 가지 점에서 올해 주목되는 인물이다. 하나는 속세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불가의 일이다. 서울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난 후에도 계속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울까. 최근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의 반정부 행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까.
동안거 중인 스님, 더구나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조계종 선원에서 수행 중인 스님과의 정식 인터뷰는 불가능했다. 반결제일(3개월 안거의 딱 절반인 날)을 기해 대중공양에 나선 봉은사 신도들을 따라가서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원래 버스 한 대 인원인 40명 정도를 생각했던 봉은사 측은 신청자가 늘어나는 바람에 버스 9대를 대절, 350여명의 대규모 방문단을 구성했다. 인솔자는 사찰 안에서 절대 개별 행동을 하지 말고 묵언할 것을 몇 번이나 주문했다. 인터뷰할 조건이 영 아니었다.
막상 절에 들어서니 걱정했던 바와 달리 옹색하나마 틈이 보였다. 대중법회 전 선방인 선열당 앞마당과 대중법회 후 마애불을 참배하러 오가는 길에서였다. 명진 스님은 신도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기념촬영을 하면서도 짬짬이 기자들의 질문에도 응해주었다. 그런 대화의 조각을 모았다.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반발했다가 결국 수용했는데….
“우리가 뭘로 먹고 사나? 결국 신도들 돈인데 그렇게 돈을 내는 신도들의 의사는 무시된 채 중들끼리 앉아서 직영하고 직영받고 가라 하고 말라 하고…. 한국 불교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도 앞으로 고쳐져야 할 거고, 재가불자들이 중심이 되는 불교운동이 새롭게 일어나야 한다고 봐요. 선거 한 번 치르는 데 몇 십억씩 들어가는데, 그 전부 신도들 돈 아니야?”
선거라면 총무원장 선거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지. 원장 선거, 종회의원 선거, 본사 주지 선거, 다 마찬가지예요. 거기 들어가는 돈은 누구 돈이야? 신도들 돈이야.”
명진 스님은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날 많은 신도가 자신을 찾아온 것에 무척 고무된 듯했다. 그가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봉은사를 떠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손을 붙잡고 우는 신도도 있었다.
“연초에 시무식 있는 날이야. 다 바빠요. 그런데 서울에서 350명, 지방까지 해서 400명이 이 산골짜기에 찾아온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뭉클한 거지. 하지만 나한테 경책이라고. 좋은 게 아니고 무거운 짐이 되는 거예요.”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된 걸 계기로 종단에서 현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종단 자주화에 나섰는데요. 그동안 현 정부의 불교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온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꼭 돈 몇 닢 안 줬다고 투정 부리는 것 같이 보여서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어떻게 보면 잘 된 겁니다. 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한테 굉장히 고맙게 생각해요. 그동안에 잠복됐던 문제들이 드러날 수 있게끔 해주었으니까. 총무원장 스님이 끝까지 불교계가 단결해서 잘 해보겠다고 한다면 나도 헌신적인 자세로 도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예산도 좀 줄 테니까 뭐 하자 말자 해서 적당히 협상을 해버리면 그때는 정말 불자들뿐만 아니라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끼리 하겠다든가 절대 정부 돈 안 받겠다든가 이런 막말 하지 말았어야지. 이왕에 말을 꺼냈으면 그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확실하게 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불교의 자주성을 회복해나가는 자세로 간다면 전국 불자들과 국민들이 박수를 쳐주지.”
이야기가 서서히 본론으로 접어들자 그 특유의 독설과 풍자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이명박씨가… 이 양반은 안중근 의사도 안중근씨라고 그러니까…(웃음) 국민의 단합된 힘이야말로 국가 안보라고 얘기를 했잖아요. 그런데 보세요. 이번에 인사를 영남 편중으로 해서 지역갈등, 점점 더 심해지는 빈부 간의 격차, 계층 간의 갈등, 남북 간의 갈등… 사실은 이거 무서운 거거든요, 전쟁이라는 게… 그 갈등, 거기다 마지막 잠복돼 있던 종교갈등을 아주 활성화시킨 분이에요. 전부 갈등 나고 싸움 나게 해놓고서는 국민의 단합만이 국가 안보라고? 단합이라는 낱말, 국민이라는 낱말도 모르는 참 무식한 대통령을 뽑아놓고 국민이 개고생을 하는 거지.(웃음) 그런데 이거 그대로 쓰지 말고….(일제히 더 웃음)”
한 기자가 “그대로 씁니다, 정론직필!”이라고 말하자 그는 “그래도 개가 사람한테 얼마나 충성스럽고 사람 말을 잘 듣는데, 그러면 개가 기분 나빠 하겠지”라고 되받았다. 이런 어법은 법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상득·전여옥 의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신영철 대법관 등이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나 같이 권력자 또는 입담에서 그와 대적할 힘을 가진 사회적 강자들이다.
뒤에 생각한 것이지만 당시 당혹감을 느낀 이유를 알 듯하다. 세속의 일을 막말 수준의 언어로 때리고 꼬집고 비아냥거리는 데 대한 기자로서의 알량한 비판의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가 법문에서 이 대통령 형제를 조폭에 빗대 “포항 형제파가 대한민국을 접수해 거덜 내고 있다”고 한 데 대해 어떤 네티즌이 “불교계에는 명진파가 있다”고 댓글을 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종교인이 왜 현실에 참여하고 정치적 발언을 일삼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부처님이 악을 나무라고 선을 권장하는 파사현정을 말했다”며 “스님이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현실문제를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이 막말처럼 보이는 것 또한 말 한마디 속에 존재의 전체를 확 드러내 보여 버리는 선승 특유의 어법에서 비롯된 듯하다. 법문이 끝난 후 마애불 참배를 다녀오는 길에서는 좀 더 진지한 대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동안거가 끝나면 봉은사로 다시 오시는 겁니까.
“그건 봐야죠. 내일 일을 우리가 모르니까. 허허.”
어떤 화두를 갖고 수행하십니까.
“그냥 나는 누군가… 하고 그러는 거지.”
처음에는 동안거를 백담사에서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백담사 얘기가 왜 나왔나 몰라. 백담사는 내가 한 번도 얘기한 적 없거든. 꼭 전두환같이 귀양 갔다는 의미로다가 하려고 그랬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모 언론에서 흘렸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내가 왜 백담사를 가? 그리고 지난 가을에 여기 와서 한 달 살았잖아요. 그때 이미 여기다 방을 하나 얻어놨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웃음) 주지 스님한테 승적 없어도 내가 여기 와 살 수 있도록 하자고 해가지고 내가 그때 약속을 다 해놓고 온 거요. 그러니까 자신 있게 승적을 판다고 그랬지.(웃음)”
그동안 심심하지 않으셨나요.
“바깥이 내가 없으니까 심심하겠지.(웃음)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오마이는 솔직히 얘기해서 봉마이로 이름을 바꿔야 돼. 봉은사가 거의 11개월 동안 먹여살렸잖아. 그리고 단위 사찰 주지의 법문을 전국의 매체가 두 번이나 생중계를 했잖아. 전례 없는 일이지.”
신도들이 왜 스님한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낸다고 생각하세요.
“한 20년 동안 봉은사가 분규 사찰 비슷하게 비쳐졌잖아요. 봉은사를 다니면서도 봉은사 신도라는 자부심이 없는 거예요. 다른 절에 가서 누가 ‘어디서 왔어요?’라고 물으면 ‘서울서 왔습니다’라고 하고, ‘서울서 어디 절에 다니세요’ 그러면 ‘아유, 집이 강남이라서 봉은사 다닙니다’라고 하는 거야. ‘집이 강남이라서’가 들어가. 그냥 ‘봉은사 다닙니다’라고 당당하게 말 못 하는 거야.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어디서 왔느냐면 봉은사서 왔다고 해. 그러면 사람들이 ‘아, 그 봉은사!’라며 칭찬을 해주니까 신도들이 자부심이 생긴 거지. 재산 다 공개하고, 주지 스님이 천일기도하고, 권력 앞에도 굴하지 않고….”
리영희 선생 돌아가셨을 때 (조문을 위해) 나오려고 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그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결제한 지도 얼마 안 됐고… 결제 중간에 나가는 게 대중의 규칙에 어긋나거든요. 영결식장에 못 가서 참 오랫동안 마음이 아플 겁니다. 49재(1월 22일)를 봉은사에서 지내는데 그때는 해제가 얼마 안 남기 때문에 잘하면 갈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리 교수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까.
“내 천일기도 회향 이틀 전인가에 (봉은사에) 오셨어요. 몸이 불편했을 때인데 당신이 평생 쓰던 몽블랑 만년필을 주시면서 ‘명진 스님, 따로 선물할 건 없고 이거 내가 40년 쓰던 건데 받으세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걸로 <우상과 이성><전환시대의 논리> 이런 거 다 쓰셨지. 그때 문재인 전 수석하고 한명숙 전 총리가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그걸 내놔가지고 내가 자랑을 많이 했어요. 근데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생각해보니까 좋아할 일이 아니야. 남북 간 갈등이라든가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도외시하지 말고 내 일같이 생각하면서 살라는, 그런 짐이라, 짐. 그게 어떻게 그냥 선물이겠어? 어렵고 힘든 세상의 짐을 나눠 지고 가라는 무거운 뜻으로 주셨구나…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참 대단했던 분인데….”
그는 봉은사 천일기도 중에 딱 한 번 절 밖으로 나간 적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였다. 이번에도 결제 기간 중에 굳이 산문을 나서려고 한다. 그를 ‘불교계의 노무현’ ‘불교계의 리영희’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는 이런 인연도 작용한 것일까.
아까 법문에서 현 정권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으로 말씀하셨는데, 연초이니만치 덕담 좀 할 건 없습니까.
“올 1년이 너무 암울해서 덕담할 여유가 없어요. (신도들에게) 복 받고 건강하라고 했지만… 우선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예측을 못하는 것 아닙니까. 4대강 사업, 저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 종교 간의 갈등 문제… 만약에 이게 잘못되면 스님들은 그냥 그 월남 같은 데 같이 생사 문제 초월해서 산다고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경우가 생겼을 경우에는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것들 생각하면 어떤 때는 한숨이 푹푹 나와요. 참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가지고 나라 꼬라지(꼬락서니)가 사분오열되고 물밑에 잠겨 있던 종교 갈등까지 불거지고 말았어요.”
명진 스님은 법문에서도 종교갈등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최근 한기총 대표회장에 뽑힌 길자연 목사를 거론하며 “7대종단협의회에 대화하러 나가는 게 아니라 복음을 전파하러 나간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 대표, 국회의원의 3분의 2가 기독교이니 하나님의 나라가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대통령 본인은 그런다대? 내가 내 개인적인 종교 활동도 못 하느냐고.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에요. 공인이지. 국민의 대표란 말이야. 청와대 같은 데서 예배 보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하는데 그 전에는 그것 때문에 말썽 났었거든요. 청와대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국민 세금은 불자도 내고 기독교도도 내는데 거기서 한쪽 종교에 대한 편향된 의식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안 맞는다, 이 말이야. 조용히 본인이 기도하고 하는 건 모르는데 목사 불러다 하고 그 뭐 또 소망교회를 몇 번 왔다 갔다 했잖아요. 그때는 경찰이 신호 조작도 하지만 골목마다 몇 백 명이 쫙 깔립니다. 그게 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데 대통령은 개인이 그런 생활 못 하느냐, 이런 얘기 하면 안 돼요.”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하는 기간에는 종교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까.
“아니,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지. 그냥 뭐 불자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가지고 청와대에서 목탁 치고 막 염불하고 뭐 이렇게 해서는 안 되잖아요. 혼자 불상 앞에 가서 합장하고 기도도 하고 참선하는 거는 누가 막겠어요. 그렇잖아요? 지금 우리나라 기독교는 정상적인 기독교가 아닙니다.”
너무 근본주의적인…
“근본주의적인? 그게 뭐가 근본주의입니까. 오직 예수? 오직 예수거든. 그럼 오직 부처님? 오직 예수하고 오직 부처님하고 만나면 싸워야 되잖아요. 전쟁밖에 더 있어요?”
어느 새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에 이르렀다. 신도들이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빨리 봉은사로 돌아오라”고 보채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온다, 간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오되 온 바도 없고, 가되 간 바도 없고, 뭐 이런 단계야, 나는.”
2011 01/18 신동호 선임기자 주간경향
명진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들었다. 지난 1월 3일 경북 문경시 봉암사 선원에서 열린 대중법회에서 그가 쏟아놓은 말들은 글로 옮기기 무서우리만치 그 내용과 표현이 과격했다. ‘역시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웠다.
그 당혹스러움의 정체를 깨닫기도 전에 법회 분위기에 휩쓸리고 말았다. 40여분 동안 30여 차례 박수가 터지고 60여 차례 웃음이 쏟아졌다. 어떤 스님, 아니 어떤 개그맨이 저렇게 쉬지 않고 400여명의 대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설법이나 개그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명진 스님은 두 가지 점에서 올해 주목되는 인물이다. 하나는 속세의 일이고 다른 하나는 불가의 일이다. 서울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난 후에도 계속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울까. 최근 정부·여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의 반정부 행보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까.
동안거 중인 스님, 더구나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조계종 선원에서 수행 중인 스님과의 정식 인터뷰는 불가능했다. 반결제일(3개월 안거의 딱 절반인 날)을 기해 대중공양에 나선 봉은사 신도들을 따라가서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원래 버스 한 대 인원인 40명 정도를 생각했던 봉은사 측은 신청자가 늘어나는 바람에 버스 9대를 대절, 350여명의 대규모 방문단을 구성했다. 인솔자는 사찰 안에서 절대 개별 행동을 하지 말고 묵언할 것을 몇 번이나 주문했다. 인터뷰할 조건이 영 아니었다.
막상 절에 들어서니 걱정했던 바와 달리 옹색하나마 틈이 보였다. 대중법회 전 선방인 선열당 앞마당과 대중법회 후 마애불을 참배하러 오가는 길에서였다. 명진 스님은 신도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기념촬영을 하면서도 짬짬이 기자들의 질문에도 응해주었다. 그런 대화의 조각을 모았다.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반발했다가 결국 수용했는데….
“우리가 뭘로 먹고 사나? 결국 신도들 돈인데 그렇게 돈을 내는 신도들의 의사는 무시된 채 중들끼리 앉아서 직영하고 직영받고 가라 하고 말라 하고…. 한국 불교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도 앞으로 고쳐져야 할 거고, 재가불자들이 중심이 되는 불교운동이 새롭게 일어나야 한다고 봐요. 선거 한 번 치르는 데 몇 십억씩 들어가는데, 그 전부 신도들 돈 아니야?”
선거라면 총무원장 선거를 말하는 건가요.
“그렇지. 원장 선거, 종회의원 선거, 본사 주지 선거, 다 마찬가지예요. 거기 들어가는 돈은 누구 돈이야? 신도들 돈이야.”
명진 스님은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날 많은 신도가 자신을 찾아온 것에 무척 고무된 듯했다. 그가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봉은사를 떠난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그의 손을 붙잡고 우는 신도도 있었다.
“연초에 시무식 있는 날이야. 다 바빠요. 그런데 서울에서 350명, 지방까지 해서 400명이 이 산골짜기에 찾아온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막 뭉클한 거지. 하지만 나한테 경책이라고. 좋은 게 아니고 무거운 짐이 되는 거예요.”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된 걸 계기로 종단에서 현 정부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종단 자주화에 나섰는데요. 그동안 현 정부의 불교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온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꼭 돈 몇 닢 안 줬다고 투정 부리는 것 같이 보여서 안타깝기는 합니다만 어떻게 보면 잘 된 겁니다. 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들한테 굉장히 고맙게 생각해요. 그동안에 잠복됐던 문제들이 드러날 수 있게끔 해주었으니까. 총무원장 스님이 끝까지 불교계가 단결해서 잘 해보겠다고 한다면 나도 헌신적인 자세로 도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예산도 좀 줄 테니까 뭐 하자 말자 해서 적당히 협상을 해버리면 그때는 정말 불자들뿐만 아니라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겁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끼리 하겠다든가 절대 정부 돈 안 받겠다든가 이런 막말 하지 말았어야지. 이왕에 말을 꺼냈으면 그 말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확실하게 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불교의 자주성을 회복해나가는 자세로 간다면 전국 불자들과 국민들이 박수를 쳐주지.”
이야기가 서서히 본론으로 접어들자 그 특유의 독설과 풍자가 묻어나기 시작했다.
“이명박씨가… 이 양반은 안중근 의사도 안중근씨라고 그러니까…(웃음) 국민의 단합된 힘이야말로 국가 안보라고 얘기를 했잖아요. 그런데 보세요. 이번에 인사를 영남 편중으로 해서 지역갈등, 점점 더 심해지는 빈부 간의 격차, 계층 간의 갈등, 남북 간의 갈등… 사실은 이거 무서운 거거든요, 전쟁이라는 게… 그 갈등, 거기다 마지막 잠복돼 있던 종교갈등을 아주 활성화시킨 분이에요. 전부 갈등 나고 싸움 나게 해놓고서는 국민의 단합만이 국가 안보라고? 단합이라는 낱말, 국민이라는 낱말도 모르는 참 무식한 대통령을 뽑아놓고 국민이 개고생을 하는 거지.(웃음) 그런데 이거 그대로 쓰지 말고….(일제히 더 웃음)”
한 기자가 “그대로 씁니다, 정론직필!”이라고 말하자 그는 “그래도 개가 사람한테 얼마나 충성스럽고 사람 말을 잘 듣는데, 그러면 개가 기분 나빠 하겠지”라고 되받았다. 이런 어법은 법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상득·전여옥 의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신영철 대법관 등이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었다. 하나 같이 권력자 또는 입담에서 그와 대적할 힘을 가진 사회적 강자들이다.
그가 법문에서 이 대통령 형제를 조폭에 빗대 “포항 형제파가 대한민국을 접수해 거덜 내고 있다”고 한 데 대해 어떤 네티즌이 “불교계에는 명진파가 있다”고 댓글을 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종교인이 왜 현실에 참여하고 정치적 발언을 일삼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는 “부처님이 악을 나무라고 선을 권장하는 파사현정을 말했다”며 “스님이 다른 사람보다 더 열심히 현실문제를 비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이 막말처럼 보이는 것 또한 말 한마디 속에 존재의 전체를 확 드러내 보여 버리는 선승 특유의 어법에서 비롯된 듯하다. 법문이 끝난 후 마애불 참배를 다녀오는 길에서는 좀 더 진지한 대화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동안거가 끝나면 봉은사로 다시 오시는 겁니까.
“그건 봐야죠. 내일 일을 우리가 모르니까. 허허.”
어떤 화두를 갖고 수행하십니까.
“그냥 나는 누군가… 하고 그러는 거지.”
처음에는 동안거를 백담사에서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백담사 얘기가 왜 나왔나 몰라. 백담사는 내가 한 번도 얘기한 적 없거든. 꼭 전두환같이 귀양 갔다는 의미로다가 하려고 그랬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모 언론에서 흘렸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내가 왜 백담사를 가? 그리고 지난 가을에 여기 와서 한 달 살았잖아요. 그때 이미 여기다 방을 하나 얻어놨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 알고…(웃음) 주지 스님한테 승적 없어도 내가 여기 와 살 수 있도록 하자고 해가지고 내가 그때 약속을 다 해놓고 온 거요. 그러니까 자신 있게 승적을 판다고 그랬지.(웃음)”
그동안 심심하지 않으셨나요.
“바깥이 내가 없으니까 심심하겠지.(웃음)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오마이는 솔직히 얘기해서 봉마이로 이름을 바꿔야 돼. 봉은사가 거의 11개월 동안 먹여살렸잖아. 그리고 단위 사찰 주지의 법문을 전국의 매체가 두 번이나 생중계를 했잖아. 전례 없는 일이지.”
신도들이 왜 스님한테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낸다고 생각하세요.
“한 20년 동안 봉은사가 분규 사찰 비슷하게 비쳐졌잖아요. 봉은사를 다니면서도 봉은사 신도라는 자부심이 없는 거예요. 다른 절에 가서 누가 ‘어디서 왔어요?’라고 물으면 ‘서울서 왔습니다’라고 하고, ‘서울서 어디 절에 다니세요’ 그러면 ‘아유, 집이 강남이라서 봉은사 다닙니다’라고 하는 거야. ‘집이 강남이라서’가 들어가. 그냥 ‘봉은사 다닙니다’라고 당당하게 말 못 하는 거야.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어디서 왔느냐면 봉은사서 왔다고 해. 그러면 사람들이 ‘아, 그 봉은사!’라며 칭찬을 해주니까 신도들이 자부심이 생긴 거지. 재산 다 공개하고, 주지 스님이 천일기도하고, 권력 앞에도 굴하지 않고….”
리영희 선생 돌아가셨을 때 (조문을 위해) 나오려고 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그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결제한 지도 얼마 안 됐고… 결제 중간에 나가는 게 대중의 규칙에 어긋나거든요. 영결식장에 못 가서 참 오랫동안 마음이 아플 겁니다. 49재(1월 22일)를 봉은사에서 지내는데 그때는 해제가 얼마 안 남기 때문에 잘하면 갈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리 교수와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까.
“내 천일기도 회향 이틀 전인가에 (봉은사에) 오셨어요. 몸이 불편했을 때인데 당신이 평생 쓰던 몽블랑 만년필을 주시면서 ‘명진 스님, 따로 선물할 건 없고 이거 내가 40년 쓰던 건데 받으세요’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걸로 <우상과 이성><전환시대의 논리> 이런 거 다 쓰셨지. 그때 문재인 전 수석하고 한명숙 전 총리가 같이 밥을 먹고 있는데 그걸 내놔가지고 내가 자랑을 많이 했어요. 근데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생각해보니까 좋아할 일이 아니야. 남북 간 갈등이라든가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도외시하지 말고 내 일같이 생각하면서 살라는, 그런 짐이라, 짐. 그게 어떻게 그냥 선물이겠어? 어렵고 힘든 세상의 짐을 나눠 지고 가라는 무거운 뜻으로 주셨구나…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참 대단했던 분인데….”
그는 봉은사 천일기도 중에 딱 한 번 절 밖으로 나간 적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때였다. 이번에도 결제 기간 중에 굳이 산문을 나서려고 한다. 그를 ‘불교계의 노무현’ ‘불교계의 리영희’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는 이런 인연도 작용한 것일까.
아까 법문에서 현 정권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으로 말씀하셨는데, 연초이니만치 덕담 좀 할 건 없습니까.
“올 1년이 너무 암울해서 덕담할 여유가 없어요. (신도들에게) 복 받고 건강하라고 했지만… 우선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예측을 못하는 것 아닙니까. 4대강 사업, 저게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 종교 간의 갈등 문제… 만약에 이게 잘못되면 스님들은 그냥 그 월남 같은 데 같이 생사 문제 초월해서 산다고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경우가 생겼을 경우에는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것들 생각하면 어떤 때는 한숨이 푹푹 나와요. 참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가지고 나라 꼬라지(꼬락서니)가 사분오열되고 물밑에 잠겨 있던 종교 갈등까지 불거지고 말았어요.”
명진 스님은 법문에서도 종교갈등에 대해 특히 우려했다. 최근 한기총 대표회장에 뽑힌 길자연 목사를 거론하며 “7대종단협의회에 대화하러 나가는 게 아니라 복음을 전파하러 나간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 대표, 국회의원의 3분의 2가 기독교이니 하나님의 나라가 됐다”라는 식의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대통령 본인은 그런다대? 내가 내 개인적인 종교 활동도 못 하느냐고.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에요. 공인이지. 국민의 대표란 말이야. 청와대 같은 데서 예배 보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하는데 그 전에는 그것 때문에 말썽 났었거든요. 청와대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국민 세금은 불자도 내고 기독교도도 내는데 거기서 한쪽 종교에 대한 편향된 의식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안 맞는다, 이 말이야. 조용히 본인이 기도하고 하는 건 모르는데 목사 불러다 하고 그 뭐 또 소망교회를 몇 번 왔다 갔다 했잖아요. 그때는 경찰이 신호 조작도 하지만 골목마다 몇 백 명이 쫙 깔립니다. 그게 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데 대통령은 개인이 그런 생활 못 하느냐, 이런 얘기 하면 안 돼요.”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하는 기간에는 종교 활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까.
“아니,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지. 그냥 뭐 불자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가지고 청와대에서 목탁 치고 막 염불하고 뭐 이렇게 해서는 안 되잖아요. 혼자 불상 앞에 가서 합장하고 기도도 하고 참선하는 거는 누가 막겠어요. 그렇잖아요? 지금 우리나라 기독교는 정상적인 기독교가 아닙니다.”
너무 근본주의적인…
“근본주의적인? 그게 뭐가 근본주의입니까. 오직 예수? 오직 예수거든. 그럼 오직 부처님? 오직 예수하고 오직 부처님하고 만나면 싸워야 되잖아요. 전쟁밖에 더 있어요?”
어느 새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에 이르렀다. 신도들이 작별 인사를 나누면서 “빨리 봉은사로 돌아오라”고 보채자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온다, 간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오되 온 바도 없고, 가되 간 바도 없고, 뭐 이런 단계야, 나는.”
2011 01/18 신동호 선임기자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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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님의 댓글
조조 작성일
훌륭한분
도둑놈들 에게 바른말 하시는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