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바다’ 속에서 예비군 저격수가 뭘 하라구요?
페이지 정보
본문
‘불바다’ 속에서 예비군 저격수가 뭘 하라구요?
(양정철닷컴 / 양정철 / 2011-02-27)
전략핵무기까지 동원되는 전쟁의 참화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
국방부가 24일, 북한의 특수전 부대와 시가지 전투에 대비한 예비군부대 저격수 양성훈련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향방 및 타격소대별로 1명씩을 선발해 훈련기간 동안 4시간을 사격연습에 투입하며, 총 3만여 명에 이르는 예비군 저격수는 확대경이 장착된 M16A1 소총으로 사격연습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이 내용을 국방부 발표 위주로만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보도했습니다. 일부 신문만이 다음 날, 예비군 훈련 유경험자들의 회의적 반응을 전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발상도 부실, 언론보도도 모두 부실입니다.
오늘은 정부의 이 방안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지한 발상인지, 그리고 언론의 보도에 깔려 있는 인식이 얼마나 개념이 없고 무감한 것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현재 예비군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동원예비군’은 평시 별도 편성되어 있지 않은 1~4년차 동원지정자입니다. 전시에 정규사단에 보충 편제되기 위해 매년 해당 부대에서 2박 3일간 동원훈련을 받습니다. ‘향토예비군’은 지역 또는 직장예비군으로 편성된 1~4년차 동원미지정자 및 5~8년차 예비군입니다. 그 중 1~4년차 동원미지정자는 3일간 출퇴근하며 동미참훈련을 받고, 5~6년차 예비군은 향방 기본 및 작계 훈련, 7~8년차 예비군은 소집점검 훈련을 받습니다.
이 방안의 첫 번째 문제는 현실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대한 지 몇 년 된 사람들이, 과거 현역 복무시절 얼마나 사격훈련이 잘 돼 있는지도 알 수 없는데, 1년에 겨우 4시간의 훈련을 시켜서 저격수로 양성하는 일이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 마디로 북한군이 듣고 웃을 일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실효성입니다. 이런 방안은 1960년대 말 북한의 대규모 게릴라 남파에 따른 대비정규전 상황에나 나올 법한 발상입니다. 그때와 지금은 다릅니다.
남북 모두 치명적 전략무기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남북의 주요 도시는 그야말로 불바다가 될 것입니다. 그깟 시가전으로 전쟁이 시작되겠습니까. 불바다가 된 시가지에서 저격수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바쁠 텐데요.
설사 시가지 전투를 가정하더라도, 실효는 없을 것입니다. 과거의 대비정규전 상황, 즉 1960년대 말이나 1996년 동해 잠수함 침투사건 때 국군 정규군이 실전에 나섰는데도 우왕좌왕하며 전투에 실패한 사례가 무척 많습니다. 예비군 중대에 몇 명 저격수를 둔다고 해서 예비군 부대의 대비정규전 수행 능력이 획기적으로 커질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자칫 허약한 무장으로 실전에 나설 경우 오히려 큰 낭패를 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선후가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과거 참여정부는 ‘국방개혁 2020’ 계획을 통해 정규군을 68만 명에서 줄여 정예 강군화 하고 예비군도 정예화하여 보강하는 방안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이 계획은 유보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예비군 전력만 강화하는 것은 다소 모순적입니다.
이 방안은 국방선진화추진위에서 2010년 12월 보고한 군 개혁 방안 중 ‘예비군 정예화’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방안은 전체 내용이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정부의 국방예산 축소 추세 속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이 터지면서 졸속적으로 준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국가 백년대계의 하나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군 개혁이나 강군화 핵심계획은 없이 예비군 저격수나 들먹이니 그 발상이 놀랍습니다.
네 번째 문제는 안보에 대한 개념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특수전 부대와 시가지 전투에 대비해 예비군 저격수를 둔다는 것은, 사실상 북한과의 전면 대결을 예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부와 국민 모두 전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만, 적어도 정부는 대화를 통해 위협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마지막까지 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은 등한시하면서 전면 대결, 사실상 전면 전쟁을 전제로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대책만 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지난번에도 지적을 했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모자라는 부분을 국민에게 추가로 요구해야 합니다. 국민들은 이미 성실한 납세의무와 신성한 병역의무와 공동체 정신으로, 국가와 군대를 유지할 수 있게 하고, 군을 신뢰하고, 안보관련 법률을 지키는 것으로 국민의 도리를 다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군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먼저 다하지 않으면서 왜 국민들만 갖고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론도 이런 내용은 하나도 짚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정부가 방안을 내면 무조건 해야 하는 것으로, 그러면 전력이 엄청나게 향상되는 것처럼, 그리고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처럼 해서야 무슨 파수꾼입니까.
안보에 대한 인식, 정부와 군과 언론이 먼저 제대로 정립하길 바랍니다.
양정철
- 이전글이원수 '고향의 봄' 탄생지는 오동동 71번지 11.02.26
- 다음글北 키리졸브 앞두고 `전면전·서울불바다' 위협 11.02.26
댓글목록
조조님의 댓글
조조 작성일
다음 올림픽에서 사격종목은 싹쓸이 하겠내유...
그냥 소설을 쓰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