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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생 엄마가 본 김인혜 사건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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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음대생 엄마
댓글 0건 조회 2,314회 작성일 11-02-2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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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팔순잔치에 제자들을 동원하고, 입학시험이 치뤄질 학교 강당을 딸의 실기시험 연습장으로 사용했다.

자신이 출연하는 무대에 제자들을 세워주는 대신 금품을 요구하였고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제자들에게 공연 티켓을 강매하고 선물을 강요했다.

이는 김인혜 교수에 대한 의혹들이다. 천인이 공노할 일이지만 딸아이를 음대에 보낸 나는 크게 놀라지도 않았다. 김인혜교수 사건은 예술계에 만연해 있던 비리 중 일부가 터져 나온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서울대측이 조사에 착수했으니 조만간 사실여부가 밝혀질 것이고 나는 그의 비리를 비추기보다 이 사건의 본질을 따져보고 싶다. 

수도권에 있는 음대는 모두 27곳. 대학마다 차이가 있지만 각 파트별로 20-30명씩의 학생들을 뽑는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공부한 학생들의 숫자는 정원의 7배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야말로 바늘귀이다. 이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줄을 서 있다. 이들은 사설기관이나 교수, 혹은 대학 강사를 거쳐 입시를 준비한다. 남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 혹은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서 음악을 전공하려고 하지만 음대생이 되는 길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일단 열심히 노력도 해야 하지만 돈 없이는 근처를 얼쩡거리는 일도 불가하니 말이다.  

 

우리 딸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원에서 고 3 수험생들과 함께 음대 입시를 준비했다.  나는 음악에 대해 남보다 훨씬 무뎠다. 이는 음악계의 실상에 대해 많이 어두웠다는 얘기와 같다.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좀 특출난 구석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그 아이를 가르쳤던 선생님에 의해 전공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케이스다보니 여느 엄마들과는 달랐다. 전문 레슨을 시켜야 한다, 어쩐다 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들어 계속 뭉그적거렸다.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니 교수나 음대 강사 레슨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를 해주는 이들이 많았다. 딸아이를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 역시 1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레슨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음악이고 뭐고 노력하는 사람이 앞서갈 수 밖에 없다고 믿었던 나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 밀고 나갔다.

그런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내 고집대로 할 수가 없었다. 애가 닳은 학원 선생님의 주선으로  여기 저기 발을 놓아 힘 있다는 교수님의 새끼선생님(교수님이 가르친 제자인데 현직 음대 강사)과 연결되었다. 그런데 1회 레슨비가 13만원. 1주일에 한 번반 받아도 한 달이면 52만원인데 1주일에 두 번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집 형편으로는 1주일에 강사 레슨 한 번도 부담스러웠다. 학원에서도 따로 공부를 하고 있으니 학원 교육비까지 합하면 한 달에 80만원이 넘었다. (밤늦도록 피아노를 쳐야 하니까 학원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자꾸만 교수레슨을 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이들이 많았다. 교수 레슨비는 시간당 30만원. 고 3부터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교수 레슨을 시작했다. 레슨을 받고 온 아이가 어느 날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엄마, 1주일에 한 번 만 더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애는 1주일 내내 교수 레슨을 해요."

한 달이면 900만원?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더니 남들 흉내내면 정말로 가랑이가 찢어질 판이다. 하지만 아이 하나에 모든 것을 걸 수가 없었다. 이미 큰 아이가 대학생이었으므로. 아이는 끝까지 1주일에 한 번씩만 레슨을 받았고 참으로 어렵게 대학에 입학했다.(만일 1주일에 서너 번이라도 레슨을 시켰더라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딸아이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어렵게 음대생이 되었으니 그것으로 고생이 끝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실제적인 경쟁은 이때부터 다시 시작된다. 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교수님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적극적인 항의나 절을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일반학과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47. 7%인 반면 음대생들의 취업률은 10.2% 수준을 벗나지 못하고 있다. 음악을 전공했다고 하여 모두 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길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나 작곡가, 혹은 연주자나 교수가 되는 길이 있다. 물론 피아노 같은 경우 개인 레슨을 하거나 학원을 차릴 수도 있지만 이미 포화태인 현장에서 살아 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음악을 포기하고 회사에 취직하려고 해도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을 환영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일반학과와 달리 4년 내내 음악 공부만 했던 이들을 누가 반기겠는가.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들은 자신이 속한 교수에게 많은 것들을 걸 수 밖에 없다.(도제식 교육의 한계이자 병폐일 수도 있겠다.) 

실력보다 연줄이 우선인 한국사회 아닌가. 예술계에서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이참에 음악계에도 새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음악대학은 기능만 가르치는 수업에서 벗어나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사회에서 요한 것들을 가르쳐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 음악전공자들에게 살 길을 마련해 주고 사회에서도 그들에 대한 활용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도 저도 어렵다면 최고로 잘하는 사람만 음악을 할 수 있도록 애초에 소수의 인원만 뽑는 것이 옳지 않을까.   많은 사람을 뽑아 놓고 비현실적인 경쟁을 시키다 보니 이와 같은 비리들이 생겨나는 게 아닌가.

나는 김인혜교수 사건의 본질을 수요와 공급의 편차가 낳은 부작용이라고 말하고 싶다.

                                                                           -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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