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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바이러스의 생존 능력
(서프라이즈 / Crete / 2011-02-19)

한국에서 난리가 난 구제역은 ‘Aphthovirus(앱쏘바이러스)’라는 녀석에 의해 발생합니다. 대충 구조는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ssRNA positive strand virus이죠.

그런데 오늘은 이런 학술적인 내용 말고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의원이 했다는… “내가 농사지어 봐서 아는데 구제역 매장터 침출수로 퇴비를 만들자”는 발언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한국 언론에서는 죄다 날씨가 풀리면 뭔가 대형 환경재앙이 닥칠 것 같은 뉘앙스의 기사를 많이 뽑아 내고 있는데… 하긴 한두 마리도 아니고 수백, 수천 마리의 소, 돼지를 매장했으니 사체 부패로 인한 환경오염문제는 발생을 하겠죠. 특히나 상수도 보호지역이라면 작은 문제는 아닙니다만…….

하지만 구제역에 감염된 소, 돼지를 특별한 조처 없이 매장한 뒤에 발생한 침출수에 구제역 바이러스, 그러니까 앱쏘바이러스가 최대한으로 배양된 상태에서 사체에서 방출되는 이들 바이러스 입자들이 생태계에 대규모로 유출되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길지 한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이 문제의 관건은 얼마나 앱쏘바이러스가 자연상태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는지 하는 점일 겁니다.

사실 구제역과 관련된 대부분의 연구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거의 다 마무리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물론 백신 개발과 관련해서는…. 인플루엔저 바이러스의 경우처럼 앱쏘바이러스도 지속적으로 변이를 일으키니 아직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는 하죠. 아무튼, 구제역을 유발하는 앱쏘바이러스의 경우 pH, 온도, 자외선을 포함한 자외선, 감마선 등에 대한 감수성 자료는 모두 알려져 있는 상태입니다.

일단 온도에 대한 감수성부터 살펴보죠. 저온, 즉 냉장실 온도인 4도에서는 18주, 즉 4달 반 정도 지나야 90% 정도가 사멸됩니다. 여기서 온도가 좀 올라가서 4-5월경의 평균기온인 20도의 경우 90% 정도가 사멸되려면 11일이 걸리죠. (참고문헌: Bachrach, H.L., Breese, S.S. Jr., Callis, J.J., Hess, W.R. & Patty, R.E., "Inactivation of foot-and-mouth disease virus by pH and temperature changes and by formaldehyde", Proceedings Society for Experimental Biology and Medicine. p. 147-152, 1957)

그런데 1987년 논문에 보면 22도에서도 8~10주, 그러니까 2달에서 2달 반정도 지나도 여전히 감염성(infectivity)를 유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참고문헌: Donaldson, A.I."Foot-and-mouth disease: the principle features" Irish Veterinary Journal, vol 41, p. 325-327, 1987) 그리고 이 논문에선 4도에서는 거의 1년 정도 감염성을 유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요즘 같은 한국 날씨에서는 거의 늦봄까지는 침출수에는 구제역을 전염시킬 수 있는 앱쏘바이러스가 꽤나 높은 감염력을 유지한 채로 존재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더불어 1970년 논문을 보시면 구제역에 감염된 돼지나 소가 도살되어 물과 뒤범벅이 될 경우 부패를 통해 피부조직이 떨어져나오게 되는데, 여기에서 앱쏘바이러스가 최장 67일간 생존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Hyslop, N. St. G., "The epizootiology and epidemiology of foot and mouth disease", Advances in Veterinary Medicine, vol. 14, p. 261-307, 1970)

이제 대충 결론을 내 보도록 하죠.

단순 도살된 돼지나 소의 사체가 부패되고 혈액을 포함한 각종 유기물이 주변 하천을 오염시키는 것도 분명히 환경에 좋은 영향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의원 말마따나 자연의 정화능력으로 일정 시간 후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논문에서 보시다시피 구제역을 유발하는 앱쏘바이러스의 경우 요즘 한국 날씨에서는 최소한 몇 달간은 감염력을 유지한 채로 자연상태에서 생존이 가능합니다.

이걸 퇴비로 쓰겠다는 생각이야 물론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현재 한국의 구제역 방역 현실은 훨씬 더 심각한 상태라는 건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Cr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