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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맞춘 내용을 국민교육헌장처럼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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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무현재단
댓글 0건 조회 2,479회 작성일 11-03-08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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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맞춘 내용을 국민교육헌장처럼 외웠다”
[한명숙 전 총리 8차 공판기] 상습사기범·마약사범과 맞선 진실게임

(노무현재단 / 강기석 / 2011-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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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재판의 핵심증인 한만호 전 한신건영 사장은 지난해 12월 20일 법정 양심선언 이래 검찰이 급조해 내세운 증인들에 대해 “(당신이) 그렇게 얘기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며 너그러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숙박훈련을 받았느냐” “가소롭다”며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해 재판장의 제지까지 받곤 했다. 때로는 상대 증인을 프락치라 부르며 사정없이 경멸하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어떤 자신감에서 그랬을까.

7일 열린 8차 공판에서 그는 이 사건 초기 수사과정에서 자신이 검찰 측 핵심증인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이를 통해 그는, 상대방의 증언내용을 거의 100% 부정하면서 보인 조울증 비슷한 극단적 반응들이, 자신을 이용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조작해낸 검찰에 대한 철저한 불신과 그런 검찰이 만들어낸 증인들의 정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데서 비롯된 생리적 거부감일 수도 있겠다는 인상을 강하게 내비쳤다. 나름의 강력한 심리적 저항기제였던 셈이다.


‘아주 높은 윗선에서 만든’ 조작의 구체적 정황

이날 변호인의 반대신문과 이에 대한 그의 증언내용을 시간순서 관계없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4월 초부터 3개월여 동안, 마치 한편의 상황극처럼 검찰 수사관들이 변호인 역할을 맡아 트레이닝하면서, 짜맞춘 내용을 국민교육헌장처럼 외웠다. 검사가 “잘했어요” 하면서 나이 오십이 넘은 한 전 사장을 저능아 취급해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돈을 전달한 날짜를 정확히 특정하지 못한 것은, 혹시 그날 한 전 총리가 공식일정이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입증할까 봐 우려해서다. 오전이 아니라 저녁에 전달한 것으로 한 것도 오전에 한 전 총리 공식일정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처음 돈을 전달했다는 도로의 정확한 위치도 특정하지 못했다. 돈을 전달한 사실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한 총리와의 통화횟수도 3차례 돈 전달할 때마다 4차례, 3차례, 3차례 한 것으로 했다가 다시 3-3-2 차례로 바꿨다가 결국 똑같이 3차례씩 한 것으로 결정하는 식이었다.

검찰관계자들로부터 “재판이 9, 10월이면 시작될 텐데 증언 한두 번만 잘하면 가석방시켜 줄 수 있다”는 소리(만기석방은 올 6월)를 아주 여러 번 들었다. “석방돼서 다른 사건으로 기소되지 않도록 해주겠으며 재기하도록 도와주겠다”는 소리도 했다.

한 전 사장은 자신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이거 큰일 났다” 싶어 ‘실탄’ ‘돈질’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사실 그 돈은 교회신축공사 로비자금으로 쓴 것이라는 진실을 말했으나 수사관은 ‘피곤하다’며 얘기를 듣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검찰에서의 진술번복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법정까지 오게 된 것이다.

자금 흐름을 담고 있는 총괄장부는 없어진 것이 아니라 건설채권을 챙기려는 남모나 정모 실장이 숨기고 있거나 검찰이 갖고 있을 것이다. 이 장부에는 한 전 사장이 돈을 쓸 때마다 ‘한’이라고 메모해 뒀는데, 이 ‘한’은 한 전 총리가 아니다. 그것이 드러날까 봐 검찰이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증거 및 조서 조작의혹도 있다. 채권회수목록에 ‘의원, 현금, 3억 원’으로 프린트된 부분에 3억 원을 손으로 가필한 것은 한 사장이 “(이런 증거자료를) 인정받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걱정할 정도였다. “2억 원을 김아무개씨(한 전 총리 전 비서)를 위해 만들었다”고 쓰인 검찰진술조서가 어느 날 ‘한 전 총리’로 바뀌어져 있었다. 검찰은 “한 총리와 연결되는 부분이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검사의 재번복 회유와 재소자 겁박

놀랍고 무서운 일이다. 한 전 사장은 이미 6차 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아주 높은 윗선에서 계획적으로 만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한 바 있는데 이날 그 구체적인 실행과정까지 작심하고 폭로한 것이다. 한 전 사장은 또 양심선언 후 자신에게 닥쳐온 압박과 회유에 대해서도 토로했다.

양심선언 다음날 한 전 사장이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자 수사검사가 직접 구치소를 방문해 “공판 중에는 진술을 재번복해도 별문제가 없으니 다시 한 번 진술을 번복해 달라”고 했다.

동료 수감자들조차 “검찰이 그냥 있겠냐”며 겁박했다. 일부는 옆에 붙어서 무슨 얘기하나 엿듣기도 했다. 검찰에서 증거로 쓰기 위해 일부러 붙여놓은 것이다.

수사검사가 심장병과 치매증상으로 입원해 있는 한 전 사장 어머니를 꽃다발을 들고 찾아가 “아드님이 진술을 번복해서 빨리 나오기 어렵게 됐다”고 얘기했다. 검찰은 협박이 아니었다고 반박하지만 한 전 사장은 협박으로 느꼈다.

역시 놀랍고 무서운 얘기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생생한 폭로는 검찰의 맞불작전에 막혀 ‘아직까지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진실을 가려줄 객관적인 지표가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과연 이날도 검찰은 한만호 전 사장에 대한 신문에 앞서, 그와 함께 형을 살면서 “내가 한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줬다”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는 또 한 명의 재소자를 증언대에 세웠다.


상습사기범에 이어 등장한 마약사범

이 증인 역시 지난해 4월 초 한 전 사장을 처음 만나 그로부터 “한 총리와 누님 동생 하는 사이”라는 말,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 9억 원을 제공했다는 말을 들었으며 이른바 재소자들끼리의 재판놀이 격인 ‘심리싸움’을 통해 한 전 사장이 한 말들이 진실임을 알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7차 공판에 나섰던 김모씨와 마찬가지로, 한 전 사장이 8월 광복절 가석방이 좌절된 후 진술번복을 결심했다고 여러 사람에게 말했고 위증죄에 대해서도 물었다고 말했다.

이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교도소에서 판사, 검사, 변호사 노릇에 푹 빠져 놀면서 때로는 한 전 사장의 고해성사를 받는 신부 노릇도 한 셈인데, 문제는 이들이 하나는 상습사기 전과자, 또 하나는 현재 9년형을 살고 있는 마약사범이라는 점이다. 이 마약사범은 설을 앞두고 검찰에 불려 나가 증인으로 채택된 후 재판 하루 전까지 1주일에 3~4차례씩 검찰에 불려나가 이날 증언에 대비해 왔음을 숨기지 않았다. 상습사기범, 마약사범을 내세워서라도 한 전 총리를 끝내 옭아매 보려는 이런 검찰의 행태를 무모하다 해야 하는가, 담대하다 해야 하는가.

지난주, 대한민국의 법조계를 비판하는 두 권의 책이 출판됐다. 하나는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이란 책이고 또 하나는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라는 책이다. ‘검찰을 바꿔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을 단 한겨레신문 서평을 보니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법무부 외청에 불과한 검찰이 어떻게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는가를 법학 교수, 인권 전문가들이 역사적, 제도적 측면에서 고찰하고 그 개혁방안을 모색한 책이다.


사냥개가 애완견은 되지 못할까

또 하나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라는 책은 검사 출신 변호사가 법조계 인사들에 의한 사법권력 오남용의 현장을 고발하고 있는 모양이다. 오마이뉴스에 소개된 글에서 저자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힘센 돼지들은 다른 동물로부터 비판을 당하면 어김없이 개들을 시켜 그런 동물들을 물어뜯도록 했다”며, “이 나라에서는 힘깨나 쓰는 사람들이 판·검사들을 시켜 비판자들을 마구 물어뜯게 하는 일이 날이면 날마다 일어나고 있으니 이 나라는 아주 특별한 동물농장”이라고 꼬집었다.

다음 재판 때(3월21일)까지 이 두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왜 검찰이 다른 듯 비슷한 두 사람(한상률, 에리카 김)을 한날한시에 불러 놓고 저렇게 요란을 떠는지, 그 해답도 덤으로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강기석 / 노무현재단 홈페이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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