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선, 우린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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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니 별꼴을 다 본다는 말이 있는데, 요즘 내가 딱 그렇다. 지난 수년 동안 입이 닳도록 하던 게 “땅 투기 하지 마라, 부동산 투기 하지 마라” 그런 얘기였다. 그리고 올해 특히 신경 써서 하려는 얘기가 조기 유학 문제와 우리 말로 글 쓰기, 이런 주제이다. 기관 혹은 회사마다 매년 중점추진사업이라는 게 있는데, 자식을 조기 유학 보낸 사람들은 최소한 장관이나 차관 그런 고위 공직에는 나오지 말게 하자, 그런 게 나의 중점추진 과제인 셈이다. 작년 말에 민주당의 개혁특위를 맡은 천정배 의원에게 그런 고민을 얘기했더니, 이 양반이 내가 다 민망하게 한숨만 푹푹 쉬면서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입이 안 떨어진다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부터 조기 유학 안 보내겠다는 선언 같은 거 해보라고 말했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좌파인가, 우파인가, 뭔가 뒤집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빡 하고 때리고 갔다. 90년대 미테랑 후반기, 우파들의 총선 승리로 대통령은 좌파, 총리는 우파인 동거정부가 펼쳐진 적이 있다. 사회당의 기세를 뚫고 승기를 잡은 프랑스 우파들이 내각을 잡고 제일 처음 한 조치들이 불어 교육을 강화하고, 라디오에서 프랑스 음악 의무 송출비율을 정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보수주의자들은 자기네 나라 교육을 강화시키고, 자기 말을 더 쓰도록 하고, 보건을 강화하는 게 기본이라고 알고 있다. 프랑스 보수는 진짜 무서운 보수이고, 기 소르망같이 정말 책 하나는 엄청나게 읽어서 할 말이 없게 만든다. 그럼 미국 보수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청년들 체력이 약해서 전쟁하느라고 엄청 애먹었다고, 보수주의자들이 나서서 미국의 급식 체계를 만든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도대체 이게 뭐냐? 뭐가 바뀌어도 단단히 바뀌었다.
신라 향가를 해석한 걸로 유명해진 양주동 선생의 ‘몇 어찌’라는 수필에는 기하학을 도저히 한문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하면서, 신학문을 배워서 나라를 되찾겠다는 결심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라의 기본은 우파들이 지키고, 좌파들은 생기발랄하게 뛰어놀면서 그 권위주의 내에 균열을 만들고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나라, 그런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인데, 한국은 뭐가 많이 이상해졌다. 좌파들이 정색을 하고 아이들 밥 먹이자, 조기 유학 그만 보내자, 투기 그만 좀 해라, 이게 뭔 꼴인지 모르겠다. 꼭 시어머니 된 것 같다.
하여간 이런 상황을 보면서, 한국에서 진보가 별 거 없지만, 다음 번 대선에는 우파들한테서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실력으로 보면, ‘쨉’도 안된다. 한국은 좌파냐고 물으면 3%, 진보라고 물으면 30% 정도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나라이다. 그리고 나머지 국민은 우파 아니면 극우파, 그래서 절대적으로 우파들이 필승하는 구조이다. 근데, 우리나라 대선은 누가 뭘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뭘 못해서 결정되는 나라인 것 같고,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IMF 사태로 정권을 넘겨준 이후로, 실정이 더 큰 기준이 된 나라이다. 현 정권도 자기들이 뭘 잘해서가 아니라 전 정권에 너무 실망한 국민들 덕분에 길 가다 나라 꿀꺽 삼킨 거 아닌가?
이게 기본인데,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 우파들이 요즘 기러기 아빠 등으로 미국 보낸 자식에게 송금하느라고 뼛골이 빠져서 정권 지킬 여력이 없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요즘은 누가 조기 유학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냥 보내세요, 우리도 집권 좀 해보게요”, 이렇게 대답한다. 지려야 질 수 없는 게임!
그러나 우리에게도 고민이 있다. 80년대에 결성된 민중단체 그리고 90년대 중후반에 출발한 시민단체, 이런 데들이 정권 받아오기에는 여전히 취약할뿐더러, 조직 내부에 깊은 내상들이 있다. 다음 대선 때에는 우리가 뭘 잘해서가 아니라 우파들이 조기 유학으로 정신없어서 이기기는 할 것 같은데, 그 다음이 문제다. 이번에 정권 받아오면, 김대중-노무현 때처럼 어영부영 뺏기기는 싫고, 한 20년 정도 지키면서 정말 좋은 나라를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
앞으로 50주, 위기의 시민운동 내부 문제를 조직론의 시각으로 같이 살펴보면서 ‘지지 않는 대선’ 그리고 ‘지지 않는 정권’을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 어쨌든 우리 팀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주력군인데, 뉴라이트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최열, 박원순 얘기 등 좀 쓴 얘기도 있을 거고, 우리 내부의 부패나 무능에 대한 얘기도 할 생각이다.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기러기 아빠 군단들한테 대선에서 지면 그땐 진짜 기분 나쁘지 않겠는가? 투기꾼, 경제 잡범 장관, 기러기 아빠, 어떻게 이런 사람들에게 질 수가 있는가? 좌파는 분열로 망하고 우파는 부패로 망한다는데, 요즘 한국 우파는 조기 유학에 자금을 대다 망한다. 그래서 완벽한 승리를 위해, 지금은 우리 스스로를 좀 돌아볼 때인 것 같다.
2011-03-07 21:40:21 우석훈 | 2.1 연구소 소장 경향신문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내가 좌파인가, 우파인가, 뭔가 뒤집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빡 하고 때리고 갔다. 90년대 미테랑 후반기, 우파들의 총선 승리로 대통령은 좌파, 총리는 우파인 동거정부가 펼쳐진 적이 있다. 사회당의 기세를 뚫고 승기를 잡은 프랑스 우파들이 내각을 잡고 제일 처음 한 조치들이 불어 교육을 강화하고, 라디오에서 프랑스 음악 의무 송출비율을 정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보수주의자들은 자기네 나라 교육을 강화시키고, 자기 말을 더 쓰도록 하고, 보건을 강화하는 게 기본이라고 알고 있다. 프랑스 보수는 진짜 무서운 보수이고, 기 소르망같이 정말 책 하나는 엄청나게 읽어서 할 말이 없게 만든다. 그럼 미국 보수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청년들 체력이 약해서 전쟁하느라고 엄청 애먹었다고, 보수주의자들이 나서서 미국의 급식 체계를 만든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수는, 도대체 이게 뭐냐? 뭐가 바뀌어도 단단히 바뀌었다.
신라 향가를 해석한 걸로 유명해진 양주동 선생의 ‘몇 어찌’라는 수필에는 기하학을 도저히 한문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하면서, 신학문을 배워서 나라를 되찾겠다는 결심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라의 기본은 우파들이 지키고, 좌파들은 생기발랄하게 뛰어놀면서 그 권위주의 내에 균열을 만들고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나라, 그런 나라가 잘 사는 나라인데, 한국은 뭐가 많이 이상해졌다. 좌파들이 정색을 하고 아이들 밥 먹이자, 조기 유학 그만 보내자, 투기 그만 좀 해라, 이게 뭔 꼴인지 모르겠다. 꼭 시어머니 된 것 같다.
이게 기본인데, 더 근본적으로는 한국 우파들이 요즘 기러기 아빠 등으로 미국 보낸 자식에게 송금하느라고 뼛골이 빠져서 정권 지킬 여력이 없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요즘은 누가 조기 유학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냥 보내세요, 우리도 집권 좀 해보게요”, 이렇게 대답한다. 지려야 질 수 없는 게임!
그러나 우리에게도 고민이 있다. 80년대에 결성된 민중단체 그리고 90년대 중후반에 출발한 시민단체, 이런 데들이 정권 받아오기에는 여전히 취약할뿐더러, 조직 내부에 깊은 내상들이 있다. 다음 대선 때에는 우리가 뭘 잘해서가 아니라 우파들이 조기 유학으로 정신없어서 이기기는 할 것 같은데, 그 다음이 문제다. 이번에 정권 받아오면, 김대중-노무현 때처럼 어영부영 뺏기기는 싫고, 한 20년 정도 지키면서 정말 좋은 나라를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
앞으로 50주, 위기의 시민운동 내부 문제를 조직론의 시각으로 같이 살펴보면서 ‘지지 않는 대선’ 그리고 ‘지지 않는 정권’을 같이 만들어보고 싶다. 어쨌든 우리 팀에서는 시민단체들이 주력군인데, 뉴라이트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최열, 박원순 얘기 등 좀 쓴 얘기도 있을 거고, 우리 내부의 부패나 무능에 대한 얘기도 할 생각이다.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기러기 아빠 군단들한테 대선에서 지면 그땐 진짜 기분 나쁘지 않겠는가? 투기꾼, 경제 잡범 장관, 기러기 아빠, 어떻게 이런 사람들에게 질 수가 있는가? 좌파는 분열로 망하고 우파는 부패로 망한다는데, 요즘 한국 우파는 조기 유학에 자금을 대다 망한다. 그래서 완벽한 승리를 위해, 지금은 우리 스스로를 좀 돌아볼 때인 것 같다.
2011-03-07 21:40:21 우석훈 | 2.1 연구소 소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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