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지는 '장자연 리스트', 혹시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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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밥그릇이 무섭긴 무섭습니다.
젊은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등져버린 고 장자연씨의 이야기가 그녀의 2주기 후에 다시 세상에 불거져나오는 것을 보며 나름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이 정말 가녀리고 마음아픈, 서글픈 아가씨의 이야기가 저들의 밥그릇 싸움에 이용됐다는 의문이 들면서 저는 이같은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장자연씨가 스스로 그 힘겨웠던 삶을 뒤로하고 훌쩍 떠나버린 지 2년. SBS 방송은 느닷없이 그녀의 2주기에 맞춰 그녀가 남겼다는 편지와, 거기에 공개된 그녀를 성 노리개로 삼았던 사람들의 명단을 입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그걸 보며 이것이 보수 언론들 간의 싸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미 2년전에 세간에 돌았던 이야기처럼, 장자연씨가 강요당한 성상납의 대상 중엔 '이번에 종편 방송을 허가받은 모 신문사'의 주요 간부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요 간부'는 '그 신문의 소유주 가문'사람이었습니다.
그 사건이 불거진 지 딱 2년이 되는 시점(정말로 장자연씨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지 '딱 2년'이 되는)에서 왜 느닷없이 방송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결국은 '종편의 문제' 가 아닌가 싶더군요. 지금 방송의 광고 시장이란 것이 어떤 형편일지는 현재 경제 상황으로 미뤄볼 때 대략 짐작이 갑니다. 그런 형편에서 방송 광고 시장을 나눠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방송사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아무리 시청료를 국민들로부터 더 걷어 그들의 밥숫갈에 얹을 밥덩어리를 조금 나눠준다 한들, 이것이 그들이 커질대로 커진 배에 찰 수 있을까요. 말 그대로 '미뤄 짐작컨대', 방송사로서는 지금 방송에 뛰어든 종편 업자들이 예쁘게 보일 리 없는 상황이지요. 이 사건을 굳이 다시 꺼낸 시점으로 미뤄볼 때 이 보도를 방송사 고위층이 몰랐을리도 없고, 이들이 굳이 싸움을 해야 할 상황도 아님을 생각하면, 이는 결국 밥그릇 싸움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듭니다.
기왕에, 그래도 이 이야기가 불거져 나왔다면, 수사기관은 마땅히 다시 수사를 해서 국민들에게 한 점 의혹도 없도록 해명해야만 할 것입니다. 비록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이 여기 줄줄이 연루되어 있다고 해도, 정의는 늘 요구하고 그것을 지키는 사람들의 몫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힘없고 불쌍하고 정말 '불행하게도 예뻤던' 한 젊은 여성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밝혀달라고 했던 진실 하나도 못 밝혀주는 국가라면, 도대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입니까.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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