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되지 않는 '절대 무력'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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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통해서 특정세력의 독주나 독재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민주주의의 원칙에 맞는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가 일반화되기 전인 봉건왕조시대때부터 이러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철저하게 적용되었던 분야가 있는데, 바로 군사력 분야, 즉 무력입니다.
아시겠지만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대로 무력의 기반은 고대이래 지금까지 권력 유지의 핵심요소중 하나고 그랬기 때문에 군령권(작전지휘)와 군정권(인사권)을 분리해서 서로를 견제하는 가운데서 균형을 유지했습니다. 요컨대 무력이 한곳으로 쏠리면 그건 곧바로 권력의 교체나 왕조의 멸망을 의미했다는 것은 세계사가 증명하는 진실입니다.
그래서 고래로 권력자들은 무력인 군사력을 철저하게 군정권자와 군령권자로 구분해 유지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왔습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죠.
군정권자인 각군의 참모총장에게 인사권과 군의 예산관리 그리고 감사의 권한을 부여하고 군령권자인 합참의장과 휘하 군사령관들과 작전사령관들에겐 부대의 작전과 이동통제에 대한 권한을 부여해 모두 국방장관의 휘하에 두는 문민통제의 기반을 유지해왔었습니다.
얼핏 보기엔 군사력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군령권자가 더 우세해보이지만, 군령권자들은 항상 인사권자인 참모총장의 눈치를 봐야하고 또 작전에 필요한 모든 예산의 승인을 군정권자인 참모총장에게 재가를 받아야 하며, 사후에 또 이 예산의 집행을 제대로 했는지 감사까지 받아야 하므로 절대로 맘대로 군사력을 쓸수 없는 제도적 안전핀이 꽂혀 있는 셈입니다.
또한 부대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사단장들의 경우에는 군령권자인 군사령관과 군정권자인 참모총장 모두에게 이중으로 간섭을 받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더이상 군의 쿠데타가 안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군의 문민통제가 정착화된 나라에선 대부분 군령권과 군정권이 이분화 된게 보편적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연평도 포격을 이유로 육군의 군정권자인 참모총장은 자기 잘못도 아닌데, 우습게도 그자리를 연평도 포격의 책임을 져야할 3군사령관에게 내줍니다. 그것도 부족해 역시 포격을 막지 못한 실무자인 합참 작전본부장을 후임 3군사령관으로 발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모두 영포라인으로요. 이른바 대통령의 직계라는. 사실 이것도 권력의 쏠림이라 봐야죠. 군의 주요 요직을 특정지역 그것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을 뽑는다는 것은.
하지만 그 이후 연평포 포격으로 불거진 군개혁때문에 합동군 사령부 어쩌고 하던 군의 개혁안은 각군의 입장차로 난항을 거듭하더니, 난데없이 합동군 사령관을 현 군령권자인 합참의장이 겸하되, 군정권자였던 각군의 참모총장에게는 각군의 군령권을 부여하겠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 얘기는 실질적으로 우리군의 주력인 육군참모총장에게 현 육군의 작전지휘권까지 부여하겠다는 소리고 이게 현실화될 경우, 육참총장은 군정권과 군령권을 한손에 쥔 가장 막강한 무력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이는 통제할 수 없는 무력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아울러 평시작전권을 우리에게 이양한 한미연합사는 12.12 군사반란시 보다 더 무력합니다.
현재 육군참모총장 김상기는 대통령의 동향이라는 이유로 급작스런 인사발령으로 그 자리(전임 황의돈 총장은 고작 6개월을 재직하고 밀려났습니다)에 올랐고 김상기대장의 원래 자리였던 야전의 꽃 3군사령관(우리나라 전방 8개 군단중 5개군단을 통솔하고 있고 5개 주력 기계화 사단중 무려 4개를 휘하에 둔 야전 최고의 지위)에 또다시 영포라인인 이충기 그것도 연평도때 삽질로 군의 개망신을 자초한 인사를 억지로 앉혔다는 것을 오버랩하면 지금 이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매우 뒷끝이 안좋은, 예후가 나쁜 악성 종양의 탄생을 보는 기분입니다. 이게 우연이라고 할 수 있는 성질의 상황전개일까요?
현재 김상기 이충기 모두 연평도때 작전지휘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자리에 올랐다는 것과 또 그것도 부족해 이들에게 견제와 균형이 전혀 없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본래 의도는 과연 뭘까를 의심해야 할 상황 아닌가요?
지금 이게 현실화되면 견제와 균형이 깨진 육군은 속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수 없게 되고 이러한 힘의 집중은 곧바로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무시못할 변수로 급부상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러한 통제받지 않는 무력의 탄생은 야당은 물론 여권내의 유력 후보 박근혜와 그 계파들에게도 매우 치명적이고 암시적인 협박이 될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박근혜가 차기대통령이 되어도 이명박은 곱게 여생을 보내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니까요. 개헌을 압박하는 카드로도 또 여차직하면 친위쿠데타를 위한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장치들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일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시나리오는 너무 많은 무리수가 있기에 기우일수도 있습니다. 그러길 간절히 바라고요.
하지만, 지금 군의 개혁안을 빙자한 군령권의 3군 참모총장 귀속은 명백히 통제되지 않는 무력의 탄생을
의미하고 이러한 현상은 과거 봉건왕조에서도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 일이라는 점에서 주의와 각성을 촉구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이명박 권력은 늘 우리의 상상 이상을 넘어서 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권 막판까지 계속 몸을 사리지 않고 앞뒤 없이 지 하고픈대로 하는 이유가 혹시라도 이러한 통제되지 않는 무력의 탄생까지 염두에 두면서 하는 행동이라면, 어쩌면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이래 또한번 가장 길고 긴 기간에 걸쳐 수행될 쿠데타는 이미 시동을 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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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님의 댓글
민주 작성일2MB가 제 입맛대로 군대까지 주무르고 있구나... 어이쿠...아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