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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의 예의 / 시인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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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2,075회 작성일 11-03-1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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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재앙앞에 인간이란… 지난 11일 밀어닥친 지진해일로 거대한 쓰레기장이 된 일본 미야기현 나토리에서 13일 한 소녀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울먹이고 있다. 나토리/AP 뉴시스
일본에의 예의 / 고은

어떻게 저 무지막지한 재앙에
입 벌려
빈 소리를 낸단 말인가
어떻게 저 눈앞 캄캄한 파국에
입 다물고
고개 돌린단 말인가
이도 저도 아닌 속수무책으로 실시간의 화면을 본다

몇 천일지
몇 만일지 모를 일상의 착한 목숨들
이제 살아오지 못한다
어머니도
아기도
할아버지도 휩쓸려갔다
아버지도
누나도 친구들도 어느 시궁창 더미에 파묻혔다
그리도 알뜰한 당신들의 집
다 떠내려갔다
배들이 뭍으로 와 뒤집혔고
차들이 장난감으로 떠내려갔다 우유도 물도 없다

인간의 안락이란 얼마나 불운인가
인간의 문명이란 얼마나 무명인가
인간의 장소란 얼마나 허망한가
저 탕산 저 인도네시아
저 아이티
저 뉴질랜드
오늘 다시 일본의 사변에서
인류는 인류의 불행으로 자신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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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5일 한겨레 그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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