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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웃음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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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1,910회 작성일 11-03-18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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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 회항 사건으로 한바탕 요란한 소동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된 뉴스를 인터넷에서 읽으면서 눈에 우선 들어온 것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이었다. 네티즌들의 대다수는 이 비행기 최고위 승객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비싼 제트유의 낭비를 크게 아쉬워하고 매섭게 질타하고 있었다. 새삼 이렇게 절대적인 증오와 적대감을 갖게 한 공인이 과연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댓글들이었다.

나는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끼친 숱한 해악들을 꼽을 때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심성을 이렇듯 거칠게 만든 것을 가장 큰 죄로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용서는 증오보다 고귀하다”는 말도 있지만 착한 국민들로 하여금 어떤 인간에 대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을 갖게 만들고, 심지어 원한에 가까운 적개심까지 품게 하는 것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국격’의 향상을 막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 '농담' 닮은 현실

이 정권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이렇듯 미움은 깊게 하는 반면 웃음은 쫓아내고 있다. 웃음과 풍자를 용납하지 않아 국민들의 밝은 심성 함양을 가로막고 있다. 농담과 풍자에 대해 이 정권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유머를 용납하지 않는 권력에 의해 평범한 개인이 겪는 재난을 그리고 있다. 스무 살의 대학생인 루드빅이라는 청년은 한 살 아래인 마르케타를 좋아한다. 그런데 농담을 즐기는 루드빅과 달리 마르케타는 매사에 진지하기만 하다. 그런 마르케타를 답답해하던 루드빅은 당의 교육 연수에 참여한 그녀에게 농담조의 엽서를 보낸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분위기는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그러나 엽서의 내용이 빌미가 돼 루드빅은 당에서 제명되고 학업도 계속할 수 없게 된다. 농담으로 던진 몇 마디의 말이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쥐 그림’ 풍자에 대한 드잡이 등 우리와 너무도 닮은꼴이 아닌가.

그런데 농담과 풍자와 관련해 더욱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반(反)농담 반(反)풍자’ 세력은 국민의 통쾌한 웃음을 막는 것을 넘어서 전혀 우습지 않은 악성 유머를 남발하고는 이를 유머라고 강변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진짜 웃음, 진정한 유머가 설 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가령 며칠 전에도 대통령은 “모든 정상 중에 내가 제일 열심히 일 한다”는 말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나는 그가 이 말을 진지한 마음으로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차마 들지 않는다. 그러나 곤란한 것은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이려니 더욱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유머로 해석한다면, 이는 수준 낮은 농담 정도를 넘어서 고통스러운 수준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한국도 지난 1995년에 가입한 유엔 고문방지협약에서 규정한 ‘고문’에 대한 설명을 들춰보게 됐다. 이 협약 제 1조는 고문을 ‘공직자 또는 공직자를 대신하거나 공직자의 사주를 받아... 어떤 사람에 대해 심각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고의적으로 가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회의 여유 보여주는 진짜웃음 언제

웃음, 농담의 자유는 농담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곧 그 사회의 자유와 여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창의성도 그런 여유와 자유에서 생겨난다. 우리에게도 ‘농담의 자유’를 빼앗겼던 시절이 있었다. 유신 시대 때는 술집에서 농담 한마디 할 때도 주위에 누가 없는지 살피고 해야 했다.

우리 사회가 확실히 확보한 것처럼 보였던 ‘농담의 자유’는 이 정권 들어 크게 후퇴했다. 그러나 그건 얼마든 참을 수 있다. 다만 농담을 독점하려고 하는 이 권력에게 우리가 바라는 건 농담을 하려거든 제발 제대로 된 농담, 정말 웃기는 농담을 해 달라는 것이다. ‘고문’이 아닌 진짜 농담 말이다.

이명재·출판인
출처: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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