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소와 신자유주의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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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본의 강진과 지진해일, 이에 따른 원전 사고는 원전이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는 있지만 사고가 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번져버리는 위험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론자들은 원전의 이같은 위험 요소, 그리고 경험적으로 계속해 일어났던 원전과 관련한 크고 작은 사고들을 들어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계속되는 원전 확장 계획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번 일본의 동북 원전 사고는 이들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적절했던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이번 원전 사고는 미국을 비롯, 세계 각국의 원전 개발 계획을 다시한번 재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던 원전개발계획에 그대로 제동이 걸려버렸고, 일본의 사고 원전과 같은 모델의 원전이 운영 허가를 갱신받는 것이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지진 발생 당시엔 원전을 계속 미국의 주요 전력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시시각각 심각해지는 원전 사고의 실상들이 전해지면서 미국 전체의 원전에 대한 포괄적 안전도를 검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유럽 각국도 현재 추진중이거나 혹은 고려하고 있었던 원전 관련 정책들을 전면 보류하거나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원자력의 군사적인 이용이나 심지어는 평화적인 이용과도 관련해 '일본'이 타산지석이 된다는 것은 어떤 역사의 장난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원폭 피폭 역사 때문에 일본은 항상 원자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거론되는 국가였습니다. 문제는 이번에 사고가 나면서 일본 정부가 취했던 태도입니다. 사고 초기 미국의 도움을 거부했고, 절대로 우려되는 사태가 아니라고 거듭 발표했으며,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도 국민들에게 실상을 솔직히 밝히지 않다가 결국 최악의 재앙이 우려되는 사태로까지 발전해버리는 국면을 맞았습니다.
이것이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원전과 '신자유주의'는 참 닮은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원전의 개발 당시 많은 환경 전문가들이 환경파괴와 사고를 우려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인한 경쟁사회의 도래와 이로 인한 복지의 축소, 사회의 비인간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마찬가지 모습으로 강행됐습니다. 원전이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했던 것처럼, 신자유주의도 이른바 성장의 열매를 어느정도 구가시켜주긴 했습니다. 사람들은 거품으로 자라는 주식시장의 떡고물을 노리고 '시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물론 그 이면엔 어두운 그림자들이 있었습니다.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사고, 고리 원전의 방사능 유출사고 등의 크고작은 사고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성장의 그늘에서 더 많은 이윤을 내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회사에 의해 정리해고되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나섰고, 아예 일터가 더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 옮겨지면서 아예 일자리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사태가 계속됐습니다.
결국 체르노빌 사고와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사고처럼, 신자유주의는 성장의 진정한 동력이라 할 수 있는 '고용' 대신 '거품'을 대신 키웠고, 이 '거품 키우기'가 결국 리먼 브라더스사태같은 초대형 사고들을 불러왔습니다.그리고 사람들은 그런 사고가 나고 나서야, 이제 그 숨은 '위험'을 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것이 경제이든, 기술적인 것이든, '효율'만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이런 '효율 우선주의' 아래서는 아무리 안전망이 강하다고 해도 한순간의 임팩트에 그 안전망이 헛것이 되어 버릴 위험이 상존합니다. 더 나아가, 원전의 경우는 이중 삼중의 안전망이라도 쳤지만 경제의 경우는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치워 버리고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IMF 관리체제라는 극단적인 사태가, 또 미국의 경우엔 서브프라임이라는 유례없는 경제 '사고'가 터졌고, 국민 대다수를 피해자로 만들었습니다.
핵발전소와 신자유주의의 유사점 중에서도 가장 겁나는 것은 시스템 자체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이들이 불러오는 대형사고는 우리 세대에서 끝나지 않을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문제는 의지입니다. 비록 한계는 있지만, 최대한으로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시스템'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효율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훨씬 안전하게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체제가 주는 열매를 '안전하게' 함께 누릴 수 있는 방법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려면 당연히 안전망을 강화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시스템 전체에 대대적 개수와 개혁을 해야 한다는 의지와 용기, 그리고 지혜가 필요할 듯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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