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원전신화 1. 원전은 안전하다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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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원전 신화 ①] ‘원전은 안전하다’는 환상
(민중의소리 / 고희철 / 2011-03-20)
▲ 일본 북동부 지진 발생 나흘째인 14일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다이이치 제1 원전 3호기 건물이 폭발해 파손된 모습이 위성 영상에 잡혔다. 이 폭발로 3호기 건물 외벽이 붕괴되며 도쿄전력 직원과 자위대원 등 11명이 다쳤고 인근 주민들은 방사능 피폭을 피해 대피하고 있다. ⓒ뉴시스/AP |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과 대규모 방사능 유출 사고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원자력문화재단 등은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권고하는 10만 년에 1회 사고확률보다 더 안전한 1백만 년에 1회 미만’이라며 깨끗하고 안전한 ‘청정에너지’로 홍보해 왔으나 이번 사건을 통해 원전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위험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고확률 1백만 년에 1회 미만?… 대규모 사고 50년 새 벌써 3번째
전력기업 등 원자력발전을 옹호하는 이들은 원자력이 매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노심 손상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1만 년당 1회 이하가 되도록 원전을 짓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엄격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확률을 더욱 낮추는 추세라는 것이 원자력 옹호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1956년 영국에서 최초의 상업적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이후 1979년 미국 드리마일 사고와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사고, 이번 일본 후쿠시마 사고 등 50여 년 동안 대규모 사고만 이미 세 차례나 일어났다. 1만 년 당 1회라는 수치 자체가 허구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더구나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난 50여 년 동안 세 차례의 대규모 사고 외에도 작업자의 피폭, 방사능 오염 물질의 유출, 원자로의 부분적 용융(멜트다운) 등 수많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외부로 잘 알려지지 않아 원전의 안전성이 더 과장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원전 사고는 어떤 사고보다 더 광범위한 피해를 주며 장기적인 후유증을 가져온다는 것이 원전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체르노빌 사고… 사망자 최대 6만 명 달하는 것으로 분석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이자 유일하게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고 등급 7단계인 체르노빌 사고는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전 인류에게 경고한 사례다.
1986년 4월 26일 구소련 우크라이나 지역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사고로 4천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나 과학자들은 피폭으로 암에 걸린 이들까지 포함하면 사망자가 최대 6만 명에 달한다고 분석해 충격을 줬다.
▲ 1986년 폭발한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민중의소리 |
또한 우크라이나는 물론 벨로루시, 러시아 등 인근 국가까지 포함해 840여만 명이 방사선에 피폭되고, 남한 면적의 1.5배가 넘는 155,000㎢가 오염됐다. 오염지역의 1/3을 차지했던 농업지역은 반감기가 각각 30년과 28년인 세슘과 스트론듐 등으로 인해 불모지로 변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인근 지역에서는 특히 갑상선암이 급증했다. 갑상선암은 보통 개발도상국 어린이 100만 명 중 한 명꼴로 발병한다. 그러나 체르노빌 인근에서 방사선 물질에 노출된 영유아 중 1/3이 갑상선암의 징후를 보였고,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7%에 해당하는 330만 명이 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UN 체르노빌 포럼’에 보고됐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물질 유출로 갑상선암에 대한 공포가 높아지는 이유도 체르노빌의 경험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체르노빌 사고에 대해 구소련이 ‘원전 후진국’이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치부하는 경향도 있지만, 현재는 물론이고 당시 소련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원자력 발전에 성공한 과학 선진국이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전 ‘선전국’도 대형사고 빈발
치명적 원전 사고는 서방 선진국에서도 빈번히 일어났다.
1979년 미국 드리마일에서는 원자로가 공기 중에 노출돼 노심의 50%가 흘러내리는(노심 용융)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5만 명이 강제 소개됐고 5만 명이 자발적으로 대피했다.
또한 인접한 주(州)인 펜실베니아, 매릴랜드, 뉴욕 등에서는 유아 사망률이 각각 16%, 41%, 16% 증가했다. 당시 미국의 전체적인 유아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환경단체들은 이를 드리마일 사고 후유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고로 미국에서는 2008년까지 30년 가까이 원전 신규 건설이 중단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기업을 지닌 원전 강국 프랑스 역시 사고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1992년 포바에서는 작업자 3인이 보호복을 입지 않은 채 입자가속기에 진입했다 방사능에 노출되는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2008년에는 남부의 트라카스탱 원전에서 한 달 동안 세 차례나 원전 사고가 일어나 75kg의 우라늄 농축액이 강과 지하수를 오염시켰고, 최소 100여 명이 방사능에 노출됐다. 이 사고로 ‘원전은 안전하다’는 프랑스인의 인식은 무너졌고, 트라카스탱은 원전 사고를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전락해 와인 업자들이 ‘트라카스탱’이라는 상표를 포기하는 등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이번에 원전 폭발과 방사능 유출 사고가 일어난 일본 역시 원전 분야의 기술 강국으로 군림했지만 잦은 원전 사고와 미숙한 대응, 사고 은폐 등으로 여러 차례 비판받아 왔다.
52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일본은 90년대 이후에만 총 11차례 원전 사고를 기록했다.
1997년에는 이바라키현 토카이무라에 있는 핵 재처리 공장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고 35명 이상이 방사능에 노출됐다. 1999년에는 역시 토카이무라에 있는 핵연료 제조 공장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해 기술자 2명이 사망하고 55명이 방사능에 노출됐으며 30만 명 이상의 주민들에게 외출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2004년에는 도쿄에서 서쪽으로 350㎞ 떨어진 간사이 전기의 미하마 발전소에서 증기 누출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했다.
“안전하다” 되뇌기보다 원전 정책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시점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악화되자 우리 정부는 “한국은 안전하다”는 점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8일 오전 일본 지진피해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한 후 “전문가들로부터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이 매우 우수하고 안전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978년 국내 원전이 첫 가동을 시작한 이후 2009년까지 423회의 고장 정지가 일어났으며, 2000년 이후 10년 동안에도 140건의 고장이 있었다. 또한 한국의 원전이 밀집해 있는 영남 동해안 지방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원전 사고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도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문제는 원인이 무엇이든 원전은 사고가 일어나면 그 영향과 후유증이 국가 전체는 물론 인근 나라에 까지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벌써 미국 서해안 캘리포니아 지역에 도달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고 일본의 농축산물에서 방사선이 검출됐다. 원전 냉각에 쓰이느라 방사선에 오염된 해수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어 해양 오염과 어류를 통한 방사능 피폭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원자핵화학을 전공하고 발전소에서 근무하다 반핵운동을 했던 일본인 다카기 진자부로 씨(2000년 타계)는 1992년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빨간 불을 끄는 기술은 아직도 없습니다. 그리고 고준위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하는 방법은 여전히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원자력의 불은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지만 끄고 싶을 때 끌 수 없다는 점에서 빵점짜리 기술입니다”라고 고백했다.
다카기 씨가 죽은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꺼지지 않는 원자력의 불 앞에서 공포와 전율을 느끼고 있다. 원전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국가와 인류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출처 : http://www.vop.co.kr/A000003744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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