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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타살’에 내몰린 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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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돼지
댓글 1건 조회 2,091회 작성일 11-03-2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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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일상이다. 엄청난 재앙 속의 이웃나라 사람들을 TV 화면을 통해 지켜보다 탄식하는 순간들이 지나간다. 그러고는 ‘타인의 고통’을 나의 안위에 대한 확인과 위안으로 소비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빌어본다. 다음 순간, 좀 지나치다 싶은 예민함으로 스스로를 점검하게 된다. 눈감으면 안 보이는 것이 많다. 눈 감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나는 나를 믿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의, 우리들의 생의 감각은 살아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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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나는 나를 꼬집는 기분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조그만 땅에 살면서 이웃이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하고 있는 우리들의 무능이 사무쳤다. 한 여자가 죽었다. 20년간 성실히 일한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한 남편을 끝까지 응원하고 싶었으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생활고로 인한 우울증은 그녀를 덮쳤다.

여자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몸을 던졌다. 그리고 열 달 후, 여자의 남편이 죽었다. 추운 겨울 아침, 엄마의 죽음 이후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했던 남매가 아버지를 흔들어 깨웠을 때 그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심근경색으로 인한 돌연사. 통장잔고 4만원과 150만원의 카드빚이 44세 한창 나이의 남자가 세상에 남긴 것이었다. 열 달 만에 남매는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로 세상에 남겨졌다. 지난달 말 사망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임무창씨 가족의 이야기다.

젊음을 바쳐 일해 키워온 회사가 하루아침에 직원들에게 해고통지서를 보내온다. 구조조정! 그걸로 끝이다. 대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회사가 어려울 때 경영자가 자신의 씀씀이를 줄이고, 아파트 평수를 줄이는 일은 왜 일어나지 않는가. 77일간에 이르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간절한 사회적 호소는 경찰특공대 투입을 통한 폭력으로 얼룩지고 이 과정에서 3000여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희망퇴직, 무급자, 해고자 등이 되어 공장 밖으로 쫓겨났다. 가족까지 2만여명이 생활고와 싸워야 하는 힘겨운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회사는 해고자들에게 1년 뒤 복직을 약속했다. ‘무급자’ 임무창씨는 1년 동안 날품팔이를 전전하며 그 시간을 견뎠다. 하지만 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그의 아내는 투신자살했다. 아내의 죽음 이후 열 달 만에 그도 죽었다. 하지만 이 죽음에 우리가 어떻게 ‘자살’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는가. 어떻게 이런 돌연사를 ‘자연사’라 할 수 있는가. 죽으라고 내몬 회사가 있었고 내몰리다 바닥에 떨어져 죽은 사람들인데!

77일 파업 이후 어떤 이는 연탄불을 피워 자살했고 어떤 가족은 목을 맸다. 임무창씨의 죽음은 13번째 죽음이다. 2010년 11월 이후부터는 한 달에 한 명꼴로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임무창씨의 죽음 이후 또 한 명의 쌍용차 희망퇴직자가 창원에서 목숨을 끊었다. 견딜 수 있는 인간의 한계선을 넘어서고, 지켜볼 수 있는 인간의 한계선을 넘어선 느낌이다.

정부는 도대체 언제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이런 사회적 타살을 수수방관하며 보고 있을 텐가. 초국적 투기자본이 국가권력의 묵인 아래 집행하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어찌하여 ‘서민복지’는 없고 ‘자본복지’만 있는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무한 자본과 정부의 윤리의식이, 실낱보다 못한 사회안전망이 끔찍하다. 밤을 새워 파헤쳐지는 4대강, 구제역 파문, 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끊임없는 사회적 타살들…. 너무 많은 슬픔과 고통에 노출된, 대한민국 여기도 사방이 피폭 현장이다.


2011-03-20 21:16:22                  김선우|시인                         경향신문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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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카게산다님의 댓글

차카게산다 작성일

힘없는 백성들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입니다.
가진자들의 복지만이 배려되는 이러한 세태가 얼마나 더 길게 연장되어야 할까요.
좋은 기사 발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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