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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개곰
댓글 0건 조회 2,006회 작성일 11-04-0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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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노무현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종로를 포기하고 지역 감정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으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보좌관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 나 같았으면, 절대로 그러시면 안 된다고 펄펄 뛰었을 것이다. 정치인의 보좌관으로 나섰을 때는 평생 보좌관으로 썩겠다는 생각을 했겠는가? 노무현의 보좌관들도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상당히 거세게 반대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그대로 결행했다. 자신과 보좌관들을 생각하면 불리한 길이었지만 역사와 공동체를 생각하면 그것이 옳은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정치인은 보좌관에게 많이 기댄다. 의원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장관님, 그때는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옆에서 바람을 넣고 핸들을 잡아주는 사람이 많든 적든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운이 받쳐주면 거물급이 되고, 그 다음에는 자기의 보좌관을 정치인으로 키워주기도 한다. 그리고 정치인으로 큰 보좌관은 다시 보좌관을 영입해서 단시일 안에 거물로 크는 데 필요한 이런저런 달콤한 잔소리를 들어가면서 정치판에서 뒹군다. 정치인의 얼굴은 달라져도, 보좌관의 얼굴은 달라져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정치인 노무현의 남다른 점은 보좌관들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노무현은 보좌관들을 누구보다도 아끼고 동등한 동지로 대접했지만 보좌관들에게 휘둘리지 않았다. 쉽고 안전한 길만을 제시하기 마련인 보좌관들의 조언은 무시했다. 그런 과정에서 정치인의 길, 지도자의 길이 무엇인지를 거꾸로 보좌관들에게 가르쳤다. 지도자는 사익이 보장되는 안전한 포장로가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위험한 절벽길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가르쳤다.

한나라당에서 누가 나와도 맞붙어 이길 자신이 있다는 자신감과 여유도 인상적이었지만 분당을에 출마한 국민참여당 이종웅 후보에게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최종 거취는 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대의에 자기 한 몸을 던지는 헌신적 모습이었다. 인정받고 대접받던 유능한 전문가의 길을 접고 정치의 길로 나섰을 때는 개인적으로 포기한 것이 많았을 것이고 그것을 정치인으로 성공하여 보상받고 싶다는 욕망이 나 같으면 앞섰을 것이다. 그러나 이종웅 후보는 그런데 연연하지 않았다. 이종웅 후보에게도 보좌관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그의 보좌관도 그런 데 연연하지 않을 것 같다. 보좌관이 설령 연연하더라도 이종웅 후보는 노무현처럼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보좌관을 바꾸어놓을 지도자 같다.

대체불가능한 사람은 아무래도 노무현만은 아닌 것 같다. 내게는 자꾸만 이종웅도 대체불가능한 사람처럼 보인다. 이종웅뿐이겠는가. 총대를 메고 지옥 같은 정치판으로 다시 나서준 이재정도, 이병완도, 천호선도, 유시민도, 이백만도, 하나같이 대체불가능한 사람들이다.

아니, 잘 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종군기자로 김해를 누비고 있는 스나이퍼 기자도, 일거리가 쌓였는데도 대체불가능한 정치인들을 외롭게 옹호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일장 훈시를 하면서 재롱을 떠는 박봉팔 회장도, 여기에 외롭게 모여서 김해로 분당으로 달려가고 뒤에서 성원하는 봉파리언들도 내게는 대체불가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노무현이 가장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치열한 삶을 통해 자신이 대체불가능한 인간임을 수많은 사람들 마음속에 새겨놓고 갔다고 생각해서다. 전에는 대체불가능한 노무현과의 정치인이 노무현 하나였지만 이제는 이종웅, 이재정, 이병완, 천호선, 유시민, 이백만 등으로 불어났다.

노무현과는 이종웅과로, 이재정과로, 이병완과로, 천호선과로, 유시민과로, 이백만과로, 끝없이 대체불가능한 정치인을 양산할 것이다. 대체불가능한 정치인의 양성소인 국민참여당은 반드시 산을 옮길 것이다. 역사를 진보시킬 것이다. 대체불가능한 한국이라는 나라의 현실을 기어이 바꾸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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