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민후 기자]저는 연세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저는 연대에 입학한 이래 지금껏 단 한 번도 연대 학생으로서 부끄러웠던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김대중 도서관을 가진 학교의 학생으로서,
이한열·노수석 열사를 선배님으로 둔 학교 후배로서 연세대학교 학생인 것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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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분들의 전면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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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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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지금 연세대학교 학생인 것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사실 부끄럽다 못해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사실 저는 우리학교 청소노동자 분들이 하루 8시간에서 10시간 가량 일하는 계속 근무 근로자인데도, 매년 최저임금 수준인 월급 80만원 전후의 임금을 받으시는 줄 몰랐습니다.
학교에서 정겹게 15년 이상 일해오신 분들이 어느 날 느닷없이 연세대학교가 아닌 용역업체의 근로자가 되셨고, 학교 측의 방관 아래 용역업체는 마음대로 이 분들을 해고하고 최저임금에서 단 10원도 임금을 인상해주지 않는 횡포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하루는 저희 연세대학교 건물의 청소를 담당하시는 할머니께서 정치외교학과 전공과목 강의의 쉬는 시간에 떨리는 발로 단상 위에 올라와 말씀하셨습니다.
"학생들, 우리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지금 우리는 쉴 공간도 없고, 교통비와 식비를 빼면 남는 것도 별로 없어요. 그런데요. 우리도 사람이잖아요. 사람 답게 생활했으면 좋겠어요. 존경하는 연세대 학생들께서 우리 힘 없는 노동자들 좀 도와주세요. 부탁해요." 왜 그리 눈시울이 붉어지던지. 어제 이 할머니께서는 본관 앞 전면파업 결의대회 맨 앞자리에 앉아계셨습니다. 작은 주먹을 쥐고 할머니는 그렇게 "생활 임금 보장"이라는 구호를 나지막한 목소리로 외치고 계셨습니다.
3월 30일부로 저희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분들은 전면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학교 건물에는 뭉쳐진 먼지들이 굴러다니고, 화장실 쓰레기통은 치워지지 않고 있으며, 다 먹은 포카리스웨트 캔을 넣을 분리수거함도 가득 차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분들은 30일 학생들과 함께 연세대학교 총장 김한중 교수님과의 대화를 요구했지만, 곧바로 묵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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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분들과 함께 투쟁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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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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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사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연세대학교의 부끄럽고 참담한 모습입니다. 학교 측은 시종일관 "노동자들의 임금문제는 용역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고, 학생들은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학교에 내고 다니면서도 쓰레기 가득한 건물에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청소노동자분들은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1. 정당한 노동자들의
근로3권 행사를 방해하는 용역업체의 불법행위 근절, 2. 인간다운 휴식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 확보, 3. 생활임금 수준(시급 5180원)으로의 시급인상, 5.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철폐입니다.
특히 휴식공간에 대해서는 정말 연세대학교가 진리와 자유를 추구하는 예수님의 정신으로 세워진 학교라면, 당장 노동자분들이 제대로 쉴 곳을 마련해주어야 합니다. 어려운 말은 때려치우고, 인간은 쉬지 않으면 노동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연세대학교는 쉴 공간은 주지 않고, 노동하라고만 요구합니다. 앉아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몇 시간 공부를 하면 쉴 공간을 찾아나서는데, 하루 종일 서서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하시는 노동자분들이 무슨 기계의 부품인가요? 노동자도 사람입니다.
저는 얼마 전에 2011년 연세대학교 신입생 예비대학에서 '자랑스러운 선배'로 뽑혀서 2시간짜리 특강을 했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연세대학교에 들어온 여러분 진심으로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라고 당차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이런 식이라면, 이제 그 말을 철회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송도캠퍼스 건설에는 몇 백, 몇 천억원을 쏟아붇고 청소노동자들의 시급은 최저임금을 고수하는 사학재단의 뻔뻔함이 저로 하여금 연세대학교 소속인 것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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