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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슬픈 첫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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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봉팔
댓글 1건 조회 1,990회 작성일 11-04-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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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소개팅을 한 적이 있다.
상대 여학생은 딱 내 타입이었다.
짱쯔이와 짱백지와 짱만옥을 섞어 놓은게 지금의 내 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그 애는 그 '3짱'의 느낌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소개팅을 한 장소가 문제였다.
우린 '롯데리아'에서 만났는데 (소개시켜준 짜식이 장소를 거기로 정하는 바람에) 난 그 소개팅 때 롯데리아란 곳에 생전 첨 가봤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나와 그 여학생은 문학과 음악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나누었고 둘 만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둘은 곧 패스트푸드점 같은 장소가 우리의 수준있는 이야기를 심도 깊게 나누기에는 적당한 장소가 아니라는데 대해 서로 합의를 보고 장소를 옮기기 위해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데 난 그 때 햄버거 포장지와 콜라컵 그리고 플라스틱 쟁반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몰랐다. 해본 적이 없어서..

순간 얼핏 다른 사람을 보니 쓰레기통에 그냥 처 넣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난 플라스틱 쟁반과 쓰레기를 통채로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시도했다. (난 그 당시엔 그 플라스틱 쟁반도 일회용인 줄 알았다.)

그런데 플라시틱 쟁반이 쓰레기통 입구에서 막혀 안 들어가는 것이었다. 난 별 고민없이 쟁반 두 개를 무릎에 대고 뽀갰다.

'뻑' 소리가 나며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다.
난 뽀개진 쟁반을 쓰레기통에 넣고 난 뒤에야 나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 애는 얼굴이 목까지 시뻘개져 입구에서 고개를 돌리고 나를 외면하고 있었고 알바들과 손님들이 비웃음을 참으며 나를 힐끔힐끔 보고 있었던 것이다.

손님 중의 한 사람은 잠시 소리를 내고 웃기도 하더라.
그래도 난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돈을 꺼내며 알바에게 "쟁반 값 얼마면 되냐"고 하니까 알바는 "됐어요. 그냥 가세요" 라고 대답한 뒤 차갑게 나를 외면했다.

난 초인적인 자제력으로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알바에게 감사인사를 한 뒤 이미 밖으로 나가 버린 그 애를 따라 잡았다.
난 "이제 어디로 갈까요?" 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 애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애는 "저.. 오늘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요.. 그냥 집에 들어갈께요" 라고 대답한 뒤 나에게 짧은 목례를 남기고 떠나 버렸다.

난 고독감, 창피함, 굴욕감, 허전함, 아쉬움, 자책감 등 수 많은 감정이 복합된 상태에서 그 애를 소개시켜 준 친구를 만나 그 애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 날 밤 난 그 애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 "저.. 오늘 즐거웠어요.."
그 애 "예.. 근데 무슨 일이세요?"
나 "저.. 오늘 일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았으면 해서요"
그 애 ".. 알았어요.." (딸깍)

그 애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그런데 다음 날 온 학교에 소문이 다 퍼져 있었다.
괘씸한 것...
하지만 지금은 그 애에 대한 어떤 서운함도 남아있지 않다.
사랑.. 미련.. 그리고 애틋한 그리움만이 조금 남아있을 뿐이다.

아 추억의 쓰리짱.. 걔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아마 애 엄마가 되어 있겠지..

쓸쓸한 가을날이다.

 

ⓒ박봉팔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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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님의 댓글

히히.. 작성일

ㅋㅋㅋ
웃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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