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노는 되고, 한복은 안돼?”… 신라호텔의 정체성 > 통일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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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이 모독당했습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최고 호텔이라고 자랑하는 신라호텔(사장 이부진) 뷔페식당이 모독했다는 것이 더 충격입니다. 외국 어느 나라도 한복을 모독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대한민국 첫손가락에 꼽히는 신라호텔이 한복을 모독할 수 있습니까?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손님 입장을 거절했습니다. 충격입니다. 통곡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옷인 한복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여년을 만날 한복만 입고 다니는 한복디자이너 이혜순 씨는 12일 저녁 약속이 있어 신라호텔 안에 있는 한 뷔페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우리 호텔엔 드레스 코드가 있다. 한복은 출입이 안된다”고 한 직원이 말했다고 합니다.

이혜순 씨는 왜 안 되는지 물었고 지배인은 “한복은 위험한 옷이기 때문”이라며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들을 훼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분통이 터집니다. 한복이 왜 위험한 옷입니까? 그럼 기모노 입은 사람은 출입이 가능합니까? 유명한 사람들이 행사 때 입는 드레스는 부피감이 없습니까? 그럼 드레스 입은 손님들을 출입금지 할 것입니까?

한복을 모독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분노했습니다. “기모노 출입 가능한가”, “신라호텔이 아니라 일본호텔”, “난 도저히 이 인간들 정신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네. 권력이나 돈 좀 있는 인간들의 뇌 구조와 감성구조는 일반적인 건강한 사람과는 많이 다른가 보네 라고 생각하는 게 그나마 점잖게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인데…. 참, 할 말은 많은데 달리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병진 씨는 13일 트위터에 “신라호텔에서 클럽 정모를 한 번 할까 합니다. 일요일 낮에 점심이나 먹죠. 다들 한복 입고 오세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MBC <이산>에서 ‘정순왕후’와 <대장금>에서 의녀 ‘장덕’ 역을 맡았던 김여진 씨도 트위터를 통해 “혹 신라호텔 레스토랑에서 누가 밥 사준다고 할까 봐 미리 하는 고민. 장덕 의녀 버전으로 갈 것인가? 정순왕후 버전으로 갈 것인가?”라고 비꼬았습니다.

그런데 신라호텔은 기모노 입은 일본 여성을 출입시켰습니다. 지난 2008년 9월 2일 일본호텔교육센터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연 ‘제14회 료칸, 호텔 문화 국제교류시리즈 : 오카미 인 코리아’ 행사에서 기모노를 차려입은 각 지역의 료칸 오카미(일본식 여관의 여주인)들이 참석했습니다.

사진 출처 : 뉴시스

이뿐 아닙니다. 지난 2004년 6월 18일에는 일본 자위대가 창립 50주년 행사를 치렀는데 장소를 제공한 곳이 신라호텔입니다. 일본은 그동안 해마다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가졌으나 2004년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해 신라호텔에서 대대적 기념행사를 가졌고, 우리나라 정부 및 국회-언론 등의 고위인사 1백5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한나라당의 송영선-안명옥-나경원-김석준 의원과 열린우리당의 신중식 의원 등 5명의 의원은 참석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행사장에는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들이 당당하게 신라호텔을 출입했었습니다.

▲ 2004년 6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여성 등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게 신라호텔의 정체성입니다. 자위대 창립 50주년 기념행사 장소를 제공하고, 기모노를 입은 일본여성은 당당하게 입장하게 한 것이 바로 이건희 삼성회장 큰딸이 사장으로 있는 신라호텔 정체성입니다. 이제 이름을 ‘일본호텔’이나 ‘기모노호텔’로 바꿔도 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일본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식민지배를 받았던 우리나라, 또 다른 모독을 오늘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통탄할, 통곡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