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길도 가는 게 노무현정신...유권자가 평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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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참여당이 계속 50 : 50 안 받았다 아입니까. 제가 돌아다녀 보면 시민들이 막 얘기해요. 왜 단일화 안 하냐, 너그 민주당이 큰 당인데 왜 양보 안 하느냐, 그래서 저도 이틀 전 마음먹었습니다. 선거는 이겨야 되지만, 이카다가는 둘 다 망하게 생겼으이…."
4·27 경남 김해을 재보선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곽진업(65)씨의 말이다. 그는 6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김해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참여당이 주장하는 후보단일화 방식 여론조사 100%를 수용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꼬일 대로 꼬인 야권연대 협상을 정치적 타결로 매듭짓겠다는 신호탄을 쏴 올린 격이다.
친노의 결자해지인가. 평소 정치권과 멀게 지냈던 문재인 이사장이 직접 민주당 곽진업 후보와 TV카메라 앞에 섰다. 평소 문 이사장의 행보와 비교하자면 굉장히 이례적이다.
그는 평소 가깝게 지냈던 송인배 청와대 행정관이 경남 양산에 출마했을 때도 적극 돕지 않았다. 정치에 마음이 없다는 말로 거리를 두었다. 곽 후보와는 면식도 없다. 전화통화만 몇 번 한 사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문 이사장이 직접 언론에 나선 것은 대의를 위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한 곽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로 해석된다.
심지어 문 이사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단일화 후보가 결정되면 그가 누구든 우리는 그를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선거에 뛸 의향이 있는가 하는 물음에는 즉답을 피했지만 필요하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태세였다.
그는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돌변했을까. 정치로 마음이 기운 걸까? 아니면, 표본추출방식 때문에 야권연대를 깨버린 국민참여당에 불만이 있는 걸까. 친노의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 한다고 결심한 것일까.
노무현 비서실장 문재인 꼬인 '야권연대' 해결사로
4·27 재보선 야권연대 정치협상이 막 시작되던 지난 2월 범노무현진영은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출마를 카드로 꺼냈다. 민주당 후보라면 베스트, 무소속이라도 지원하겠다는 마음을 모았다. 이해찬, 한명숙 두 전직 총리를 필두로 범노무현진영이 모였고, 김경수 국장이 결단하기를 노심초사 기다렸다. 그러던 2월 16일 비보가 날아들었다.
그날은 범노무현진영의 시민정치운동을 표방한 시민주권이 '민주진보개혁진영 집권을 위한 연대방안'을 논의하던 날이었다. 김 국장은 "꽃보다 단결과 연대의 거름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남긴 채 불출마선언을 해버렸다.
그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가 설왕설래 말이 많았다. 한명숙 총리가 이 상황에 대해 상당히 슬퍼하며 비분강개했다는 소문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이해찬 전 총리도 기자들에게 입장문이 전달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돌이켜 달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범노무현진영은 충격에 빠졌고, 내부에서조차 참여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친노가 분열하는 것이냐 분석도 갖가지로 터져 나왔다. 골은 깊어졌고, 좀체 풀리지 않았다.
친노의 한 관계자는 "김경수 국장 문제에 대해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는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그저 선거에서 이긴 뒤에 풀겠다는 자세로 일관한다면 과연 우리 중 누가 김해에 가서 선거를 돕고 싶겠느냐"고 한탄했다.
그 뒤로 야권연대 협상도 꼬여갔다. 국민참여당은 시민단체가 낸 경남 김해을 후보단일화 방법 '국민참여경선 50% 여론조사 50%'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참여경선 중 현장투표 방식은 안 된다고 물러섰다가 다시 수용했고, 그 다음 단계에선 무작위 표본추출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며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중앙 차원에서 깨진 협상을 지역 차원에서 다시 해보자며 지난 4일부터 이틀간 협상을 했지만 진척이 전혀 없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 사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지지율은 오름세로 돌아섰고 야권은 분주해졌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문재인 이사장과 민주당 친노 젊은 그룹은 정치적 타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누군가는 나서서 꼬인 패를 풀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 즈음 김해 민주당 후보인 곽진업씨도 쏟아지는 단일화의 요구 앞에 마음의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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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에 손학규 대표에게 전화 걸어 무슨 말 했나
곽 후보는 5일 밤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속내를 털어놓았다. 경기 분당에 도전장을 낸 손 대표로서는 김해가 아무리 꼬여도 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분당 선거 때문에 김해를 내주라는 것이냐는 비판에 직면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있었던 게다.
이 상황에서 곽 후보가 결단했다고 하니 손 대표로서는 고마울 따름이었던 게다. 아무리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그 지역을 양보하고 싶어도 후보가 버티면 하기 어려운데 선뜻 곽 후보가 먼저 나선 것이다.
곽 후보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2002년 민주당 노무현과 국민통합21 정몽준의 단일화를 기억한다"며 "당시 노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했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함으로써 단일화를 승리로 이끌지 않았느냐"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노무현정신은 자신에게 조금 손해가 나더라도 받아들여 짊어지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게는 불리하지만 국민참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였으니 시민들한테 더 이상 단일화 때문에 욕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틀 전 국민참여당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인간인지라 솔직히 망설였다고 고백했다. 선거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해서 어떻게든 이겨야지 지고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는 게다. 그렇게 막판 고민이 깊어갈 즈음, 문재인 이사장의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결심의 촉매제가 된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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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진업과 이봉수는 모두 친노 후보다"
문재인 이사장과 백원우 민주당 의원은 6일 오전 10시 30분 민주당 선거사무실에서 곽 후보와 만났다. 약 50분간 대화가 이어졌고, 곽 후보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결심을 밝혔다. 백원우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출입 기자들과 만나 당시 상황을 적은 메모를 공개했다.
백 의원에 따르면, 이날 문 이사장은 곽 후보에게 "단일화 지연에 따라 국민들이 화가 많이 났다"며 "시민단체 중재안까지 무산돼 지금은 누군가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문 이사장은 "참여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지만 큰 집에서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후보의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곽 후보는 잠자코 문 이사장의 말을 듣고 있다가 "참여당의 제안, 100% 여론조사 경선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문 이사장은 "수용하신다니 감사하다"고 인사했다고 백 의원은 전했다. 문 이사장은 "이 결단이 곽 후보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국면에서 결단을 내렸으니 아마 유권자들이 감동하고 평가해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게다.
실제 문 이사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도 "정당끼리의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고 시민단체 대표들이 낸 중재안도 참여당이 못 받겠다고 하는 마당에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후보 본인을 직접 설득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후보 차원의 결단을 설득하고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이사장은 "곽 후보가 즉석에서 OK 할 줄은 몰랐다"며 "질질 끌다가 시간에 쫓겨 단일화를 한다면 상처투성이로 아무런 감동이 없게 되는데 그 전에 곽 후보가 통 크게 결단을 해주었으니 아마도 지역유권자들은 이를 평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그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다소 불리한 길이라도 감수하고 가는 게 바로 노무현 정신"이라며 "여론조사 방법 등에 대해서는 다시 '4+4 야권연대 정치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하게 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 이사장은 "민주당의 곽 후보나 참여당의 이봉수 후보 다들 넓게 보면 친노 진영의 후보"라며 "내가 개입해야겠다고 판단한 것도 바로 그 지점"이라고 말했다. 야권단일화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큰 상황에서, 더군다나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김해에서, 두 친노 후보가 단일화 하지 못하고 겨루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안 된다고 판단했다는 게다.
문 이사장의 이 발언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발언과 상반된다. 유 대표는 3월 2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민주당에서는 친노 후보라고 말할 수 있는 후보가 없다"고 김해을 선거구도를 친노 대 비노 프레임을 만든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격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문 이사장은 김해을에 출마한 두 사람을 모두 친노라고 규정했다. 유 대표와 전혀 다른 각도인 게다.
결국 상황은 다시 급반전됐다. 야권단일화 공은 다시 '4·27 재보선 야권연대 4+4(야4당+희망과 대안, 시민주권, 한국진보연대, 민주통합시민행동) 정치협상회의'로 넘어갔다. 이 자리에서 최종 '여론조사 100%'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이냐를 놓고 또 다시 갑론을박이 이어지게 됐다.
협상은 무려 40일을 넘겼다. 막판 단일화는 모든 국민이 원치 않는 방향이다. 이 지점에서 또 여론조사 내용을 둘러싸고 내홍을 빚어진다면 국민여론은 그야말로 '차라리 하지 마라'로 돌아설 수 있다. 참으로 엄중하고 위중한 때다. 야권이 머리만 맞댈 게 아니라 심장을 맞대고 마음의 연대로 선거연합 논의를 매듭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11.04.06 21:07 장윤선 기자 오마이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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