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의원의 기권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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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의원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의 한ㆍEU FTA 비준동의안 표결에서 기권한 행동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우선 그의 물리적 의결에 대한 반대 입장엔 공감한다. 다수당이라는 것 하나로 소수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됨으로서 생기는 국회내 폭력 상황에 반대한다는 것은 결국 다수당에 의한 무개념 정치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국회 진행 형태에 대한 거부일 뿐, 그의 한-EU FTA 찬성이라는 내용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 타결된 한-EU FTA 내용을 보면 여러 독소 조항 외에도 장차 있을 식량 전쟁에 대한 식령주권의 확립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써 장차 식량종속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리서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헛점 투성이다.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양돈 분야의 궤멸은 물론 EU로부터의 쇠고기 수입 조건도 OIE 기준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특히 OIE 기준에 대한 정부 내지 여당의 입장이 2008년도 촛불 때 주장한 것과 달라지지 않았다면 이것은 매우 커다란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당시 정부와 한나라당은 많은 회원국을 지닌 OIE가 동물 질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 제시한 최소한의 필요조건과 교역국 간의 충분기준을 구분하지 못하고, 미국으로부터 내장과 더불어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까지 확대 수입하려 했다. 그러고서는 이를 지적하는 촛불에 대하여 OIE가 제시한 필요조건을 마치 교역국 간에 질병방지에 있어서 충분한 과학조건인 것처럼 왜곡하여 국민을 호도했다.
하지만 쇠고기 교역 중 광우병 확산 방지를 위한 OIE는 교역국 간에 최소한의 필요조건과 더불어 충분조건을 해당국 간에 결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이미 FTA를 맺고 있는 멕시코마저도 2009년도 미국으로부터 쇠고기 수입 협정을 맺을 때 30개월 미만 쇠고기를 수입하기로 했고, 이에 대하여 미국이 멕시코 국민에게 과학을 더 배워야 한다거나 곧 WTO에 제소될 것이라는 거짓 협박은 하지 못했다.
따라서 한-EU FTA에서 다루는 여러 분야 중에서 EU로부터의 쇠고기 수입을 보면,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은 채 한-EU FTA를 타결 시키려 한다는 것은 EU에서 SRM(당연히 쓰레기보다 더 못한 것이다)을 그대로 한국에 수입하는 것이 된다. EU에서는 소각처리될 것들이 2008년도 한국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그대로 수입되는 상황이다. 다른 여러 문제점을 제외하고서도 최소한 이 점에 있어서라도 현 정권이 사과하고 제대로 된 과학적인 접근을 하지 않는 채 진행되는 한-EU FTA는 결코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된다.
한편, 이와 관련하여 이번 기권 사태의 홍정욱 의원은 2008년도 촛불 사태 때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황당한 쇼를 연출했었다. 당시 지인이 알려주어 보게 된 홍정욱 의원의 청문회 동영상의 제목은 '동네 과학자의 굴욕'이다. 물론 해당 동영상을 보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제목에서 과학자 대신에 국회의원으로 바꿔, '동네 국회의원의 굴욕'으로 해야 것으로써 홍의원의 능숙한 말 둘러대기가 백미다.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14334866&srcid=747520
홍의원 스스로 준비한 자료에서 소의 연령 감별 방법인 치아감별법이 다른 나라에서 쓰이는 이유가 '시간이 적게 걸리는 장점'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릴 때에는 마치 안전성이 확보된 안전한 과학적 방법이기 때문에 사용되는 것처럼 말을 슬쩍 돌린다.
(동영상의 홍의원이 직접 제시한 자료에서도 치아감별법이 SRM 판정 기준이 될 정도로 정확하고 안전하다는 말은 전혀 없다. 교과서에도 치아감별법은 정확한 나이 추정은 불가능해도 대강의 나이 추정에는 사용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음. 노무현 정부 때 살코기만 수입할 때는 나도 치아감별법으로 30개월 추정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SRM과 상관없다면 치아감별법도 30개월 연령 추정에 충분히사용할 수 있다.^^).
또 여당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한 영국의 한 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마치 유럽 과학자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듯이 결론을 내린다. 만일 그가 인용한 영국 학자의 말이 다수의견이라면, EU 과학위원회에서 모든 EU 회원국이 준수해야 하고, 더욱이 일정 기간동안 절대 고치지 못하게 한 엄격한 EU의 SRM 기준이 어떻게 합의되었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홍의원의 결론처럼 영국학자의 견해가 다수의견이라면 어떻게 그렇게 엄격한 EU의 기준이 만들어졌겠는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자신에게 유리한 소수 의견을 인용하고서는 결론은 다수라고 둘러대는 그의 말돌리기는 꽤나 전문가답다. 결국 청문회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은 대답만할 수 있지 반론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서 학계에서의 소수의견을 마치 국제적인 다수의견처럼 왜곡된 결론을 내린다. (스스로 여러 전문 용어를 잘 모른다고 자인하면서도...)
2008년이 아닌 요즘도 스위스 비영리 단체, TAFS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의 창자 전체를 SRM으로 보는 EU의 과학적 입장이 타당하는 내용이 제시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는 이제 무어라 할까. 영상에서처럼 EU 과학위원회 뿐만 아니라 스위스 비영리 단체의 의견마저 소수의견이라고 말을 돌릴 것인가. 물론 어차피 만 3년이 다 되가는 지금, 정부 주장처럼 주변국이 모두 한국과 같은 조건으로 미국쇠고기를 수입하고 있지도 않고, WTO에 제소도 당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당시 한국 정부가 얼마나 거짓 내용으로 국민을 호도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과학계에도 소수의 견해는 있을 수있다. 하지만 자신이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들고 와서 마치 다수 의견인양 말하는 것은 과학 사실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국민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정당의 입장 때문에 굳이 자국 과학자의 견해는 무시하고 여전히 외국학자를 인용하여 권위를 빌어오려고 한 것이라면 넘 초라한 모습이다. 아무리 점잖은 말을 사용한다 해도 자신이 강조하는 과학적 사실(fact)은 적당히 말장난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은 알것이다.
이 동영상은 어차피 참고인이나 증인이 반문하거나 질문 받지 않은 내용을 먼저 이야기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청문회에서 국회의원이 얼마나 사실과 다르게 말만으로 사실을 왜곡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좋은 증거 자료다. 더 이상 국회의원이 자신이 속한 정당의 입장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 서서 냉철히 연구하는 자세가 너무도 아쉬운 동영상이다.
그래서 동영상을 보면서 누군가 붙여 놓은 제목인 '동네 과학자의 굴욕'이라기보다는 '동네 국회의원의 굴욕'이라는 제목을 달기로 했다. 절차만이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홍의원이 상부 지시를 따르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하고 솔직하게 의견을 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된 정치가가 될 것을 확신한다. 기득권을 위한 보수 정당에 있다해도 국민을 위한 열정이 있는 젊은 의원이라면 당장 눈에 보이는 형식에만 움직이지 말고 사안의 내용을 국민의 시각으로 보아 진정한 정치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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