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당과 유시민의 역할은 결자해지할 국가를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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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성장을 보면 논란은 있으나, 대체로 성장지상주의적 발전국가(developmental state)모델에 속한다. 이는 군부쿠데타 세력이 외국자본을 유치하여 정치/경제를 장악하는 자이레와 같은 약탈국가(predatory states)모델이나, 인도네시아,필리핀처럼 권력자의 혈연/지연/학연이 중심인 연고자본주의(crony capitalism)모델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띠었다.
따라서 국가는 그 정당성 원리를 경제 발전에 두었으며, 이를 위해 재벌을 키움으로써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분리시켰다. 이는 발전국가가 일정부분 자기 규율을 가진 국가임을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발전국가는 재벌이 경제적 실적을 낳도록 권력을 행사하였고, 세계 경제로의 통합 정책을 구사했다.
이로 인해 경제발전 성과가 국민적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가지게 되는데, 한국의 경우도 경제성장의 과실이 국민 개개인에게 일정부분 주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6.70년대의 경제성장이 국민 개개인의 체감경제지수를 높게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그 때, 경기가 참 좋았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국가모델은 경제적 권력을 국가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권력이 문란해지면 경제 전체의 질서가 문란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나아가 경제 과정뿐만 아니라 정치 과정도 국가중심주의에 종속되어 있다. 정치/경제 질서의 조율이 국가 권력에 매달려 있는 구조에서, 사회 질서를 조정하는 국가는 [누가 어떻게 권력을 행사 하는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따라서 국민소득 2만불 시대에서도, 대선이나 총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지대하다못해 폭발적인 것이다. 정치과잉의 원인이 다른 데 있는 것이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우리사회는 그런 발전국가모델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가 그 정당성 원리 자체에서 법을 위시한 제반 사회 규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을 가볍게 여기고, 경제 발전을 지상명령으로하여 독재와 인권억압, 규칙 파괴를 정당화할 때 사회 전반의 기강이 얼마나 흐트러질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자기 규율이 취약한 것이 발전국가모델의 기본적 문제점이며, 이로부터 정치적 독재와 경제적 독점의 수구적 지배유착구조와 부패 사슬을 확대 재생산하는 경향이 나오게 된 것이다.
국가가 자행한, 이러한 사회질서 이완은 필연적으로 무책임한 개인의 양산을 가져온다. 게임의 규칙은 마비되고, 사회가 그 구성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해 주지 못할 때, 개인이 주체로서 성장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자유와 권리가 없는 개인은 동시에 책임 없는 개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주체적 책임 의식은 약해지고,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 돌려지게 된다.
대한민국의 독재정권은 경제성장을 지상명령으로 삼았다. 아울러 국민 개개인도 여기에 동참하게 만들었으며, 반대급부로 적당한 과실을 국민들에게 베풀었다. 그 결과 독재정권이 이룬 경제적 과실의 단맛은 즐기되, 그 과실의 생산과정에서 생긴 폐해는 외면하는 개인. 그것이 대한민국 국민들의 모습이다.
독재 정권에 대한 애증. 독재정권에 대한 향수와 혐오. 독재정권을 거부하면서도 독재의 효율성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민주주의를 누리면서도 민주주의의 비효율성 대한 회의의 증대. 그 이중적 심리상태에 놓여있는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국민이다. 개발독재 시대를 넘어 지금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고질적 부정부패와 부실, 저신뢰 사회 등의 각종 사회병리현상이 사라지지 않는 원인도 이것이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이 정립될 리가 없다. 국가관 자체도 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단지 내가 얻거나 얻을 과실의 크기를 가늠하면서 권력의 향방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단지 관심만 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그 과실을 탐한다. 그 과정에서 [정의]를 부르짖는 이들은 놀림의 대상이 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무현이 들고 나온 것이 [깨어있는 시민]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척이나 힘든 길이다. 이 땅의 모든 개인은 이미 잘못된 구조속에서 두 세대에 걸쳐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 잘못된 구조는 독재정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야당을 물론이고 민주화세력에도 깊이 스며들었고 시민단체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의 건강성 척도라는 종교와 언론에까지 깊이 체질화되어 있다.
결자해지. 맺은 자가 풀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병폐의 원인이 [국가]였다면, 그런한 병폐를 해결하는 것 또한 국가여야 한다.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국가를 만드는 것 뿐이다. 실상 그러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 권력을 그러한 세력에게 쥐어주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시민은 충분히 위대해 질 수 있다.
대한민국에 깨어있는 시민은 소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 소수의 깨어있는 시민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수의 일반인들을 견인할 [동력(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국가에의한 결자해지의 가능성을 지닌 세력과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참여당이고, 그가 유시민이다. 비록 소수의 깨어있는 시민과 미약한 대안세력이지만, 희망이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가와 정부의 구분은 현실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부가 국가대신 행동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같은 국가도 정부가 바뀌면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어느 시기에 국가가 잘못을 지지르는 경우 굳이 국가를 폐지할 필요가 없다. 정부 또는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교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자유주의자들이 사회혁명을 반기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생각 때문이다.
-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6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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