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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연 신라호텔에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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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2건 조회 1,870회 작성일 11-04-2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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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강 님의 글)

내 나라에서 평상 한복을 입고 그곳이 어디든 출입제한이나 출입거부를 당한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해 진다. 서울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
 
지난 12일 특급호텔에 해당하는 호텔신라에서 국내 유명 한복디자이너가 저녁 약속이
있어 1층에 있는 부페레스토랑 파크뷰에 들어가려다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출입이
거부되는 황당한 사례가 발생하고 그 사실이 트위터로 퍼져가며 파문이 일었다.
 
거부 이유가 한복은 위험하기 때문이며 부피감이 있어 다른 사람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한복을 밟고 넘어지는 일도 있었단다. 소매에 음식이 묻어 위생상의 문제도 거론했다.
한복과 츄리님을 입은 사람은 입장할 수 없다는 게 호텔 방침이라고 지배인이 말했다.
어쩌다 한복이 츄리님과 동급이 되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글로벌시대다 어느 나라에서
한복 입었다고 출입금지를 시켰다는 소식을 과문해선지 들은 바 없다. 하물며 한국에서랴.

한국 최대 재벌이 운영하는 특급호텔이라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한복착용 출입금지는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속성을 이미 가지고 있다. 그걸 알기에 삼성 이건희회장의 딸인
이부진사장이 다음 날 직접 한복디자이너를 찾아가 사과를 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호텔신라가 분명 잘못했지만 그런 행위를 한 바탕에는 우리문화를 폄훼하고 있는
우리들의 의식도 은연 중 한 몫을 했다는 생각이다. 개량한복 또는 생활한복을 입은
사람을 증오한다는, 기사에 딸린 댓글을 오마이뉴스에서 봤다. 그 이유는 사이비 도사
거나 종북좌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란다. 생활한복만 입고 지내는 나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안건만 그 사람한테는 증오를 받아야 한다. 이런식은 극단적이라 희소한
예라 하겠고 다양한 편견을 많이 만난다. 분명한 것은 친밀감이나 존중, 애호하는
마음은 거의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싫어하거나 입는데 거부감이 이외로 강하다.
 
문화의 근간은 크게 나누고 단순화 시키면 의, 식, 주라 하겠다.
음식도 국적불명이거나 외국형 식단이 섞여있긴 하지만 그래도 한식의 골격은
지켜져 가고 있는 편이다. 한옥에서 사는 사람은 극소수여서 이름만 우리 것이지
생활에서는 사라졌고 유일하게 온돌기능만 누리는 것으로 존재한다.
한옥은 살기에 불편하다는 인식이 깊이 자리한다. 개선하기 보다는 버리는 쪽으로
확산된 것이 오늘날의 국적불명의 양옥에서 살아가는 양태다. 옷도 의식이
있을 때만 잠깐 입는 것이 한복이다. 생활복, 일상복에선 완전히 비껴나 있다.
우리 옷이 입기에 더 불편하고 어색한 지경에 까지 와 있는 상태다.
 
우리 말과 글은 외래어로 오염되고 그에 따른 정신도 마찬가지다.
유전자, 육신만 한국인이지 머리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 정신은 정체성을 알기
어렵다. 국악도 난해한 분야가 됐고, 산막골 방문하는 이들 거의 다가 한국화
그리는 걸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고 한다. 서양화보다 더 멀리 있다. 소수다.
고유문화가 사라질 위기에 있어 인간문화재로 지정하고 전승자에게 생활비를
국고에서 보조하며 명맥을 잇고자 안간힘을 쏟는다.
 
의,식,주 문화 가운데 생활 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전 국민이 이어가는 것은
식생활 빼고는 전무한 형편이다. 관혼상제에서도 상제만 형식적으로 이어진다.
결혼식은 폐백때만 사모관대 원삼족두리를 잠시 착용할 뿐이다. 전통혼례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인다. 온전히 그 의미와 정신을 이해하고 이어가는 문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시대니 선진국 진입이니 하며 그나마
미미하게 남아있는 우리문화의 여린 솜통도 아주 끊어놓지 못해 안달을
하는 양상으로 치닫는다. 그 단적인 드러남이 신라호텔 한복 출입 거부라 할
것이다. 아직은 그 행위에 분노하는 시민이 많아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냄비
근성으로 금방 잊혀져 버리는, 성찰이 결여된 일과성에 결국 실망하고 말 터이다.
 
일제 강점하에서도 우리 문화를 말살시키려는 책동은 끊임없이 자행되었다.
장날 흰옷입은 이들에게 먹물을 칠해 흰옷을 못 입게 만든다던지 구정을 폐하고
신정을 강권했지만 실패했다. 민중의 저항은 말없이 무저항의 민족자주정신을
지키려는 공동선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도 사대하는 걸 의식하며 할 수
없이 했으니까. 그랬기에 의식주의 주체성을 간직할 수 있었다.
 
현시대는 사대주의에 푹 빠져 익사 지경이나 자각기능조차 상실한 상태다.
일제강점기 보다도 해방 후 지금까지 우리 손으로 훼손한 우리 문화와 문화재가
더 많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런 사실을 인식조차 못하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것은 모두 후진의 증표였고 서양 것은 무조건 최고최선으로 여기는
최면에 빠져 있다는데 전율하게 된다. 문화의 일등국이 소망이었던 김구선생의
바램은 물거품에 불과할 것인지 홀로 산골에서 깊은 시름에 잠긴다.
 
2011.   4,   21.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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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정확한 지적입니다.
한국인들 대부분이 얼이 빠져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두 힘센것, 돈많은것, 잘생긴것들에만 따르고 추종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그간의 잘못된 교육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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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님의 댓글

조아 작성일

우리가 우리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나가는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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