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범야권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변덕을 일삼으며 줄타기 정치를 하고 있다.
이 칼럼의 내용은 단 하나의 전제를 제외하고 모두 옳다. 그 전제란, "유시민이 범야권 대선 후보가 되고자 한다"는 것. 그 외 나열된 유시민의 변덕은 모두 사실이다. 그렇다. 유시민은 변덕쟁이다.
누가 됐든 변덕 부리는 모습을 곱게 봐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변덕을 부리는 모습이 보기 싫다 보니 이유를 "찾기" 시작했는데, 결국 이대근은 그 이유를 다음 대선에서 찾아낸다. 이게 다 어떻게든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끊임 없이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이다. 일리 있다.
"변덕" -> "꼼수" -> "야욕"의 연결관계는 직관적이다. 관심 없는 사람들의 눈엔 그게 정확한 사실로 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유시민이 민주당으로 돌아간다면, 돌아"오"는 것이 되는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그 연결관계는 정확한 사실을 넘어 "너무 믿고 싶은 신념"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유시민의 변덕, 그 이면을 보자"고 말하는 것은 부질 없는 짓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잠시나마 한 번 얘기를 들어볼 여유가 있다면, 조금만 들어줬으면 한다. 그가 정치적으로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변덕을 부렸던 그 "각각의 이유"에 대해서.
아. 그 전에 먼저 묻고 싶다.
노무현은 파병 반대론자일까, 찬성론자일까.
노무현은 대통령 시절 파병을 주동했다. 그는 당과 지지자들에게 파병해야만 하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누차 부탁했다. 그리고 이는 그의 소극적 지지자들이 대거 그를 외면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그렇다면 정말 노무현은 파병 찬성론자일까.
답은 아니오다. 노무현은 파병 반대론자다. 노무현에 관한 수많은 기록에 이같은 사실이 직접 언급된다. 우선 이 사실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유시민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노무현이 파병 찬성론자라는 믿음을 조금도 접을 수 없다면, 이제 나올 얘기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어떤 계기로 마음이 조금이라도 열리게 되면 그때 다시 돌아와 주기 바란다.
다시 유시민으로 돌아오자면, 유시민이 정치에 뛰어든 결정적인 이유는,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 흔들기 때문이었다. 유시민은 민주당 안에서 노무현을 돕는 게 어렵겠다고 판단, 개혁국민정당을 창당해서 외부에서 사력을 다해 지원했고, 노무현을 당선시킨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번째, 그리고 돌아보면 가장 충격적인 변덕을 부린다. 개혁국민정당에서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이다. 이대근은 굳이 이 부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유시민은 이 과정에서 1차적으로 소극적 지지자들을 대거 잃었다.
그가 개혁국민정당을 배신?하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노무현의 정치를 돕기 위해서다. 노무현은 대선 전 후보시절에는 물론, 대통령이 된 후에도 끊임없이 사회 기득권층한테 공격을 받았다. 노무현을 공격하는 일에는 민주당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대다수 민주당 인사들은 노무현의 머리 위에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돌발행동을 일삼았고, 이런 상황에 노무현 지지자들과 친노인사들, 그리고 유시민은 큰 위험을 느꼈던 것이다.
노무현과 유시민의 가장 공통된 부분은 민주주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당선된 대통령이, 국정과 상관없는, 정당하지 못한 공격을 받게 되는 상황은, 고스란히 민주주의의 위기였다. 유시민은 노무현이 대통령만 되면, 그래도 민주당이 노무현을 지켜 주리라 순진하게 생각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유시민은 개혁당에서 외부 지원만 해가지고는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백년가는 국민정당을 기치로 내세웠던 개혁당을 버리게 된다.
곧 파병 문제가 터진다. 유시민은 노무현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파병 반대론자다. 당시 유시민은 파병반대운동의 선봉에 섰다. 그러나 막상 노무현 대통령이 파병 찬성의 입장을 비치자 유시민도 변덕을 부린다. 찬성으로 돌아선 것. 또 다시 유시민은 노무현과 함께 지지자들을 대거 잃는다. 사실 당시 이 선택은, 성숙하지 못했다. 그는 파병의 열혈 찬성자로 모두를 설득했지만, 그제서야 노무현이 진정 원하는 것이 "국회의 찬성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다시 변덕을 부린다.
이후 그는 "추가" 파병안에는 반대하고, 파병 "연장"안에는 찬성한다. 그렇다. 이 모든 과정은 언뜻 단순한 찬성/반대의 변덕처럼 보인다. 그러나, 유시민과 노무현이 근본적으로 일관되게 파병 반대론자라는 사실을 잠시라도 인정한 다음 이 사건들을 다시 보자. 처음의 변덕은 노무현과의 소통 실수였다. 하지만 그 이후, "추가"에 반대하고 "연장"에 찬성하는 과정을 보자. 이는 약소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의 입장을, 각각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나름 최대한 고민한 결과다. 두 사람의 지지자들은 계속 떨어져 나갔지만.
대연정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대근은 칼럼에서 대연정을 합당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노무현에 대해 정말 일초도 쉬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해대고 있었다. 이로 인해 국정이 도저히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자, 노무현은, 권력을 한나라당에 좀 나눠주면 정상화되지 않겠냐는 의미에서 대연정을 제안한 것이다. 물론, 그 이면엔 이슈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정치적 판단도 있었다. 유시민은 당연히 이를 지지할 수 밖에 없었다. 최선은 아니지만,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만큼은 분명 옳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정 운영을 돕느니, 그냥 나랏일 좀 망가지더라고 계속 노무현을 괴롭히겠다는 입장을 굳힌다.
유시민의 진보정당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2004년과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같이 놓고 비교하는가. 당시는 정치권이 여야할 것 없이 합심해서 노무현 흔들기만 하던 시기였다. 유시민의 입장에서는 표를 모아야했는데, 그 표는 한나라당 쪽에서는 절대로 올 수가 없었다. 그러니 진보정당 지지자들에 표를 호소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딱 봐도 민주당은 유시민을 열심히 밀어내는 상황이다. 분명히 하자. 유시민은 민주당을 나온 게 아니라, 민주당에서 버려진 것이다. 그놈의 지지율 때문에 질시를 받은 것이다. 김미화가 사의를 표했지만, 그것이 실상은 MBC에서 버려진 것 아닌가. 같은 상황이다. "유시민 되게 하느니 한나라당을 되게 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야권연대의 틀이 잡힌 상황에서, 유시민은 당연히 진보정당들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다.
특히 칼럼에서 김해을 패배의 책임을 묻는 부분은 가장 틀린 내용이 많다. 우선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에서 졌다는 건, 정말 아무 근거가 없는 얘기다. 위키 백과 [김해시의 국회의원]을 한 번 보자.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주욱 한나라당의 전신당들(삼당합당 이전 포함)이 보이다가, 을구가 생기면서 + 노무현 탄핵 역풍을 타고 처음 열린우리당이 등장한다. 그 후 두번째 선거에서 노무현이 퇴임하고 봉하마을이 인기 절정일 때 한 번 더 민주당이 선택된다. 이 두 번의 결과로 과거의 모든 역사가 지워지고 "쉬운 게임"이 되어 버리는 건가? 더욱이 노무현은 없고, 서거의 충격은 사그러들었으며, 민주당이 대놓고 유시민을 부정하는 이 상황에서? 칼럼은 완전히 근거 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칼럼은 마무리 하면서 "한국 정치"를 끌어들인다. 하일라이트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목적"을 보지 않고 "방법"만 보며 분열을 조장하는, 바로 이대근 같은 사람들의 존재다. 참여정부 시절, 한겨레가 그랬고 경향이 그랬고 오마이가 그랬다. 그들이 한나라당과 함께 노무현을 비난했던 것, 이것은 석고대죄를 해야 할 일이다. 한나라당이 노무현을 비난한 거야 물론 비난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소위 진보세력들의 비난은 순전히 "방법"에 대한 질타 뿐이지 않았나.
대표적인 것이 신자유주의 추종자라는 비판이다. 노무현은 신자유주의자인가. 유시민은 신자유주의자인가. 뭐 대충 겉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인정. 그런데 대충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만 가지고 비판하면 기분 좋은가? 신나는가? 분명히 하자. 노무현과 유시민은 신자유주의자가 아니라,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물결에 대처할 우리 국민들의 능력을 다소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진보정당들은 우리 국민들의 능력을 다소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고. 한나라당은 어쨌든 자기네들 배불릴 일이라 신자유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걸 분명히 하지 않고 한나라당과 묶어서 노무현과 유시민을 신자유주의자로 분류하는 건,
기만이다.
기만하지 말자. 목적을 보자. 방법은 조금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어차피 모두에게 정확히 들어맞는 방법은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는 모두 직접 실험해 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입장이다. 우리가 정치인을 비판할 때 감안해야 하는 것은 하나다.
"이기주의" 여부다.
유시민이 대권 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꼼수로 변덕을 일삼는다는 건, 현상에 감정을 보태 "이기주의"로 포장한 비난에 불과하다. 모든 변덕에는 "나름"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나름"의 선택은 항상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이유에 굳이 "이기주의"라는 개념을 끌어 오지 않아도 완벽히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충분히 기회를 주어야 한다.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무이기주의"에 반한 것이다. 그의 방법이 모두 옳아서가 아니다.
우리, 이럴 시간에 주위에 널린 "진정한 이기주의"자들은 타도하는 데 더 힘을 합치자. 시간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