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얻기에 급급한 단발성 대응만으로 30대를 껴안기 어렵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느낀 모양이다.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소의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만한 청사진을 제시하라고 충고했다. 해당 여론조사의 핵심은 30대 여성의 80%가 한나라당을 싫어한다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는 28일 ‘30대 여성 80% "한나라 싫다"… 수도권 주부 경제실망감 절정’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여의도 연구소가 지난 2월 실시한 포커스그룹조사(FGI)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30대 여성 100여명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직장여성과 가정주부, 전문직 등 6개 그룹으로 나눠 심층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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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쳐 |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조사에서 참여자의 70~80%가 ‘한나라당 실망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 당직자는 “굉장히 험악했다. 차마 공개하기 힘들 정도로 한나라당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신랄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경제 살린다고 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찍었더니 오히려 팍팍해졌다”, “한나라당은 가진 사람들 편만 드는 ‘부자당’ 아니냐”, “입만 열면 거짓말 아니냐. 판을 바꾸고 싶다”같은 반응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은 조사결과를 보고 큰 충격에 빠졌다. 원색적인 비판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며 “연구소 측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참고만 했다.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소장파가 자료 공개를 요구했으나 연구소측은 공개를 미룬 채 끙끙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사 말미에 “30대는 1990년대 초 'X세대'로 불리면서 등장했던 세대다. 앞선 386세대의 이념지향성과 달리 자유·탈이념을 특징으로 했다”며 “그 세대가 20년이 지난 뒤 '불안·불신·불만' 가득한 '3불(不) 세대'가 됐다”고 꼬집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만물상’을 통해 해당 보도 내용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박해현 논설위원은 “한나라당이 지난 2월 30대 여성 100명을 심층조사했더니 ‘80%가 한나라당을 싫어한다’고 했다”며 “주부들은 전, 월세값과 물가, 양육비 부담을 비판했다. 직장 여성들은 비정규직 해결을 요구했다. 한나라당이 정책 노선을 ‘좌클릭’ 한 배경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논설위원은 “그러나 표 얻기에 급급한 단발성 대응만으로 30대를 껴안긴 어렵다”며 “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씻어줄 청사진을 그리워한다. 30대는 떡 하나 더 준다고 금방 울음을 뚝 그칠 어린애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들을 접한 조선일보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일색이었다. 그러나 일부 독자들은 이전 정권보다는 낫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한 독자는 “노무현 김대중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판하던 그가 ‘3불세대’를 만들어 잃어버린 15년을 창조하고 있으나 국민이 어떻게 1년 7개월을 참을 수 있을까”라며 “내년엔 청와대, 국회 몽땅 새로운 인물로 갈아보자”고 날을 세웠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서민들은 엄청난 물가폭등에 하루하루 죽을 맛”이라고 한탄하는 독자도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려고 고환율 정책을 펴서 대기업은 막대한 돈을 벌었다. 그 돈 유보금으로 쌓아놓고 안쓴다. 그래서 돈이 안돈다”며 “순진한 이명박, 서민들에게 기업이 그냥 돈 줄 것 같은가? 외국가서 호의호식한다”고 지적한 독자도 눈에 띄었다.
또다른 독자는 “요즘은 이명박에게 사기당했다는 생각밖에 없다. 이건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이 하는 소리”라며 “고물가, 비정규직, 용역문제는 모른 척하고 재벌만 키운 결과다. 한나라당은 진짜 안찍는다”고 밝혔다. 한 독자는 “그래서 딴나라당이라고 하지 이명박은 강남, 재벌 대통령이고...이놈의 정부에 뭘 더 바라겠느냐”고 일갈했다.
이명박 정부를 가리켜 ‘보수’가 아니라고 규정한 독자도 있었다. 이 독자는 “진정한 좌파정부 좌파당이다. 양극화와 물가상승, 부자감세로 하여금 부자들에게 적개심을 고취시킨 죄요, 툭하면 뱉어내는 막말과 물의로 우파, 보수들은 저런 00들 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죄”라며 “선진당을 뽑으면 뽑았지 절대 한나라당은 뽑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독자는 “그래도 한나라당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한 독자는 “노무현 정부가 죽을 쒀서 이명박 정부를 뽑아준거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적 성과는 노무현 정부때보다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며 “손학규 민주당에게 정권을 다시 넘겨준다면 경제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건망증이 심하고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중장년층 남성으로 보이는 한 독자는 “한심한 젊은 여성들. 사색이 깊지 못하고 자기현실의 욕심만을 노리는 여성들은 민노당같은 친북좌파가 집권해 북한같이 모든 사람을 똑같이 못살게하는 정책시행을 좋아한다면 일단 북한을 방문해 경험한 다음에 말하라”고 비난했다.
이 외에도 “도시가스 대신 연탄난로로 밥하고 반찬하면 참 행복하겠다. 언제나 살아가는데 불평불만은 있는제 그것은 이명박 때문이 아니라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명심하시오”, “세계의 지도자 중 이명박 대통령만큼 국민 생활향상에 힘쓰는 지도자를 못봤다” 등 이 대통령을 두둔하는 댓글들이 있었다.
한편, 한나라당 내 노선갈등을 놓고 조선일보 홈페이지의 토론마당에서 펼쳐지고 있는 공감토론에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13%)보다 한나라당이 보수가치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87%)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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