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혁명’ 이끈 아주머니들의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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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愛] 감독:김태일 주연:양동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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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래시계>(1995년)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 대사를 아직도 기억한다. 태수(최민수)의 유골을 하늘로 뿌리는 혜린(고현정) 옆에 앉아 우석(박상원)이 말했다. “먼저 간 친구는 말했다. 그 다음이 문제야.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그걸 잊지 말라고….” 1980년 5월, 두 친구 모두 광주에 있었다. 태수는 시민군 편에 섰다. 그에게 ‘그 다음’이란 곧 ‘수많은 시민이 계엄군 총에 맞아 쓰러진 걸 목격한 다음’을 말한다. 우석은 계엄군이었다. 그에게 ‘그러고 난 다음에’란 ‘쿠데타 세력의 화려한 휴가에 동행하여 역사의 공범이 된 다음에’를 말한다. ‘80년 광주’가 ‘눈앞의 현실’에서 ‘잊힌 역사’로 멀어진 다음, 5·18에 대한 슬픔과 분노, 연민과 죄의식까지 진작 다 흘려보낸 우리 마음속 모래시계가 텅 빈 신념을 머리에 이고 거꾸로 선 다음, 살아남은 자들은 각자 어떤 궤적을 그리며 살아왔을까. “대학생들이 데모하는 것 못마땅하게 생각했제. 부모들이 그 비싼 등록금 대줬으면 공부나 할 것이지…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사람들이 죽는 걸 보니까 피가 거꾸로 솟더라고.” 이렇게 회고하는 양동남씨는 태수처럼 시민군이었다.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 대검에 찔려 죽다 살아난 동남씨는 지금 관광버스를 몬다. 동남씨에게 시민군은 자랑스러운 기억이라기보다 벗어나고 싶은 트라우마에 가깝다. ‘주먹밥 혁명’ 이끈 이름 모를 아주머니들 “나는 역사에 빚진 자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죠. 이분들이 못다 한 삶을 대신 살아야지요.” 이렇게 고백하는 이은재씨는 우석 같은 계엄군이었다. 5·18 당시 계엄군 20사단 소대장으로 광주항쟁을 진압한 은재씨는 지금 대안학교 ‘산돌학교’ 교장이다. “산돌학교 학생들은 내가 만나본 그 어떤 청소년들보다도 광주항쟁에 대한 이해가 넓고 깊었다”라는 김태일 감독의 말로 짐작건대, 은재씨는 그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80년 5월’을 참회하며 살았다. 하지만 아무리 갚아도 31년 전 그날 자신이 역사에 진 빚은 결코 다 갚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안다. 누구는 자랑스러워하고, 누구는 부끄러워하고, 누구는 빨리 잊고 싶어하고, 또 누구는 너무 빨리 잊힐까 두려운 1980년 5월의 기억. 당시 현장에 있던 광주 시민들이 직접 이야기한다. 흑백사진 속 희미한 형체로만 기록되었던 군중이 또렷한 주름살을 이마에 새긴 채 카메라 앞에 선다. ‘재스민 혁명’보다 30년 앞서 ‘주먹밥 혁명’을 이끈 이름 모를 아주머니들이 비로소 자신들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다. 하문순·이영애·정숙경 씨…. 그해 열흘 동안 우리 역사에서 잠시나마 ‘위대한 보통 사람의 시대’를 실현한 건, 폐에 침이 박혀 병원에 실려간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시장통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당시의 주먹밥 아주머니들이었다는 걸 <오월愛>는 보여준다. <허삼관 매혈기>를 쓴 중국 소설가 위화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설명한 적 있다. “나는 광주항쟁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희미하게 실눈을 뜨고 있었다. 내가 본 희생자의 사진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눈이 감긴 것이 없었다. 그 후로 나는 그들의 눈이 한국의 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의 눈’ 가운데 하나가 될 뻔한 위기를 넘기고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들이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추억하며 웃는다. 그 대가로 감내해야 했던 고통스러운 30년을 회고하며 운다. <오월愛>를 본 후로 나는 그들의 미소가 대한민국의 미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이 흘린 눈물이 우리 모두의 눈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시사IN> 지난 호에서 장일호 기자가 멋진 기사로 이 영화를 소개했지만, 겨우 한 번 소개하는 걸로는 이 작품의 진가를 알리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그래서 이렇게 이 자리를 빌려 한 번 더 ‘강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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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5-18 광주민주화항쟁......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광주에 커다란 빚을 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