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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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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441회 작성일 22-09-0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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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28

 

이때로부터 한달보름이 지나 라남에서 93번째로 《HM기》시험가동을 하게 되였다. 91, 92번째 시험에서도 90번째와 똑같은 형태의 실패를 반복하였다. 즉 1시간 30분까지는 합격품이 생산되였으나 그후부터는 정밀도를 보장하지 못한 오작품이 나왔다.

93번째 시험가동하는 날, 《HM기》작업장에는 세사람밖에 없었다. 그들은 설계원 탁석준, 조립공 김경복 그리고 정밀측정기구가 없이도 0.001미리메터까지의 정밀도를 알아내는 신비한 손을 가지고있는 윤박람검정공이였다.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에는 《고난의 행군》기간에 현대식정밀측정기구들로 장비된 최신식검정실을 꾸리였지만 현대전에서 재래식무기가 필요하듯이 정밀측정에서도 윤박람의 손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제기되였다.

농군처럼 어리무던하고 과묵한편인 윤박람은 지난해에 환갑을 쇴으나 아직 정정하였다. 갈퀴처럼 크고 험하게 생긴 그의 손이 0.001미리메터까지의 정밀도를 알아낸다는것은 참으로 신비스러운 일이였다.

이날 시험가동은 오후 정각 4시부터 소문없이 조용히 하려고 세 사람이 기대앞에 호젓이 모이였다.

넓은 작업장 한구석에 서있는 시험 《HM기》를 조바심속에 들여다보고있던 탁석준은 손목시계의 시침이 4점에, 분침은 12점 조금앞에 와닿았을 때 윤박람에게 예령을 내리였다.

《아바이, 이제 2분후 스위치를 넣겠습니다. 준비가 다 됐습니까?》

《어서 넣게. 뭐 준비랄게 있나. 제품이 나오면 그저 손으로 만져보면 되는건데. 허허허.》

윤박람은 대문이를 드러내면서 탁석준을 바라보았다.

석준은 뻘겋게 충혈된 눈을 슴벅거리며 스위치장치가 있는 유압뽐프곁으로 뜨직뜨직 걸어갔다.

(아, 내가 이 스위치를 몇십, 몇백번 넣었다뺐다 했는가.)

탁석준이와 김경복은 지난해 9월말부터 지금까지 1년 가까운기간 단 한번도 집으로 가지 않고 여기 《HM기》시험장에서 숙식을 하면서 간고한 전투를 벌렸었다.

그들은 성공하기전에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정각 4시!

탁석준이 스위치를 넣자 바위처럼 움직이지 않고 소리없이 서있던 《HM기》가 부웅-하는 소리를 내면서 살아숨쉬는 생명체마냥 열기를 풍기고 빛을 뿌리였다. 수십개의 수감장치들이 푸른색신호등을 반짝이고 은기둥, 은들보같은 수평수직축들이 빠르게 돌아갔다.

탁석준은 이렇게 기계가 돌아갈 때면 운명의 배를 함께 타고 인생의 길을 노저어가던 윤현덕, 설태섭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메여올랐다. 비록 《HM기》를 버리고 간 설태섭이지만 사람의 정이란 야속한것이였다.

윤현덕은 자기가 맡은 설계과제뿐아니라 고정순이 맡은 금속재질연구과제까지도 많이 도와주고 갔다고 할수 있었다. 그들이 자기가 할 일들을 거의다 해놓고갔기때문에 탁석준은 별로 손이 딸리지는 않았다.

지금 탁석준에게 있어서 그리운것은 설계로력이 아니라 《HM기》와 더불어 희로애락을 같이 하던 윤현덕과 설태섭이의 정이였다.

(내 더러워서. 무엇때문에 우리를 버리고 간 설태섭을 그리워하는가.)

탁석준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내젓고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가동을 시작한지 5분! 《HM기》출구로 LK제품이 피아노 고음건반을 두드리는것같은 진동적인 음향을 울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가만히 기계를 지켜보며 서있던 윤박람이 천천히 오금을 꺾었다. 그는 뜨겁게 달아오른 LK제품에 투박한 손을 얹어놓고 잠시 눈을 감고있더니 그 매끈한 물건을 애무하듯이 쓸어만지기 시작하였다.

《합격이네.》

윤박람은 고개를 쳐들고 탁석준이와 김경복을 돌아보았다. 탁석준은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1시간 반동안은 합격품이 나왔기때문이다.

《예, 18개까지는 늘 합격이 나왔습니다. 그다음부터 불합격품이 나옵니다. 19개째부터.》

《정성이 지극하면 돌우에도 꽃이 핀다고 오늘은 19개째도 합격품이 나올걸세. 임자네들이 1년가까이 처자들을 버리고 이 산중에서 고생을 했는데 저눔 (HM기)두 무심할수 있겠나.》

윤박람이 순한 눈을 껌뻑껌뻑하며 탁석준을 위로하였다.

《아니, 이놈은 고약한 놈입니다. 못된 심술쟁이입니다. 이놈이 우리 속을 얼마나 태우구 망신은 또 얼마나 시켰는가. 설태섭이 그 녀석이 오죽하면 이놈하고 결별했겠습니까. 그 친구가 그리 나쁜 녀석은 아닙니다. 아니 나쁜 놈입니다.》

탁석준은 눈을 부릅뜨고 《HM기》를 노려보며 쉰목소리로 뇌까렸다.

욕하건말건 《HM기》는 신호등을 반짝거리며 돌아갔다.

4시 10분! 두번째로 LK제품이 챙챙한 금속음을 내며 출구로 떨어졌다.

윤박람이 새로 출산한 뜨거운 LK제품에 또다시 손을 얹었다. 앞뒤, 량옆으로 쇠붙이를 쓸면서 유유히 움직이는 손!

《여보게, 또 합격이네.》

그때부터 5분간격으로 나온 18개의 제품은 모두 합격품이였다.

기계는 1시간 반동안 돌아갔다.

5시 35분부터, 즉 19번째로 나오는 제품부터 불합격품이 나오게 된다.

《아바이, 이제부터 불합격품이 나옵니다. 이놈, 〈HM기〉가 심술을 부립니다.》

탁석준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후 5시 34분! 이제 1분후이면… 역시 기형아가 나오게 된다.

이윽고 챙강! 하는 소리에 탁석준은 온몸이 굳어졌다. 19번째의 LK제품이 뽀얀 김을 뿜으면서 떨어져나온것이다.

윤박람은 아예 올방자를 틀고앉아 LK제품을 그러안고 눈을 감았다. 그도 19번째는 어지간히 긴장한듯 속눈섭을 파르르 떨었다.

윤박람은 3분이 지나도록 말이 없었다.

(불합격이 틀림없군. 그러니 말을 못하지.)

탁석준은 실망한 눈으로 유압뽐프쪽을 바라보았다. 불합격이 되면 스위치를 꺼버려야 하는것이다.

《아바이, 왜 말이 없어요. 불합격인가요?》

김경복이 더 기다리지 못하고 소리쳐 물었다.

《여보게들! 합격일세.》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탁석준은 달려가서 LK제품을 그러안았다.

또다시 출구에서 떨어지는 LK관!

20번째 LK제품이였다.

탁석준은 마음을 조이면서 윤박람의 주름많은 길숨한 얼굴과 쇠독이 올라 터갈린 갈퀴같은 손을 지켜보았다.

《또 합격일세!》

《이거뭐, 일이 나는게 아니야!》

탁석준은 떡메같은 주먹으로 옆에 서있는 김경복의 잔등을 철썩 갈기였다.

《스물하나, 또 합격!》

윤박람이도 성수가 나서 크게 소리쳤다.

22번, 23번, 24번… 련이어 합격품이 나왔다. 밤 12시에 108번째의 LK제품이 떨어져 나왔는데 역시 합격이였다.

탁석준은 108번재의 제품을 붙안고 통곡하였다.

《현덕실장동지! 지금 어디 있소? 이걸 보지 않고 왜 벌써 갔습니까.》

《거 보라구, 내 말이 맞았지. 정성이 지극하면 돌에도 꽃이 핀다구…》

《아바이, 이젠 좀 쉬고 날이 밝은 다음에 하십시오.》

《아니 일없소. 오늘밤은 임자네들과 함께 새울 작정이야.》

윤박람은 쉴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올방자를 틀고앉아있었다.

탁석준은 새벽 다섯시에 지배인집에 전화를 걸었다. 벌써 기업소로 출근하였다고 하여 지배인방을 찾았다.

《지배인 오성오 전화받습니다.》

수화기에서 오성오의 목소리가 인차 들리였다.

《지배인동지, 접니다. 석준입니다.》

《오, 석준인가? 왜 그래?》

무슨 예감을 받았는지 오성오의 목소리가 불현듯 떨리였다.

《지배인동지! 만세! 만세! 만만세입니다.》

《여, 석준이 무슨 일이야?》

《어제 4시부터 오늘 아침 5시까지 생산된 156개의 LK제품이 모두 합격입니다. 합격!》

《…》

수화기에서 갑자기 오성오의 기침소리가 들리였다. 그다음 아무 응대도 없었다. 숨소리도 없이 잠잠했다.

탁석준은 불시에 머리를 치는 불길한 예감에 전신을 떨었다.

심장마비?! 전 지배인 김동철이도 지나친 기쁨의 흥분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는가.

《지배인동지! 지배인동지! 지배인동지!》

탁석준이 여러번 불러서야 수화기에서 지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준이! 수고했소. 내 너무 기뻐 송화기통을 손으로 막고 울었소… 석준이, 아직은 이것을 비밀로 붙이자! 한달후에 공포합시다. 왜냐하면 적어도 한달이상 지속적으로 합격품이 나올 때에라야 성공을 확신할수 있기때문이야.》

《지배인동지, 알겠습니다.》

탁석준은 주먹으로 눈물을 씻었다.

《석준이랑 경복이랑 모두 아이가 보구싶을거야. 색시두 보고싶구. 한달만 거기 더 붙어있으라, 참으라, 엉? 내 이제 당장 수봉으로 가겠소. 전화 놓겠다.》

전화는 그것으로 끝났다.

그후 한달동안 계속 합격품이 나왔다.

오성오는 1997년 8월초에 당중앙위원회에 《HM기》한대를 성공적으로 개발한데 대한 보고를 올리였다. 이 충격적인 소식이 사람들을 놀래웠다. 기뻐서 축하하는 사람, 반신반의하는 사람, 정수리에 된타격을 받은듯 실색하는 사람…

이날에 누구보다 기뻐하신분은 김정일동지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친히 전화로 라남의 로동계급에게 치하의 말씀을 보내주시였다. 하여 이날은 라남사람들의 명절로 되였다. 온 종업원들이 마당에 떨쳐나와 북을 치고 꽹과리를 울리고 춤을 추며 돌아갔다. 그러나 독고소장을 포함한 몇명의 사람들은 부끄러워 얼굴을 내밀지 못하였다.

주혁민은 기쁨에 들떠서 청진시 여러 기관, 기업소의 당일군들을 찾아다니며 지배인자랑을 하였다. 저녁에는 자기 집에 《HM기》제작단성원들을 초청하여 강낭국수를 한그릇씩 대접하였다.

이 소박한 만찬회에서 오성오는 목메인 소리로 말하였다.

《나는 죄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HM기〉에 대한 보고를 올렸는데 장군님께서 크게 칭찬해주셨습니다. 사실 우린 너무 늦게 겨우 1대를 만들지 않았소. 이제 여러대의 〈HM기〉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기한은 3년밖에 없습니다. 해놓은것보다 해야 할 과제가 더 많습니다.》

3년안으로 과연 계획대로 《HM기》를 만들수 있겠는가? 그것은 간단한 과제가 아니였다.

허나 어쨌든 1대의 《HM기》를 만들어낸것은 《HM기》개발에서의 전환점이고 리정표였다.

(3년안으로 기어이 《HM기》 과제를 100프로 수행하자! 그리하여 21세기 첫 새해아침에 어버이장군님께 승리의 보고를 올리자!)

제작단성원들은 밥상우에 주먹을 올려놓고 맹세를 다지였다.

그로부터 1년후 1998년 8월초에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에서는 또 한대의 《HM기》를 만들어냈다. 그후 한달이 지나 즉 1998년 9월 4일 조선중앙통신사에서는 조선에서 첫 인공위성을 성과적으로 발사했다는 격동적인 소식을 보도하였다.

오성오는 그날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에서 《이번에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이 단 한번의 발사로 궤도우에 정확히 진입시킨 운반로케트와 인공지구위성은 100프로 우리의 지혜와 기술로 개발한것이다.》라는 구절을 여러번 곱씹어읽고 《HM기》제작단성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93번만에 성공하였는데 이들은 단번에 성공했소. 그러나 우리와 똑같은것이 있으니 그것은 100프로 우리의 지혜와 기술로 개발한 그것이요. 우리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HM기〉에 〈93〉이라는 이름을 답시다.》

이때부터 라남의 로동계급들은 《HM기》를 《93기》라고 불렀다.

그무렵, 미제가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기 위한 전쟁도발책동에 또다시 열을 올리였다. 이른바 제2의 조선침략작전계획인 《5027작전계획》(그 작전계획에서 《50》은 미태평양사령부, 《2》는 조선반도, 《7》은 전쟁씨나리오의 번호임)을 제3국의 출판물에 공개하고 우리를 위협하였다.

미제는 이 작전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핵무기를 적재한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현대적인 첨단장비들과 대형타격수단들을 투입할것을 기도하였다.

이때 라남의 로동계급들은 김정일동지께 맹세문을 올리였다. 그들은 맹세문에 이렇게 적었다. 《만약 적들이 우리 공화국에 불장난을 한다면 우리는 즉시에 전시태세를 갖추고 적들의 머리우에 죽음의 불을 들씌우겠습니다.》라고.

그 얼마후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대변인 성명이 뢰성처럼 우주공간을 날았다.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미제는 어리석게도 저들의 무모한 작전계획을 내돌리는것으로 그 누구의 기를 꺾어보려고 하지만 그것은 망상이다.

우리는 우리 식의 작전계획이 있다. 〈외과수술식〉타격이요, 〈선제타격〉이요 하는것들은 결코 미국만의 선택권이 아니며 그 타격방식도 결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

우리 인민군대의 타격에는 한계가 없으며 그 타격을 피할 자리가 이 행성우에 없다는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오성오는 이 성명을 종업원들앞에서 읽어주면서 보라, 우리 인민군대의 타격에 한계가 없고 그 타격을 피할 자리가 이 행성우에 없게 된것은 바로 현대 군사무기를 우리 식으로 개발하였기때문이다, 그 무엇이든 다 우리 식으로 하여야 한다, 우리가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우리 식으로 《93기》를 개발한것은 백번 잘한 일이라고 하였다.

조선사람들의 기를 꺾으려던 적들자신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대변인 성명에 넉살을 먹고 수그러들었다.

그후 우리 나라에서는 김정일동지의 정치적실력을 과시하는 력사적사변들이 일어났으니 그중의 하나가 2000년 6월 남조선의 김대중대통령의 평양방문과 2000년 7월 로씨야대통령 뿌찐의 평양방문이였다. 그리고 미제의 반공화국책동에도 불구하고 영국, 오스트랄리아, 카나다, 도이췰란드를 비롯한 여러 서방나라들이 우리와 외교관계를 맺었다.

상식으로 보면 벌써 열번, 스무번 무너지게 되여있는 북조선이 무너지지 않은것, 분렬와해되여야 했을 북조선이 오히려 철통같이 더 튼튼히 뭉쳐진것, 슬픔과 절망에 빠져있어야 할 북조선이 웃으면서 험난한 길을 걷고있는것, 그 어느 나라도 감히 맞서지 못하는 미국과의 무차별급 《프로권투》에서 북조선이 상대를 서너번이나 셈세기를 시킨것, 이 불가사의한 일들로 하여 세계는 김정일동지를 카리스마적인 정치가라고 말하게 되였다.

과학적인 합리성으로써는 도저히 해석할수 없는 신적인 주술적인 힘을 가진 정치가라는것이였다.

21세기가 다섯달밖에 남지 않은 2000년 8월 1일 김정일동지께서는 선군의 신들메를 더 조이고 함북지구로 현지지도의 길을 떠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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