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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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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151회 작성일 22-08-0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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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11

벽시계가 방안의 정적을 깨치며 세점을 쳤다.

옷을 입은채 사무실 쏘파에서 잠을 자고있던 주혁민은 시계종소리에 놀라 눈을 흡뜨며 벌떡 일어섰다.

시계를 들여다보고 거울앞에서 얼추 빗질을 한 그는 사무탁의 조그마한 나무받침대우에 놓여있는 손바닥만 한 일력을 번지였다.

10월 12일 금요일이라는 일력의 글자들이 주혁민의 마음을 유난히 자극하였다.

그는 일력장 여백에 빨간 원주필로 《저녁 8시 기술자협의회!》라고 엇비듬히 몇자 적어놓고 급히 일어섰다.

매일 새벽 3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주혁민은 밤작업을 하는 생산직장들을 돌아보기 위해 출입문을 나섰다. 그의 하루일과는 늘 이렇게 시작되였다.

밖은 캄캄하였다. 구름이 덮였는지 멀리 하늘 한귀퉁이에서 서너송아리의 별이 가물거리고있을뿐 어제 이맘때엔 채탄기직장 지붕우에 올라앉아 웃고있던 새벽달이 오늘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몸을 오싹하게 하는 찬바람이 작업복안으로 스며들었다.

(벌써 한달이 됐군.)

주혁민은 채탄기직장을 바라고 걸어 가면서 혼자소리로 중얼거리였다.

그는 한달전 첫 부임인사를 별스럽게 하여 사람들을 깜짝 놀래웠던 일을 생각하고 히뭇이 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저의 이름은 주혁민입니다. 후에 놀라지 않도록 미리 알려드리는바이지만 저의 체질은 좀 특이합니다. 심장이 동지들과는 달리 바른쪽가슴에 있고 천성적으로 잠이 없습니다. 하루 세시간 내지 네시간만 자면 충분합니다. 그 이상 더 자면 머리가 아프고 몸이 괴롭습니다.》

이 첫 부임인사로 하여 그날로 라남시가의 주민들속에 주혁민에 대한 소문이 쫙 퍼지게 되였다. 라남사람들속에서 주혁민이 더욱 유명해진것은 그가 라남에 오자마자 연설 한마디로 건설대사람들의 못된 버릇을 떼버리게 한것때문이였다. 그는 박준이와 약속한 그대로 건설대사람들을 동원시켜 박준이와 탁석준이네 가족들이 집들이를 할수 있도록 단 한주일동안에 장판, 도배에 이르기까지 건설내부공사를 완전히 끝내게 했었다.

주혁민은 박준이네 집문제만 풀어준것이 아니라 간염을 앓고 있는 박준의 아들을 도병원에 데려다 집중치료를 시켜 병뿌리를 아예 뽑아내게 하였다. 주혁민은 경성료양소에서 치료를 받고있는 기사장한테도 수시로 찾아다니며 진심으로 건강을 돌봐주어 료양소일군들까지도 인간성이 있는 당일군이라고 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게 되였다.

주혁민은 아직 가정을 데려오지 않고 자기 방을 숙소겸 사무실로 쓰면서 독신자합숙에서 식사를 하고있었다.

회령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안해때문에 인차 이사할 형편이 못된것이다. 그래서 후방경리부에서는 조용한 외래자합숙에 책임비서의 독방을 마련하였으나 주혁민은 숙소가 필요없었다. 밥도 독신자합숙에서 로동자들과 함께 먹기로 하였다.

경리부에서는 할수없이 독신자합숙식당에 책임비서를 위한 간막이식사칸을 꾸렸지만 그것도 무용지물로 되였다. 주혁민은 레닌도 10월혁명초기 리발소에서 줄을 섰다는데 나도 줄을 서서 밥을 타먹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느 익살군이 《레닌은 레닌이고 동방례의지국인 우리 나라에서는 그럴수 없습니다.》하면서 식사는 로동자들과 한식탁에서 하되 반드시 자기들이 타드리는 밥을 들어야 한다는 엄격한 규칙을 세워놓았다. 그렇다고 그가 지금까지 사람들로부터 좋은 말만 들어온것은 아니였다. 그는 실력과 열성을 위주로 적재적소에 간부를 배치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한달사이에 시험소소장, 생산부기사장, 유압직장장을 비롯하여 공장일군들을 여러명 교체하였기때문에 일부 사람들로부터 사람문제를 경솔히 취급한다는 뒤소리를 듣고있었다.

심지어 책임비서가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들로 초급간부진지를 꾸리고 인기주의를 하여 사람들을 끌어당긴다는 여론도 돌았다.

물론 간부교체는 주혁민이 독단으로 하는것이 아니고 당위원회에서 결정하는것이지만 사람들은 그 모든것이 책임비서의 의도에 의해 진행되는것으로 보았다. 실지 그는 지배인이 제안하고 조직한 《HM기》 제작단성원들도 일부 변경시키였다. 부단장이던 윤현덕이 나이도 있는 병약한 사람이여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작된 설계조 조장사업만을 하게 하고 훨씬 젊고 건강한 유압직장 책임기사인 최강철을 생산부기사장 겸 《HM기》제작단 부단장으로 임명하였다.

최강철에 대한 간부사업이 종업원들속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왜냐하면 최강철은 전기, 전자, 유압, 기계 등 네가지 공학에 높은 실력을 가지고있고 공로도 많은 기술자이지만 나어린 사람에게조차 큰소리 한번 쳐보지 못한 천하 용해빠진 사람이기때문이였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사람단련을 제일 많이 받는 생산부기사장일을 해낼수 있겠는가 하는것이였다. 그가 얼마나 어진 사람인가 하는것은 지난 기간 지배인과 당비서 새짬에 끼워 마음고생을 하던 나머지 신경쇠약에 걸렸던 사실만을 보아도 알수 있었다.

주혁민이 최강철을 대담하게 책임적인 기술간부자리에 올려앉히게 된데는 기사장의 의견이 적지 않게 작용하였다. 주혁민이 경성료양소에 찾아갔을 때 기사장이 보약을 한보따리 내놓고 보여주면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분에 넘치게도 이렇게 숱한 사랑의 보약을 보내주셨는데 원래 제가 은혜도 몰라보는 불초한 놈이라 병이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미 저의 침상에는 죽음의 망령이 떠돌고있으니 책임비서동지가 기사장후임을 생각해두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최강철동무를 제기하고싶습니다. 최강철은 지난기간 충실하게 일을 잘해 수령님과 지도자동지의 치하와 감사를 여러번 받은 동무입니다.》하면서 빨리 자기를 해임시키도록 우에 제기해달라고 애원했었다.

주혁민이 최강철을 믿고 내세운데는 이런 사연이 있었다. 간부개선문제를 놓고 종업원들속에서 뒤소리가 많았지만 하루 세 시간만 자고 스무시간이상 일하는 책임비서의 그 무서운 투신력앞에서는 지배인이하 모든 종업원들이 감동하지 않을수 없었다.

어제도 그는 밤 12시까지 생산직장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세시간 눈을 붙이고 지금 또다시 생산직장들을 돌아보러 나온것이다.

주혁민은 가까이 있는 채탄기직장에 들어가보고 단조직장으로 향하였다.

단조직장에서는 작업이 한창이였다. 공중에 늘여놓은 옥내 삭도줄로 소재를 가득싣고 흘러가는 쇠바가지들, 장검을 옆에 차고 병사들의 움직임을 굽어보는 대장마냥 위풍당당히 서있다가 기중기가 물어다놓은 큰 쇠덩지들을 묵직한 장수발로 밟아서 순간에 편포처럼 만들어버리는 650톤프레스, 방아처럼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쇠함마들…

주혁민은 들끓으며 약동하는 작업장을 기분좋게 둘러보았다.

《책임비서동지, 오셨습니까?》

검은색작업복을 입은 보통키에 어깨가 쩍 벌어진 교대장이 달려와서 인사를 하였다.

《수고합니다. 오늘은 단조작업장이 활기를 띠고있구만.》

《이러다가도 전압이 떨어지면 저것들이 다 맥을 못춥니다. 전기때문에 야단났습니다.》

교대장이 650톤프레스를 가리키며 탄식조로 말하였다.

《야단, 야단하지 말고 방도를 탐구하오. 최강철부기사장이 그러는데 전기설비들을 개조하면 공장의 전기소비량을 줄일수 있다고 하오. 오늘 기술자협의회에서 전기문제도 토론하자고 하오.》

주혁민은 이날에 하는 기술자협의회에 큰 기대를 걸고있었다. 맡은 기술자협의회라고 하지만 실은 당의 방침과제집행정형을 총화하고 그 수행방도를 토론하는 당, 행정일군 및 기술자협의회였다.

《교대장동문 가서 일보시오. 난 작업장들을 좀 돌아보고 가겠소.》

둔중한 음향을 울리는 650톤프레스며 기계식 3톤함마에 시선을 주며 이야기하던 주혁민은 작업장 왼쪽벽에 붙어있는 가열로를 향해 걸음을 옮기였다. 이번에 주혁민이 직접 손을 붙여 개조한 증기복합식가열로였다.

가열로의 화실에서는 시퍼런 불길이 괴물의 혀바닥처럼 널름거리고있었다. 그앞에 허드레옷을 입은 로동자 하나가 방수포를 깔고 큰대자모양으로 누워있었다. 화실안에서 널름거리는 불이 코를 골며 자고있는 로동자의 얼굴을 환하게 비쳐주고있었다.

《이게 누구야. 박준동무의 아들이 아니야? 박순진이!》

《참, 저녀석이… 또 술을 처먹은 모양이군.》

교대장이 주혁민을 따라왔다.

《동문 가서 자기 일을 하라는데 왜 따라오우.》

주혁민은 박순진에게 달려가려는 교대장을 막아버리고 가열로앞으로 급히 다가갔다. 가열로 한쪽에 달려있는 계기를 들여다보니 허용계선을 넘어선 새빨간 바늘이 공포의 전률을 일으키듯 바들바들 떨고있었다.

증기투입구 개페기를 닫아놓고 돌아선 주혁민은 얼굴에 쥐광이를 그린채 방수포우에 누워있는 청년의 얼굴을 이윽히 내려다보았다. 그는 책임비서가 와있는것을 모르고 요란스레 코를 골아댔다.

그가 신고있는 새 로동화는 언제 불에 끄슬렸는지 앞코숭이와 뒤축고무가 다 녹아 문드러져서 석탄재에 게발린 꺼먼 발가락과 발뒤축이 내다보이였다.

깔고 자는 검은 방수포는 그전에 아빠트건설장에서 본 그 방수포였다. 그러나 지금 박순진의 입에서 술냄새는 나지 않았다. 번듯한 이마며 두드러진 코등이며 지어 성근 이발까지도 아버지를 닮은 남자답게 시원하게 생긴 얼굴이였다.

주혁민은 큰대자모양으로 반듯이 누워있는 그를 모로 돌려눕히고는 별안간 손바닥으로 궁둥이를 철썩 쳐갈기였다.

그제야 박순진은 화닥닥 놀라며 일어나앉았지만 잠기에 취해서 정신을 못차리고 눈을 두부럭거리였다. 한참만에 자기앞에 오금을 꺾고앉은 사람을 일별하고 눈을 흡뜨며 일어섰다.

《이녀석아, 거기 압력계를 좀 봐라!》

박순진은 압력계를 들여다보더니 허둥거리며 수증기투입구에 붙어있는 개페기를 돌리였다. 개페기는 이미 닫겨있었다.

《개페기닫는다는건 알고있구만. 순진이, 개페길 열어놓고 잠을 자면 어쩌자는거야. 이게 〈수소탄〉이야! 폭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나쁜 녀석!》

《용서하십시오. 책임비서동지, 저도 모르게 깜빡 졸았습니다.》

목소리조차 아버지를 닮은 은근한 저음이였다.

《깜빡 졸았다? 방수폴 깔아놓구 큰대자로 누워자면서도 깜빡 졸았어? 넌 애당초 잘 잡도리를 하고왔어. 옳지 못해!》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박순진은 더수기를 긁적거리고는 길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떨구었다. 그러나 인차 히죽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쳐들었다.

《책임비서동지, 제 한가지 물어봐도 일없겠습니까?》

《뭐야?》

주혁민은 일부로 거칠게 소리쳤다.

《책임비서동지한테 발명권이 네개나 있다는게 사실입니까?》

주혁민은 느닷없는 물음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실지 그에게는 네개가 아니라 일곱개의 발명권이 있었다.

《동무 아버지도 발명권을 많이 가지고있지 않나.》

그 말은 들은척도 안하고 박순진이 다시 물었다.

《이 증기복합식가열로도 책임비서동지가 창안하셨다는데 이것도 발명권이 나왔습니까?》

주혁민의 얼굴에 그림자같은 어두운것이 덮이였다. 그는 압력계를 묵묵히 지켜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받은 발명권이 바로 이거야!》

주혁민은 손을 들어 푸른 불이 널름거리는 화실을 가리켰다.

《그러나 그 발명권에는 사람의 피가 묻어있다. 나는 사람을 죽였어!》

주혁민의 눈에 불현듯 멀건 미음이 돌았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얼굴빛이 시꺼멓게 질린 박순진은 놀라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기까지 하였다.

《내가 그러지 않아 가열공인 너에게 그 얘길 하자고 했는데 좀 늦었다.》

주혁민은 화실을 들여다보며 이야기하였다.

《불이 없이는 사람이 살수 없어. 불과 더불어 인류는 오늘과 같은 문명의 길에 올랐지. 순진이! 주변을 둘러보라. 어느 하나 불과 인연이 없는게 있는가. 저 기계들도 다 용광로에서 뽑아낸 선철, 강철, 여러가지 합금들로 만들어진거지. 모두가 다 불의 산아요. 그러나 불을 잘못 다스리면 무서운 재난을 입게 된다. 불때문에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불의 성미를 잘 모르고 잘 쓰지 못했기때문에 사람을 죽이게까지 되였던거다.》

박순진은 새파랗게 질린 입술이 아예 마비된듯 아무말도 못하였다.

그에게는 책임비서의 말이 리해되지도 믿어지지도 않았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주혁민의 말은 사실이였다. 그것은 그가 회령탄광기계공장에서 당비서사업을 하고있을 때에 일어난 불상사였다.

원래 석탄전문학교출신으로서 젊은시절 탄광에서 일할 때부터 석탄절약에 관심을 가지게 된 주혁민은 석탄을 쓰는 가열로들에서 어떻게 하면 적은 석탄으로 많은 열량을 내게 할수 있겠는가를 무시로 생각하게 되였다. 그러는 과정에 그는 어린 시절에 무심히 보았던 하나의 사실에 큰 의의를 부여하게 되였다. 그것은 철도기관사로 일하던 사촌형이 증기기관차화실에 석탄을 퍼넣을 때 증기를 뿜어주군 하던 일이였다. 예로부터 수화상극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상하게도 화실에 증기를 뿜어주면 불이 꺼지는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길이 더 세지고 온도가 오르군하였던것이다.

주혁민은 그 원인을 《C+H2O=CO+H2》라는 화학반응식으로 알아냈다. 다시말하여 물과 탄소가 화합하여 수성가스가 생겨나기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여기서 확신을 가지게 된 주혁민은 공장의 한 설계원에게 증기투입장치가 달린 시험가열로를 건설하여 시험해보도록 과업을 주었다.

설계원은 열명의 건설로동자들을 데리고 주혁민의 지시대로 증기를 뿜어넣는 기계장치가 있는 시험가열로를 만들어 시험을 하였다. 그런데 화실에 불을 지핀지 30분도 안되여 급작스레 로가 폭발하여 작업하던 로동자들중 한명은 사망하고 2명은 3도화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가게 되였다.

이 무서운 인명피해사고로 하여 시험로를 설계하고 시험작업을 지휘한 기계설계원이 법기관에 불리워가게 되였다. 사람을 죽였기때문에 설계원은 구원되지 못하고 엄한 법적제재를 받게 될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무렵 당일군강습때문에 도에 올라가있던 주혁민은 그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급히 회령으로 돌아왔다. 그는 돌아오자바람으로 법기관에 찾아가 시험로설계방향도 내가 주었고 시험로건설과 로시험작업도 내가 조직한것이니 설계원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막아나섰다.

인명피해사고에 큰 공장 당비서가 관여했기때문에 법기관에서는 심중히 토론한 끝에 이 사실을 당중앙위원회에 보고하였다.

그 이튿날 깊은 밤이였다. 당위원회사무실에 홀로 앉아 공장로동자를 죽이고 상처입히게 한 죄책으로 모대기고있던 주혁민은 뜻밖에 김정일동지의 전화를 받게 되였다. 새별군당에 있을 때부터 주혁민은 김정일동지의 전화를 몇번 받아보았지만 이날처럼 괴롭고 가슴이 떨려본적은 없었다.

《주혁민동무, 어떻게 되여 동무가 그런 사고를 저지르게 되였소?》

수화기에서 무겁게 울리는 김정일동지의 목소리가 주혁민의 가슴을 아프게 두드리였다.

주혁민은 시험가열로를 건설하게 된 사연을 아뢰이고 만회할수 없는 죄를 저질렀으니만큼 그 어떤 벌도 다 받겠다는 자기의 결심을 덧붙여 표명하였다.

《동무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할지는 나도 모르겠소. 온밤 잠을 못잤소. 동무가 나라의 석탄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겠다는 마음에서 가열로시험을 해본것은 나쁘지 않지만 인명피해가 생긴것은 전적으로 동무의 무책임성과 부정확한 지식때문이요.》

그이께서는 그러시며 서툰 의사가 사람을 잡는다, 물론 세계적으로 과학시험을 하는 과정에 인명피해를 본 실례가 적지 않지만 동무네는 조금만 주의하고 관심을 돌렸더라면 아무일도 없었을것인데 그런 재구를 쳤다, 더우기 동무를 무책임하다고 하는것은 가열로시험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고 자기는 제볼장을 다보고 다녔기때문이다, 불에 대한 시험을 하는 사람들이 불에 대한 공부를 어정쩡하게 했다고 엄하게 꾸짖으시였다.

주혁민은 전화기를 붙들고 흐느껴울었다. 자신의 운명이 암담해서가 아니라 김정일동지께서 근심하시게 하고 사랑하는 동지의 목숨을 잃게 만든것이 절통해서였다.

《주혁민동무, 나는 깊이 생각해보았소. 동무에게 어떤 벌을 내려야 하겠는지는 오직 군중에게, 인민에게 물어서 처리하는 길밖에 없소. 군중심판을 받으시오. 래일 날이 밝으면 전체 종업원들앞에 나서시오. 법기관에서도 군중에게 권한을 주는데 대하여 반대가 없다고 하오. 당중앙위원회에서는 리명국부부장이 내려갑니다.》

이렇게 되여 큰공장의 당비서가 비당원들도 있는 종업원들앞에서 군중비판을 받는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 나라의 모든 공장, 기업소들의 연혁사를 들추어보아도 당위원회의 책임일군이 종업원들앞에 나서서 군중비판을 받은 실례는 없었을것이다.

종업원의 90프로이상이 당비서를 적극적으로 옹호해나섰다. 모든 일에서 이신작칙하고 종업원들의 정치적생명을 귀중히 다루는 인정이 있고 틀이 없는 당일군이라고, 이번에도 채탄공들이 힘들게 캐내는 《검은 금》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고 로의 효률을 높이려는 마음에서 로시험을 조직했다가 본의아니게 그런 사고를 저지르게 되였다고 하였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당비서가 더는 헤여나오지 못하리라고 짐작하고 주혁민을 군중우에 군림하여 전횡을 부리는 무서운 관료주의자로 묘사하면서 신랄히 규탄하였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저자는 폭군이요! 이번 사고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저자의 반인민적인 정치생활의 연장입니다. 귀중한 동지의 생명을 앗아간 저자에게 최고의 벌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치를 떨며 고함을 질렀다.

그가 바로 지금 5월10일종합공장에서 후방부지배인을 하고있는 고영춘이였다. 그의 고함소리에 합세하는 사람들도 여러명 되였는데 그들은 거의다 평시에 당비서에게 지나치게 알랑거렸거나 그한테서 날카로운 비판을 받은 사람들이였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토론과 비판이 있은 다음에 일어선 미망인의 토론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였다. 그는 우리 영순이 아버지(사망한 로동자)를 제일 사랑한분이 주혁민당비서였다, 영순이 아버지가 정치적과오를 범하고 고민하고있을 때 매일 찾아와서 잘못을 고치도록 진심으로 도와준 사람도 당비서였고 우리 영순이가 급병에 걸려 사경에 처하게 되였을 때 자동차를 내여 병원에 실어다주고 수술립회까지 서주었으며 병치료에 특효가 있다는 사슴혀를 먼 산골에까지 가서 구해온 사람도 당비서였다, 나는 생각컨대 우리 영순이 아버지는 당비서가 제기한 시험로건설에 스스로 발벗고나섰다고 본다, 만약 우리 당비서에게 어떤 형벌을 내린다면 나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찾아가서라도 《상소》하겠다고 하였다.

절대다수 종업원들의 적극적인 제기에 의하여 주혁민은 아무런 법적제재도 받지 않게 되였다.

이 사건이 있은후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열로시험작업을 하다가 희생된 로동자에게 사회주의애국희생증을 수여하고 주혁민에게는 책벌을 주어 김일성고급당학교에 가서 공부하도록 대책을 세워주시였다.

주혁민은 김일성고급당학교에서 성근하게 사상수양을 하는 한편 학교당위원회와 토론하고 거의 매일밤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평양전구공장가열로에 찾아다니면서 실험도 하고 열공학에 대한 지식도 깊이 익히였다.

인생의 한 지점에 특이한 흔적을 남긴 주혁민의 가슴아픈 회고담은 여기서 끝났다.

그는 석탄삽을 들고 화실에 천천히 탄을 퍼넣으면서 박순진에게 말하였다.

《증기복합식가열로는 이런 과정을 거쳐 생겨났다. 지금 우리 나라 250여개 단위에서 이 로가 도입되고있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나에게 발명권을 준것 같다.》

순진은 눈을 꾹 감고 서있다가 긴 숨을 내쉬며 화실을 들여다보았다.

잠시도 안정하지 못하고 소리없이 널름거리는 불이 이제는 그의 눈에 례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붉은 불, 푸른 불, 누런 불, 하얀 불… 불의 열도와 연료의 재질에 따라 불빛은 그처럼 여러 색갈로 갈라진다고 한다. 탄광들에서 버럭처럼 내버린 회분이 많은 저열탄도 저 화실에 들어가면 수백도의 고열을 일으키고 그래서 그 어떤 쇠붙이도 엿물처럼 녹여 새로운 재부를 재생시킨다는것이다. 여기에 이 증기복합식가열로의 장점이 있었다.

《순진아, 저 압력계를 들여다봐라. 거기에는 〈사고방지〉라는 글이 새겨있다. 사람을 죽이고야 석탄을 몇백만톤 절약한들 무슨 소용이 있느냐. 순진이가 술을 마시고 망나니를 부린다구 하지만 우리는 너에게 공장의 불을 맡기였다. 어째서 믿었는가? 순진은 바로 박준의 아들이기때문이다.

순진이! 불앞에선 거짓도 태만도 모르고 오직 성실해야 한다.》

박순진은 책임비서의 말을 아직 깊이 리해하지 못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불현듯 오열을 터뜨리며 《책임비서동지, 용서하십시오.… 다시는…》하고 주혁민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세차게 어깨를 떨었다.

《됐다, 됐어.… 그만해라.》

박순진의 흔들거리는 어깨를 쓰다듬는 주혁민의 눈굽에도 한방울의 눈물이 맺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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