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에도 이런 사람이.. (김광모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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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정당의 필요성에 대하여
나는 앞으로의 통합진보정당이 보수와 진보가 무엇이 다른지를 대중들을 현실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 능력을 갖춘 정당, 1백만 명의 당원을 확보할 수 있는 꿈을 꾸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 내부에서는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사민주의자, 녹색생태주의자들이 자신의 주의주장을 가지고 백가쟁명식의 논쟁을 하면서 서로에게 ‘생계란을 던지는 신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속에서 포괄적 의미의 진보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향후 다양한 진보의 가치가 국가권력의 운영자로 인정받을 때가 되면, 민족주의정당, 사민당, 녹색당, 좌파당 등으로 분화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민족주의가 진보인가?라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겠다) 그 시점을 만들기 위해서 지금은 역설적이지만 서로의 견해 차이를 극복하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
최근 수많은 동지들과 전화통화를 했다. 최종합의문은 북한 3대 세습이 빠졌고 완전히 후퇴된 안이라는 것, 사회당이 왜 빠졌는지에 대하여 성찰해야 된다는 주장을 말하면서 동의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많은 동지들과 통화했다.
이 정도의 합의문이면 아름다운 문학작품(?)이라고 말하는 모 씨의 조롱은 이제 각자 알아서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자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잔인하게 들렸다. 왜냐하면 이 잔인한 모씨에게 너무 정이 들어서다. 한둘이 아니다.
창당 당시 새로운 진보정당의 꿈을 꾸었던 당원동지들이, 온갖 애환을 달래가면서 노동과 생태에 관련된 각종 투쟁에 헌신했던 당원동지들이, 진보의 재구성이 우리 힘으로 역부족이라는 현실로 인해, 통합진보정당을 요구하는 소위 합의문 쪼가리 해석 때문에 갈라져야 하는가? 마치 구약성서 해석을 놓고 교파가 갈라져 전쟁을 벌이는 중세시대의 수도사의 운명을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당이 재현해야 하는가?
어제 그 생각을 하면서 부산의 남수영당협 위원장과 소주 한 잔 하면서 지독한 상실감에 빠졌다. 유대인 화학자 프레모 레비는 대다수가 죽었던 아이슈비츠의 지옥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6백만 명이 학살당했던 자신의 동포 유대인들이 과거의 역사를 망각하고 팔레스타인을 도륙하는 현실에 절망하고 자살을 하고 만다.
그의 저서 『이것이 인생인가?』를 떠올리며, 진보정당 운동을 이렇게 허망하게 종결하는 우리의 역사도 결국 ‘이것이 인생인가?’라고 자조하면서 씁쓸하게 생의 마감을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가?
그래서, 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진보신당 동지들에게 부탁하고자 한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자고 우리는 풍찬노숙의 길을 스스로 자처했다. 한국에서는 진보정당이 불가능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할 때, 무상급식·무상의료가 비현실적이라고 운동권 내부에서도 비판이 제기될 때, 이것을 기획했고 결국 현실화시켜서 누구나 가져보고 싶은 혹은 필요로 하는 것으로 일구어내었던 최초의 입안자들이 있는 정당이 지금의 진보신당이다.
그렇게 능력을 갖춘 우리가 대한민국의 권력지형도를 바꿀 야심을 버리고 신념윤리에만 기반한 등대정당으로 고립화되려는 욕구를 왜 가지는지를 현실의 나는 동의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현실적 세력관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진보의 가치를 탈색시킬 수 있는 그 위험한 행위를 과감하게 추진할려는 복지국가 단일정당 주장론자들에게도 동의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냉혹하며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한국사회에서 유의미한 진보세력의 존립을 스스로 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이전부터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동맹운동과 정당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식 ‘무지개동맹’이 되었든, 브라질 노동자당의 정파등록제적 방식이 되었든, 어떤 방식이건 간에, 반한나라당 정서가 강화되면서 보수의 입지가 점차적으로 줄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규모를 가지고 실력을 갖춘 진보정당을 염원하는 대중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도저히 심리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없더라도, 최종합의문의 내용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통합 진보정당 내에서 실험이라도 해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이후에 보다 많은 세력을 결집해서 다른 독자정당을 만들어 주기를 부탁드린다.
대한민국의 권력지형도를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권력 창출을 위해 심리적 트라우마가 아무리 크더라도 이것을 넘어설 용기를 가지고 통합 진보정당의 길에 함께 하기를 나는 바란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고통과 좌절, 인간적 고뇌와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을 본인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정당운동을 하는 근본적인 두 가지 목표, 권력 창출과 진보의 가치실현은 현재의 진보신당의 실력과 규모로는 불가능하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호감을 받을 수 있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할 때 가능하다.
따라서 최종합의문에서 언급된 진보정당 간의 합의가 단순한 과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의 재결합으로 끝나지 않고, 향후 진보적 성향의 국민들이 믿고 함께 이 길을 갈 수 있는 대중적으로 열린 진보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나는 희망한다.
진보신당 내의 소위 독자파들은 온건 사민주의자 슈뢰드 정부의 좌파 사회주의자 오스카 라퐁텐(전 재무부장관)이 사민당 정권 속에서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라는 꿈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버티다가, 세력을 규합해서 민사당과 함께 독일좌파당을 탄생시킨 실천경로를 고민해 보기를 부탁드린다.
사민당의 우경화에 이미 회의를 가지고 있었지만, 때를 기다리고 세력을 모아 독일 좌파당을 형성하고, 또한 현재의 좌파당을 독일에서 유의미한 정당조직으로 만들어내는 그의 실력은 결코 이상적 가치만을 학수고대했던 강단 좌파나, 운동을 거리의 항쟁만으로 사고했던 68세대의 낭만적 정서를 거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때문에 진보신당의 독자 존립을 염원하는 독자파 당원들은, 수많은 세월이 걸리더라도 유의미한 진보정당에서 좌파적 실천을 해주고, 자신들의 신념윤리와 배치되는 것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가 되었을 때에는 함께 할려는 세력을 최대한 많이 규합해서 제대로 된 좌파정당을 조직하기를 부탁드린다.
지금 일부가 주장하는 노동자 중심 계급정당과 녹색사회당은 이념가치형 정당으로서는 유의미성을 가질 수 있지만, 현재의 정치지형에서는 권력 획득을 목표로 하는 진보정당운동으로는 유의미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과 녹색을 중심에 두고 실천하는 정당이 되더라도, 그리고 우리의 희망대로 소선구제 내에서의 게리멘더링 체제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되더라도, 현실의 정치지형도에서는 존립가능성이 희박하다.
외부에서 순수한 마이너 가치정당도 필요하겠지만, 통합 진보정당 내부에서 식중독에 걸릴 각오를 하고 현실의 진흙탕에서 우리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피눈물을 흘리는 것도 필요하다.
브라질 노동자당이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소수파 진보정당이었지만, 성향이 다른 다양한 정파들을 규합하고, 포르투 알레그레와 같은 현실적 정치활동을 통해 단련되면서, 국민들에게 국정운영에 대한 실력을 인정받았기에 그들은 정권을 장악했다.
이것은 한국사회에서도 언젠가는 분명히 실현 가능할 것이다. 우리만의 가치논쟁 리그를 벗어나 보다 대중적 진보정당 노선을 추구하면서도, 당 내부의 이합집산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상투쟁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구시대적 NL 대 PD 구도를 극복할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이 길에 함께 갈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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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아주 좋은 글이군요. 민중님, 정말 좋은 기사를 발굴하셨습니다.
부산의 해운대는 현재 가장 부유층들이 사는 곳인데 이런 곳에
이렇게 뛰어난 분이 또 계시는군요.
좋은 정치인 한 분을 또 발견한듯한 느낌입니다.
언젠가 부산가면 이 분을 한 번 만나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