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장창준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북측이 남북 비밀 접촉을 폭로한 것은 이례적인 일임은 분명하다. “비밀 접촉을 폭로하는 북한과 앞으로 대화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정상적인 범주에 속한다. 문제는 ‘왜’이다. 왜 북측은 비밀 접촉 폭로라는 극도의 이례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
폭로전에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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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장창준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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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자 표적지’가 그 발단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 않는다. 북측이 발표한 전문을 보자.
리명박역적패당이 청와대대변인이라는자를 내세워 베이징비밀접촉정형을 날조하여 먼저 공개하고 이러저러한 허튼 소리를 내돌리는 이상 우리도 있었던 사실을 그대로 까밝히지 않을수 없다.
MB 정부가 사실을 날조했기 때문에 ‘폭로’에 나섰다는 것이다. 북측으로서는 ‘자기방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북측은 MB 정부가 무엇을 날조했다고 보는가.
베이징비밀접촉에서 우리에게 리명박역도의 그 무슨 《베를린제안》의 《진의》를 설명하였다는것도 새빨간 거짓말이다.
‘자기 방어’ 상황은 이런 것이다. 북측은 이미 여러 차례 밝혔듯이 ‘베를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남측이 ‘베를린 제안의 진의’를 설명했다는 것을 북측이 부정하지 않으면 북측은 ‘베를린 제안의 진의’를 경청한 결과가 된다. 이 같은 결과는 북측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북측은 폭로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아래 문장은 그것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자들이 리명박역도의 그 무슨 《베를린제안》의 《당위성》을 선전할 목적밑에 베이징비밀접촉정형을 날조하여 먼저 여론에 공개하였던것이다.
다음 표현도 주목할 대목이다. 올해 4월에 들어서면서 《〈천안〉호침몰사건과 연평도포격사건에 대하여 더이상 거론하지 않겠으니 제발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을 가지자.》고 거듭 간청하여왔다.
그러면서 리명박의 《대북정책》이 북에서 《오해》를 하고있어 그렇지 사실은 북남관계개선을 위한것이라고 구구히 변명하였다.
북측 발표에 따르면 베이징 접촉 이전의 접촉에서 MB 정부는 천안함을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3.1절 경축사에서 MB는 ‘천안함, 연평도,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북측의 발표는 상당한 신뢰가 간다. 물론 4월 들어 MB 정부는 다시 ‘천안함 사과’를 꺼내들긴 했다. 다시 발표문을 보자.
그러나 5월 9일부터 비밀접촉마당에 나온 괴뢰통일부 정책실장 김천식, 정보원 국장 홍창화,청와대비서실 대외전략비서관 김태효 등은 우리와 한 초기약속을 어기고 《천안》호침몰사건과 연평도포격사건이 남북관계개선을 위하여 《지혜롭게 넘어야 할 산》이라며 우리의 《사과》를 받아내려고 요술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5월 9일 접촉에서 북측은 “너희들 천안함 사과 요구 안한다더니 왜 다시 사과 요구를 하느냐?”는 ‘문제 제기’를 했을 것이다. 위의 문장은 그에 대한 남측 협상자들의 답변을 담고 있다. 소위 ‘지혜롭게 넘어가자’는 것이다. 지혜롭게 넘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은 아래와 같다.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세상에 내놓자고 하면서 우리측에서 《제발 좀 양보하여달라.》고 애걸하였다.
북측은 이미 5월 30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6월 1일의 발표는 북측이 그 같은 입장을 정하게 된 저간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북측의 정치적 목적지금까지 북측이 폭로전에 나서게 된 이유를 북 국방위원회 발표 전문을 통해 분석해 보았다. 그렇다면 북측은 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우선 남북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분명한 듯하다. 역시 6월 1일 발표문의 일부이다.
리명박역적패당이 진정으로 북남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다면 애당초 그 무슨 《베를린제안》과 같은 악담을 늘어놓지 말았어야 하며 비공개접촉사실을 외곡하여 신의없이 공개하는 연극도 놀지 말았어야 했을것이다.
과거 완료형이라는 데 주목하자. “말았어야 하며, …… 말았어야 했을 것이다”는 것은 남측이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했으며, 그래서 더 이상의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표현이다. 오히려 5월 30일 ‘남북관계 단절 선언’의 논조보다 강하다.
우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할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것이지만 정치적흉심을 위해 앞뒤가 다르고 너절하게 행동하는 리명박역적패당과는 더이상 상대하지 않을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안정을 위한 모든 노력은 하겠지만 이명박 정부와의 대화는 더 이상 없다고 못을 박았다. 북측이 말하는 모든 노력은 ‘북미 회담과 6자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는 ‘남북핵회담 - 북미 회담 - 6자회담’이라는 3단계 해법을 거부한 것이다.
따라서 6월 1일의 발표는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즉 오바마 행정부더러 ‘더 이상 3단계 해법을 우리에게 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3단계 해법을 고수한다면 6자회담 역시 물 건너 간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고, 그것의 결과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안정’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담겨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