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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환상곡 (개곰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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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2건 조회 2,121회 작성일 11-06-2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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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아프리카 45개국은 아프리카가 공유하는 통신위성을 띄우기로 합의하고 RASCOM(지역아프리카위성통신기구)을 만들었다. 당시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국제전화료가 가장 비싼 지역이었다. 아프리카는 연간 5억달러를 유럽의 통신위성 보유사에게 지불해야 했다. 

겨우 4억달러면 통신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었으므로 RASCOM의 결성은 지극히 당연했다. 문제는 아프리카 나라들에게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RASCOM은 세계은행, IMF, 서방 은행들에게 융자를 요청했지만 이들은 무려 14년 동안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시간만 질질 끌었다. 아프리카가 독자적으로 통신위성을 갖게 되면 거액의 통신위성 사용료를 잃게 되니 서방에게는 불리했다. 

보다못한 리비아의 카다피가 2006년에 3억달러를 내놓았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이 5천만달러를 보태고 서아프리카개발은행도 2700만달러를 덧붙여서 마침내 2007년 12월 26일 아프리카 최초로 통신위성을 띄웠다. 

리비아의 자금력은 물론 기름에서 나온다. 리비아는 해마다 300억달러가 넘는 무역 흑자를 낸다. 2006년에 세워진 리비아투자청은 지금 700억달러 규모의 국부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해외투자분까지 포함하면 리비아의 국부기금은 1500억달러에 육박한다. 리비아는 유럽, 아시아, 미국, 남미에도 투자를 하지만 북아프리카 지역에도 대규모 투자를 한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은 리비아 폭격에 들어가기 전부터 벌써 올해 2월에 리비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했다. 미국은 2월 28일 320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자산을 동결했고 며칠 뒤 유럽연합은 450억유로 규모의 리비아 자산을 동결했다. 리비아의 자산이 동결되면 아프리카 지역에 리비아가 주도적으로 하던 개발 사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일 달러로 떼돈을 버는 산유국이 리비아만은 아니지만 리비아가 중동의 여타 산유국들과 다른 점은 부패한 지배층이 독점하는 오일 달러가 그대로 서방 은행의 비밀 계좌로 회수되는 반면 리비아의 오일 달러는 리비아 국민에게 여타 산유국에서보다 훨씬 많이 배분되고 지역 경제 개발 사업에도 재투자된다는 점이다. 석유로 벌어들인 돈이 소수의 주머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다수의 호주머니로 분산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리비아의 카다피는 단순히 아프리카 경제 발전에 거액을 투자하는 차원을 넘어서 아프리카투자은행, 아프리카통화기금, 아프리카중앙은행을 각각 리비아, 카메룬, 나이지리아에 세워서 서방 자본에 속박되면서 아프리카 나라들이 국부를 약탈당하는 악순환을 끊어내려고 했다. 아프리카통화기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420억달러의 자금 가운데 상당액은 리비아가 부담할 몫이었다. 아프리카통화기금이 만들어져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국가에게 저금리로 자본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경우 IMF는 지금처럼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불안을 파고들어서 고금리와 단기 대출로 폭리를 취하면서 무차별 민영화로 아프리카의 국부를 집어삼킬 수가 없게 된다. 

카다피는 아프리카인을 위한 국제 통화 조직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지역의 단일 통화를 만들려는 시도까지 했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는 데도 달러 가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달러가 석유 거래의 결제 통화로 쓰이기 때문이다. 석유가 없으면 경제가 마비되므로 특히 수출에 목숨을 거는 나라들은 달러를 비축해놓아야 한다. 석유를 사려면 달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디나르는 리비아중앙은행이 보유한 막대한 양의 금을 등에 업고 세계에서 유일한 금태환화폐로 통용되는데 카다피는 디나르를 북아프리카 지역의 공동 화폐로 쓰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리비아는 양질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무진장하게 매장된 나라므로 리비아의 공동 화폐안에 동조하는 나라가 늘어나면 아프리카에서 미국과 달러의 지위는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프랑스가 아프리카에 과거 식민지들을 중심으로 쌓아올린 CFA프랑(아프리카금융공동프랑) 경제의 종주국 노릇도 더 이상 못하게 된다. 프랑스는 1960년에 독자 통화를 쓰지 않고 과거 식민지 시절의 화폐인 CFA프랑화를 계속 쓴다는 조건 아래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니제르, 말리 등 식민지를 독립시켜주었다. CFA프랑은 전에는 프랑화와, 지금은 유로화와 연동되어 가치를 보장받으므로 프랑스 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경제 활동을 하기에 더없이 유리하다. CFA프랑으로 아프리카에서 돈을 벌면 바로 프랑스로 송금이 가능했고 아프리카의 독재자들도 안정적으로 축재를 할 수 있었다. 프랑스가 아프리카 지배층에 살포한 뇌물은 그대로 프랑스 은행의 비밀 계좌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CFA프랑을 쓰는 나라들은 독자적으로 통화 정책을 집행할 수가 없었고 철저히 프랑스와 유럽이 자기 이익을 위해 추구하는 경제 정책과 통화 정책을 자기들 현실과는 무관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유로 같은 공동 화폐는 역내 경제 교류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프랑스는 CFA프랑의 교환 조건을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상호 교역을 하기보다는 프랑스하고만 교역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공동 화폐를 쓰지만 역내 경제 교류는 활성화되지 않았고 프랑스와 유럽연합이 자기 이익에 따라서 쓰는 통화 정책, 금리 정책에 따르는 역풍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카다피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금과 태환성을 갖는, 다시 말해서 돈을 가지고 오면 금으로 바꿔주는 디나르화를 가지고 아프리카 공동 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하고 아프리카중앙은행, 아프리카통화기금, 아프리카투자은행을 세우는 데 앞장섰다. 달러와 CFA프랑의 지위를 위협하는 카다피는 미국에게도 프랑스에게도 용납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리비아 반군은 2월 중순 반란을 일으킨 직후 바로 임시정부와 새로운 중앙은행부터 세웠고 프랑스는 임시정부와 반군의 중앙은행을 바로 승인했다. 

리비아는 아프리카에서 일인당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나라다. 작년 말부터 북아프리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생필품 가격의 폭등이었다. 통화 전쟁으로 각국이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돈 투기에 재미를 못 보니까 국제 투기 자본들이 곡물 시장에서 장난을 치면서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알제리, 튀니지,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 물가 앙등으로 폭동이 일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이 나라들의 빈부 격차가 크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리비아에서는 그런 폭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리비아는 소득이 적은 가정에게 매달 500디나르의 생활보조금을 국가에서 지급했다. 생활비를 보조하는 나라에 고마움을 느낀다면 모를까, 밀가루 가격이 좀 오른다고 해서 국민이 카다피에게 불만을 품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카다피에게 불만을 품을 만한 고위 관리들은 있었다. 

리비아투자청이 설립되어 각종 투자가 늘어나면서 리비아 정부 고위 관리들에게는 거액의 나라돈을 착복할 수 있는 기회도 덩달아 늘어났다. 리비아 부패수사국은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혐의를 잡고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이탈리아 언론인 프랑코 베키스에 따르면 작년 11월 카다피의 의전실장을 지낸 누리 알-메스마리가 신병 치료를 이유로 프랑스로 가서 그대로 눌러앉았다. 메스마리는 그 뒤 프랑스 정보부에다 리비아의 국가 기밀을 알리고 리비아에서 폭동을 일으킬 경우 접촉해야 할 군 내부의 불만 세력을 알려주었다. 프랑스 정보 당국은 그 뒤 무역대표부 속에 섞여서 벵가지에서 2월 17일 봉기를 일으킨 주역들과 접촉을 가졌다고 한다. 

리비아 반군 핵심 지도부에는 미국이 박아놓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리비아 출신의 칼리파 헤프티르는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CIA 본부 바로 옆에서 뚜렷한 직업도 없이 25년 동안이나 살았다. 역시 리비아 출신의 마흐무드 지브릴은 미국 정보부 관리였던 교수 밑에서 1985년 피츠버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반군의 재무를 총괄하는 알리 타르후니는 35년 동안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했으며 워싱턴대에서 경제학 강의를 했다. 

지금 서방 언론은 카다피의 리비아 정부군과 경찰이 리비아 국민을 무차별 학살하는 것처럼 보도하지만 그것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높다. 리비아 반군은 봉기를 일으킨 처음부터 리비아 군대에도 없는 벨기에산 최신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다. 만약 뉴욕에서 일군의 무장 세력이 기관총을 쏘면서 폭동을 일으켰다면 미국 경찰과 군대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마르세유에서 무장 반군이 수류탄을 던지면서 폭동을 일으켰다면 프랑스 경찰과 군대가 구경만 하고 있을까? 당연히 진압을 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리비아 반군은 리비아 경찰과 정규군이 진압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무기와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리비아 반군은 왕당파, 이슬람근본주의자 등 다양한 성분으로 이루어졌지만 무장 투쟁을 주도하는 핵심 세력은 알카이다고 이들 가운데 다수는 얼마 전까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과 싸우던 전투원들이다. 전투력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발을 빼도 차질이 없도록 강성 알카이다 요원들을 리비아로 유도하는 공작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알카이다 조직도 사실은 미국이 아프간 공산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육성한 조직이었다. 

지금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서는 리비아에 거주하던 흑인들이 반군으로부터 카다피의 용병으로 찍혀서 도륙을 당하고 있다. 리비아에는 100만명에 가까운 외국인들이 사는데 이들의 다수는 피부가 리비아인보다 훨씬 까만 흑인이다. 일자리를 찾아온 이주노동자도 있지만 주변 국가들로부터 난민을 너그럽게 받아들인 리비아 정부의 시책 덕분에 리비아에서 살게 된 사람도 많다. 그리고 리비아에서 오래 살아서 실제로 군인이 된 흑인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반군은 얼마 전 흑인 용병을 생포했다면서 그를 교수형에 처하고 다리에 매달았다. 살해당한 흑인은 트리폴리 부근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리비아인이었고 가족들이 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증언했지만 반군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서방 언론도 살해당한 흑인 리비아 병사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리비아의 반군은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방법으로 리비아 경찰과 군인을 죽이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을 거꾸로 매달고 칼로 난자를 하고 손발을 잘라낸다. 짐승을 잡듯이 목을 따고 눈알을 파내고 몸을 불태운다. 강간도 자행한다. 그러나 물론 이것은 리비아 경찰과 군인의 소행으로 뒤집어씌운다. 

리비아 반군의 만행이 계속되자 과거 스페인에서 프랑코의 파시스트 정권이 공화파를 탄압하는 데 분개하여 유럽인들이 스페인에 자원병으로 몰려든 것처럼 카다피의 도움을 받은 말리, 차드, 니제르, 콩고, 수단 등 인근 국가의 국민들이 실제로 자원병으로 반군과 싸우겠다고 나서기도 하는데 이들은 카다피의 돈에 매수된 용병으로 그려진다. 

나토의 리비아 폭격은 유엔의 리비아 제재 결의안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데, 유엔 결의안은 현장조사단도 파견하지 않고 리비아 정부가 자국민을 학살하고 있다는 반군의 일방적인 주장과 그것을 여과 없이 부풀려 보도하는 서방 언론의 일방적 보도만을 근거로 작성되었다. 반기문이 무능한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비웃음을 서방 언론에서 곧잘 받으면서도 이번에 별 어려움 없이 연임에 성공한 이유도 반기문만큼 서방의 꼭두각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는 비서방 외교관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으리라. 

소수의 지배층이 다수의 국민을 쥐어짜는 데 반발하여 들고 일어선 비무장 시민의 시위를 미국과 사우디의 비호 아래 총칼로 진압하는 왕정국가 바레인은 소득세가 없다. 아무리 부자라도 개인 소득세를 땡전 한 푼 안 낸다. 소수에게는 천국이고 다수에게는 지옥이다. 반면 형편이 어려운 국민에게 매달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리비아는 최고 소득세율이 90%다. 다수에게는 천국이고 소수에게는 지옥이다. 

카다피는 리비아를 넘어 범아랍, 나아가 범아프리카의 공존과 공영을 위해 열성을 바친 사람이었다. 다수에게 천국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풍전등화다. 자기를 지키는 무력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카다피는 막강한 자금력을 믿고 주권 국가를 추구했지만 무력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무력을 등에 업지 않는 경제력은 모래성이다. 자위력이 뒷받침하지 않는 번영과 평화는 사상누각이다. 국방력의 토대 없는 아프리카 공동체는 카다피의 환상이다. 자기 이익에만 혈안이 된 적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보복력 없는 유토피아 교향곡은 결국 환상곡으로 끝난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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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무력님의 댓글

선군무력 작성일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결국 해외 사채시장 전주들이 국내 사채시장 전주들과 벌이는 싸움으로
비유할 수도 있겠군요. 물론 이 경우 국내 사채전주들이 보다 양심적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선군기치로 무력을 키워놓은 북한이 리비아를 좀 도와야 하지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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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님의 댓글

무력 작성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강한 무력을 함께 지녀야 한다.
카다피의 무력은 쉽게 꺾을 수 없겠지만 저렇게 이빨을 들이대는
맹수들 앞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정의의 사자가 나타나서 맹수를 콱 거꾸러뜨리는 것을 상상해본다.
카다피.........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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