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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년’은 어디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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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요지경
댓글 1건 조회 1,618회 작성일 11-07-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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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여자가 천국에 간다면 잡년은 어디든 간다” 서울 명동 카페 ‘마리’ 에서 잡년 행진을 준비하는 이들이 현수막을 들고있다. 사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잡년’은 금색으로 칠할까?”

다섯명 언니들이 무지개 천에 스프레이를 칙칙 뿌렸다. ‘잡년은 어디든 간다’라고 쓴 현수막이 뚝딱 만들어졌다. 이 사람들. 원래 알던 사람들이 아니다. 트위터에서 봤다며 쭈뼛쭈뼛 문을 열고 들어온 마포 라디오 엔지니어, 동양 철학을 공부해서 이런 곳에 나온 걸 알면 큰일난다는 뿔테 안경 낀 연구원, 연극 배우, 모르는 사람, 또 모르는 사람…. 난생 처음 만난 사람들이 토요일 광화문에서 열리는 ‘잡년행진’을 준비하기 위해 수요일밤 서울 명동 카페 ‘마리’에 모였다.

잡년 행진은 세계적으로 번지는 성평등 시위다. 지난 1월 캐나다 한 경찰관이 “성폭행을 막기 위해선 여성들이 매춘부(slut) 같은 야한 옷차림을 피해야 한다”고 대학 강연에서 말했는데 그 한 마디가 ‘잡년 행진’의 불씨가 됐다. “어떤 옷을 입든, 누구도 내 몸을 건드릴 권리가 없다!” 미국 보스턴에서, 영국 런던에서, 호주 시드니에서 속옷 차림을 한 채 수백명이 거리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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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는 간단히, 바로 작업 시작” 서로가 낯선 사람들이 인사도 생략한 채 잡년행진 플래카드를 만들고 있다. 사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한국 말로 거침없이 번역해 ‘잡년’행진 이다. 트위터의 ‘도둑괭이’가 “리트윗 20개 넘으면 우리도 합시다!” 먼저 날렸다. 동의한다는 멘션이 쏟아졌다. 준비단 8명이 지난 달 한 부침개 집에서 모였다. 죽이 척척 맞았다. “캐나다는 ‘잡년’이란 말 한 마디가 불씨가 됐는데, 우린 지하철에서 성추행당해도 여자 탓이라잖아요.”“정숙지 못하게 입었다고?” “예, 한 순간의 욕정을 이기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면서… ”

잡년 행진 공식 트위터로 공격적인 멘션이 날아왔다. “잡년? 누구 좋으라고 야한 옷입고 걸어다니나.” ‘품위있는 시위를 하라’는 걱정도 보태졌다. “남성들의 판타지에 소모되는 일이 될 뿐” “‘잡년’이란 말에 거부감부터 든다” 모두가 여성학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아니었고, 회의 때마다 고민을 거듭했다. “심한 욕설은 일단 넘겨버려요. 사실 한 번 행진하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생각하지 않아요. 근데 자각을 하고 경종을 울리는 정도. 그럴 시기가 지금인 것 같아요.”(트위터 ‘아르미깡’)  

잡년 행진(Slut Walk)이 7월16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다. 어느새 참가하겠다 표시한 사람만 100명이 넘었다. 영화감독 김조광수씨도 참가 의사를 표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의 옷차림이나 행실이 문제라고 지랄하는 싸가지들에게 엿 먹이고 싶다면... 광화문으로 오라!”며 “팬티가 다 보이는 미니스커트 입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동화면세점부터 덕수궁까지 걸을 뿐 아니라, 코르셋의 ‘유물’ 브래지어를 이어붙인 줄넘기도 단체로 뛰어 넘고, 댄싱퀸 노래에 맞춰 군무도 출 작정이란다.  

문 밖에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토요일엔 비가 안 왔으면 좋겠네요..” “에이~ 그럼 진짜 야하게. 우하하하.” 착한 여자가 천국에 간다면 잡년은 어디든 간다는 이 사람들, 되게 씩씩하다. 아참. 옷차림은 자유.


■ 단체로 춤 출 ‘댄싱퀸’ 안무영상. (자막이 달려 따라하기 좋다)

글·사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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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추구님의 댓글

변화추구 작성일

좋은 착상입니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라야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여성들이 이런식으로 강하게 나오면 아마 남성들도 지지않으려 무언가 내놓을텐데..
아마도 부랄을(?) 내놓고 다니는 바지패션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되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남성들의 고루한 사고를 변화시키자면 이런 자그만 시작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수백년에 걸쳐 다져져온 남성우월주의 문화...고치는 것은 3년만에 완료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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