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여진씨가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와 장시간 나눈 인터뷰가 감동을 주며 네티즌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씨는 28일 저녁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한진중공업 사태 등 사회 문제에 대해 자신이 고민해 온 것들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김씨의 진정성 있는 주장에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신 교수마저 “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여러 가지를 느꼈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이날 방송은 자리를 비운 진행자 정관용 시사평론가를 대신해 전 사회자였던 신율 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씨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 “노조 지회장은 협상권은 있지만 체결권은 없는 분이다. 그러니까 권리가 없는 분이 권리를 행사했다”고 27일 노사합의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그는 “그것도 노조원들 대다수가 반대해 못하게 하니까, 전화 끊고 사라지셨다가 메일로 각 언론사에 보도를 뿌렸다”며 “그게 그렇게 일괄적으로 모든 언론에 보도가 되는 것을 보고...”라고 당시 일제히 기성언론들이 ‘노사 타결’ 속보로 보도한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김씨는 “기자라면 당연히 물어봐야 되지 않느냐. 협상 내용을 일단 물어봐야한다”며 “여태까지 노조가 170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김진숙 위원이 하면서 싸웠던 주제는 딱 하나다. 정리해괴 철회, 합의서 이행이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노사가 극적 타결했으면 그 요구가 받아들여졌느냐, 어떻게 합의했느냐 물어봐야 상식 아닌가”라며 “또 170일 동안 고공이 있었던 분 내려왔느냐를 물어봐야 했다”고 언론의 일방적 보도를 맹비난했다.
김씨는 “그게 확인이 안 되고, 노조 지회장이라는 분이 메일로 보낸 그걸 그냥 아무런 의심 없이 전부 다 모든 언론이 일제히 내보냈다”며 “언론이라는 게 어떻게 굴러가고, 사람들이 보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대해, 정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분노를 표했다.
김씨는 또 자신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관련 “연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아주 많은 감정을 소모하면서 살아야 한다. 평소 때도 과잉된 감정, 칼처럼 잘 갈려있는 이 감정을 쓸 데가 없다”며 “이게 잘 쓰이면 좋은 일을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주 극단적인 경우에는 자살하는 연예인도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거기에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인기가 있을수록, 거기에 따른 허무함, 또는 인기가 없을 때 자괴감, 열등감 같은 것도 무시 못한다”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생각했을 때 내 문제만 가득차 있으면 훨씬 더 괴롭더라”고 솔직히 밝혔다.
“MB식 국가경쟁력, 국민 못살고 억압받을수록 1위”
김씨는 “그런데 아주 조금이지만, 바깥의 문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순간, 마음이 상대적으로 조금 넓어지니까 내 문제는 사소해진다”며 “그 경험들을 3~4년 전부터 조금씩 했다. 작게는 어린이날 거리 모금행사 참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홍보대사도 하다가, 환경문제, 평화의 문제도 관심을 갖고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트위터가 생기고 굳이 기자들이 나를 인터뷰하거나 기사를 안 내주셔도, 내가 말을 할 수가 있다”며 “사실은 아주 자연스럽게 했던 일들인데 언론에 보도가 되는 건 트위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한진중공업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김진숙 위원과 트위터를 통해 친구가 되면서부터라고 말했다. 그는 “신기했다. 아니, 그 높은 데에서 왜 저러고 있나 싶었다”며 “그때가 1월 추울 때였는데 그 추운 곳에서 매달려 있던 사람이 내가 홍대에서 했던 일을 보면서 ‘너무 고맙다’고 칭찬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그리고 계속 남 걱정을 해주시는 것이다. 힘들지 않냐, 밥은 먹었냐”라며 “나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그 개인적인 관심이 여기까지 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한진중공업 사태와 같은 일들이 여러 곳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는 근본원인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경쟁력, 국격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는데 지금 대기업들이나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분들, 실제 힘을 행사하는 분들이 말하는 국가경쟁력이라는 것을 곰곰이 따져보면 결국은 임금이 낮아야 되고 노동환경은 나빠야 되고, 마음대로 자를 수 있어야 되고, 사람들은 꾹꾹 참을수록 국가 경쟁력은 높아진다고 계속 말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그럼 그 말대로 국가 경쟁력이 제일 높은 나라는 세계에서 어디가 되어야 하느냐”며 “가장 국민들이 못살고 억압받고 힘들게 살수록 국가 경쟁력이 높아지는 거라면, 지금 현재 1위는 어디여야 되며, 순위를 어떻게 매겨야 되느냐”고 논리의 허점을 따져 물었다.
김씨는 “혹여 맞다 치더라도 그럼 누구를 위한 국가 경쟁력이냐”며 “우리나라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사는데 그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참고, 참고, 참고, 또 참는데도 계속 참으라고 그러고, 계속 불안정하고, 어떤 사회적인 안전망도 없는 상태에서 언제 해고될지 모르고, 물가는 정말 물가대로 엄청나게 오르고, 자식 키워서 대학 보내는 것은 정말 이제 허리가 휠, 허리가 휠 정도가 아니냐”고 질타했다.
김씨의 오랜 고민을 바탕으로 한 솔직한 견해에 신 교수는 “고민 안한 사람이 ‘이 문제 심각하다’고 그래도 잘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굉장히 많이 와닿는다”며 “몸으로 뛴 고민의 결과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칭찬했다.
“한진, 경영난 해고라며 주가 왜 오르고 170억 배당금 뭐냐”
김씨는 향후 국회청문회 등을 통해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밝혀져야 할 문제와 관련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를 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고한 다음날 170억이 넘는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느냐”며 “만약 절대로 할 수밖에 없는 긴급한 이유에서 해고시켰다면 회사가 그만큼 어렵다라고 하는 게 천명되는 건데 그러면 주가가 떨어져야 되는데 바로 그 다음날로 주가가 올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어제(27일) 그 말도 안 되는 언론보도(노사합의)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을 회사도, 지회장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그냥 100% 언론플레이다”며 “그런데 한진중공업의 주가는 또 올라갔다. 이랬을 때 이걸 전부 우연으로 볼 거냐는 것”이라고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한진중공업 상황이 컨테이너 박스가 들어가는 등 용산사태처럼 흐르는 것에 대해 김씨는 “지금 공권력을 투입하고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드는 순간, 누구든 다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일이다”며 “그 위로 올라간 경찰도 다칠 수 있고, 그 사람(김진숙 위원)도 다칠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했다.
김씨는 “당장 내일이 청문회인데, 왜 오늘 그래야 되는가, 왜 계속 그렇게 위험한 상황을 만들고 있고, 계속 그렇게 몰아대는가”라며 “지금이 문명의 시대라면, 대화로 뭔가를 해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 너무 간절히 바란다. 아무도 다치지 않기를”이라고 호소했다.
신 교수는 “오늘 김여진 씨랑 이야기하면서 너무나 많은 여러 가지를 제가 짧은 시간에 느끼게 된다”며 “지금 김여진 씨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확신이 든다”고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이날 김씨의 절박함을 호소하는 인터뷰는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위원에게도 전해졌다. 김 위원은 “위원님 생각하면서 계속 울먹이더군요. 그녀의 고운 마음 들리셨죠?”라는 한 트위터리언의 질문에 “떠겁게^^”라고 답했다.
네티즌들도 “가슴이 따뜻한 분임이 목소리에 느껴졌습니다”, “참 짠하다. 최저임금이 낮고 해고가 자유로워야 국가경쟁력이 좋다면 그런 조건의 나라들은 정말 선진국인가요?라고 묻는데 듣고 있냐 MB? 전경련?”, “김여진 씨가 한진중공업 사태를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린다. 진정성이란 이런 것이구나. 고개를 숙인다”, “김여진씨의 눈물의 호소를 들으며 왔습니다. 문명의 시대에 한진중공업에 공권력 투입은 안된다는 호소였습니다. 하늘도 울고 마음도 울적해집니다. 평화적으로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감동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