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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칼럼] 노르웨이의 살인마가 한국을 격찬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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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물안개
댓글 1건 조회 1,664회 작성일 11-07-2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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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노르웨이의 평화를 찢으며 단숨에 100명 남짓의 목숨을 앗아간 30대 백인 중산층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동경한 나라다.

그는 엽기적 살인극을 저지르기 직전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에서 한국을 모범국가로 삼은 이유를 밝혔다. 희대의 살인마에게 대한민국은 “유럽이 1950년대에 가졌던 고전적이고 보수적인 원칙들”을 잘 대표하고 있으며 “다문화주의와 문화적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이지 않고”있는 나라다. 그는 한국을 “가장 평화로운 사회”라고 단언했다. 그의 해괴한 상상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연 대한민국은 노르웨이의 중산층이 동경할 이상사회인가?

한국을 동경했다는 노르웨이의 살인마

   
@CBS노컷뉴스
 
물론, 대한민국을 감탄하며 바라본 사람은 오슬로의 살인마만이 아니다. 보라, 무람없이 대한민국을 “대단한 나라”라고 공개적으로 격찬한 사람을.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강원도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직후에 “대한민국이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고 기록에 남겼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그 감탄을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곳곳에 퍼트렸다.

명토박아 둔다. 희대의 살인마와 대통령을 동렬에 놓고 비유해 모욕할 뜻은 전혀 없다. 실제 살인마가 대통령으로 군림하던 1980년대와 적어도 지금은 다르다고 그래도 자위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 금발의 백인 살인마와 대한민국 지배세력이 세상을 읽는 방법은 모두 ‘보수주의’를 자처하며 ‘문화적 마르크스주의’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할 수 있다. 어쩌면 그 결과 아닐까. 그들이 대한민국에 감탄하거나 찬양하는 까닭은.

하지만 엽기적 살인마가 보름 전의 뉴욕타임스(NYT)를 읽었다면 적어도 그런 글을 마지막으로 남기진 않았을 터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대단한 나라”라고 추어올린 바로 그날(2011년 7월7일), 한국인들 대다수가 신경쇠약에 걸리기 직전이라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사회 분위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치료를 기피한다고 개탄했다.

기사는 한국인들이 신경쇠약에 걸린 까닭을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불안”으로 꼽았다. 신경쇠약으로 진단한 근거도 또렷하게 제시했다. 이혼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학생들은 질식할 정도의 학업 부담에 시달리고 있으며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거친 직장 문화는 퇴근 후 필름이 끊길 정도의 술자리를 유도하고 있다”는 대목은 한국 언론인들의 가슴에 깊이 다가왔을 터다.

뉴욕타임스는 스마트폰, 인터넷을 수용한 한국인들이 늘어나는 근심과 억압, 스트레스에 대한 심리치료는 거부하고 있다며 그 원인을 병원에 가면 평생 ‘정신병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 한국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요컨대 뉴욕타임스가 본 대한민국 현실을 알기 쉽게 우리 ‘문법’으로 재구성하면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의 나라’다. 한마디로 말해서 ‘정신병동’이다.

얼핏 대한민국을 신경쇠약의 나라로 개탄한 뉴욕타임스와 감탄을 늘어놓은 사람들의 현실인식은 전혀 이어지지 않아 보인다. 개탄과 감탄의 차이처럼 멀어만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정신병동’을 유럽이 따라가야 할 모범국가로 칭송하고 자국의 청소년들에게 특수 소총탄인 덤덤탄을 난사한 살인마는 ‘정신병자’임에 틀림없다.

“대한민국은 신경쇠약의 나라”

그렇다면 정신병자가 정신병동을 칭송하는 모습은 자연스럽지 않을까? 어떨까. 정말이지 모욕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미국의 대표적 언론이 정신병동으로 그린 대한민국을 “대단한 나라”라고 부르대는 친미대통령과 그의 말을 대량 유포하는 청와대는 어떻게 이해해야 옳은가. 더구나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이 정신병동으로 지목한 근거가 현실화한 데 지금 현재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이 바로 이 대통령과 청와대 아니던가.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정신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에 놓여 있는 데도 ‘대단한 나라’라고 언죽번죽 부르대는 대통령, 그와 함께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거품 물 듯 대대적으로 보도한 이 땅의 모든 신문과 방송을 톺아보라. 뜻있는 시청자들의 사랑에 더해 진보언론들로부터도 조명 받아 온 여성앵커가 텔레비전 뉴스에서 평창 유치소식을 알리며 감격에 울먹이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신경쇠약을 입증해주는 단면도 아닐까.

새삼 밝혀두거니와 지금 이 글은 이명박씨를 비판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다. 대한민국의 신문과 방송인들을 비틀기 위해 쓰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읽고 있는 당신 또한 신경쇠약에 걸려있지 않은가를 진솔하게 더불어 성찰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다. 나와 같은 시대에 2011년을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히 더없는 연민으로 쓴다. 그 가당찮은 연민이야말로 혹 내 정신병의 증거는 아닐까. 속절없이 쓴다, 대통령과 살인마가 감탄한 그 나라의 이름을, 나의 조국, 대한민국.


출처: 미디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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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자님의 댓글

분석자 작성일

정확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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