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진보진영의 신자유주의 낙인에 대해 “김대중이, 노무현이, 유시민이 신자유주의자다? 이건 빨갱이 딱지를 씌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 대표는 16일자로 보도된 진보적 매체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에 분명 그런 정책이 있었다. 그러나 그 반대의 정책도 있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추종했다고 말하면 곤란하다”며 이같이 반박했다. 이날 인터뷰는 14일 오전 국민참여당 대표실에서 진행됐다.
유 대표는 이날 진보진영의 그간 참여당과 노무현 정부,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진보의 한계점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했다. 난관에 봉착한 통합진보정당 건설 논의를 놓고 ‘참여당 반대파’설득을 위한 정면 승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레디앙>은 유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을 16일 현재 2편까지 공개했는데 향후 더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유 대표와의 인터뷰 기사에는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며 격렬한 토론이 이어졌다.
통합진보정당에 국민참여당의 참여 불가 이유로 한미FTA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 유 대표는 “내가 무슨 청와대나 내각 인사에 영향을 미친 적이 있나? 개혁당 출신들 중 단 한 명도 청와대 비서관에 넣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난 보건 분야 협상만 했다”며 “그 과정에서 부당한 국익 침해도 없었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한미FTA에 사과한 것에 대해 유 대표는 “다만 진보진영의 지적도 있고 일리가 있고 이해가 가니, ‘미안하고 죄송하다. 우리에게 과거의 문제가 있으니 이를 바로 잡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같이 하지 말자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연대해서 (과거의 과오를 해소하면서) 실천적으로 열심히 하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진보진영의 독자성 강화를 이유로 참여당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유 대표는 “다 통합하면 참여당 비율은 10% 정도밖에 안될 것이다. 의결 구조에서 우리가 다수를 점한다든지, 지배하는 것도 아니다”며 “그런데 이 정도 세력밖에 안되는 세력과 함께 하는 것이 두렵나”라고 따져물었다.
‘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 경로다, 자유주의 세력 권력 탈환 들러리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유 대표는 “우리도 그것(민주당과 합당)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한 뒤 “그런데 (대통령)선거에서 연합해 권력을 바꾸고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건 어리석은 일이다”고 일침을 날렸다.
유 대표는 “권력의 일부로 노동-사회정책을 바꾸는 것이 싫다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며 “그것 때문에 반대하자면 (통합)하지 말자 해야지, 그건 권력을 잡지 말자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독일의 경우 사민당과 연립한 녹색당이 자기 정체성을 상실했나? 한때 기민당과 연합한 빌리 브란트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버린 것이냐?”라며 유 대표는 서구 사례를 열거한 뒤 “우리도 전직 국회의원과 장관, 공공기관장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진보가 오랜 시간 동안 자기 주도적으로 집권하지 못했지만, 정권교체에 복무하고, (연립정권 참여 등을 통해)국가 운영의 노하우를 쌓고, 인재를 키우면서 언젠가는 혼자 집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날 3~5%당 하면서 단독 집권 꿈꿔? 통합 말아야”
그는 “백날 3~5%당 하면서 단독 집권을 꿈꾼다? 그러면 통합 안 하는 것이 맞다”며 “정치를 하는 것에 대한 기본 인식부터 다른 것이다”고 꼬집었다.
“우리가 진보대통합을 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그런 점(연립정부론을 비롯한 집권정당 노선)에서 진보정당이 변화의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며 유 대표는 “민주노동당의 지난 당 대회 구호는 ‘진보통합, 야권연대’였다. 나는 이를 진보통합과 연립정부 구성을 공식 당론으로 결정했다고 본다”고 민주노동당의 변화를 지적했다.
참여당 당원들의 판단에 대해선 유 대표는 “큰 틀에서는 당원들의 공감은 있다. 그런데 현재의 진보대통합이 우리의 생각에 근접하는 당이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우리가 당원들에게 보고조차 할 수가 없다”며 “당명, 당헌, 당규, 기본 정책, 총대선 정책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예 만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도부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 대표는 “진보신당은 우리 들어오는 걸 반대하고 있다. 또 우리가 따로 민주노동당과 협상하는 것도 반대한다”며 “셋이 안 되면 각각의 둘이 따로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진보신당은 따로 만나는 걸 죄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당원대회에서 2/3로 가결할 수 있을지, 그 문제는 판단 못한다”고 참여당의 상황을 밝혔다.
유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 내부, 진보신당 내부에 넓게 손잡고 해야 한다는 생각 가진 분들이 계신다. 그분들이 결심해야 한다”며 민노당과 진보신당내 통합파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는 우선 우리가 안되더라도 두 당이 합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기에 참여당이 끼면 더 좋은 것이라고, 그게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 작위를 한 적이 없다”고 참여당의 입장을 설명했다.
유 대표는 거듭 5.31 합의문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과 관련해 “공당의 정치행위는 말과 일치해야 한다. 정당이라 함은 자신들이 국민 앞에 발표한 것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며 “지금 합의 주체들이 5.31합의문을 존중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그는 “그건 단지 ‘너희들의 존재가 골치아파’란 얘기인데, 그럼 각자 대의기구를 통해 참여당을 빼고 할지 분명하게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다음 수순을 지적했다.
또한 “진보통합이 마무리된 다음에 협상을 하자는 것은 사실상 참여당과의 통합은 안 된다는 얘기라고 본다”며 유 대표는 “두 당의 부속합의서2를 보면 동수로 대의원을 구성한다고 되어 있다. 그대로 두 당이 합의를 끝내면 우리로서는 진보대통합에 대한 상황이 끝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그 의사 결정은 참여당과 못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그럼 우리도 우리 길을 가야지”라고 말했다.
민노당하고만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선 유 대표는 “우리의 기본 입장은 예쁘고 온전한 통합이다. 그리고 참여당이 통합하기 어렵다면 두 당이라도 통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거다”며 “그런 얘기를 가상적으로 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가 할 얘기도 아니고, 뭐 하러 우리가 그런 생각을 하겠나?”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의 북콘서트에 대해선 유 대표는 “대중들의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그것은 통합이 되든 안 되든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하고도 했으면 한다”고 계속 할 의향을 보였다.
더 나아가 “조승수 대표도 진보대통합 관련 토론회에 나왔으면 좋겠다. 서로 나오고 대화한다면 통합이 안 되더라도 나쁠 것이 뭐가 있나”라며 유 대표는 “전략적으로 참여당을 합류시킬 것인지 아닌지 우선 결단해야 한다. 그 선택을 위한 토론회를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두 당이 통합하겠다면 연대노선으로 가면 되는 것이고, 같이 하자고 하면 당원대회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다”며 “복잡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거듭 “전반적으로 당원들이나 지지층, 조합원들의 의견은 참여당까지 통합을 하라는 것이 다수 아니냐?”라며 “왜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가? 서로 합의가 안 될 때는 종국적으로 (대중의 요구나 결정에)의거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민심을 읽지 않으려는 태도를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