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안철수"? 한나라당 '색깔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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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동안의 신드롬은 끝이 났지만, 여진(餘震)은 계속되고 있다. 6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하고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와 후보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정치권은 또 한 번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표면적으론 이번 불출마 선언으로 이른바 '안철수 돌풍'이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단 5일 사이에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안풍'의 여파는 여전하다. 출마 '검토'만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도 1위를 달렸고, 이젠 '통 큰 양보'를 계기로 대선주자급으로 무게감을 키웠다는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이번 '안철수 현상'의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에 대한 대중의 폭발적 호응이 기성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가운데, 총선과 대선이라는 메가톤급 선거를 앞둔 여야에겐 '안철수 이후'라는 더 큰 숙제가 남은 셈이다.
▲ 안철수 원장이 6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기 위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한숨 돌린 한나라 "급한 불은 껐지만…"
벌써부터 여권 내부에선 "문제는 당장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아닌 내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안 원장의 불출마로 일단 '급한 불은 껐다'는 눈치지만, '안풍'이 남긴 숙제는 여전하다.
안 원장과 박 이사의 후보단일화가 '강남좌파의 야합'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은 한나라당 내 팽팽한 불안감의 반증이기도 하다. 안 원장의 바람몰이에 박원순 이사의 지지도가 크게 오를 수 있는데다, 야권의 지지층이 중도층까지 흡수한다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의 지지층이 쉽게 박원순 상임이사에게로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크게 유리하다고는 볼 순 없다. 현재로선 복잡했던 구도가 일단 정리돼 대응이 더 쉬워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정점서 '통 큰 양보'…존재감 키운 안철수, 이후 행보에 촉각
문제는 그 '이후'다.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선 안 원장이 올해 '10월'을 포기하고 내년 '12월'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는 박 이사가 맡고, 내년 대통령 선거는 안 원장이 나서는 이른바 '역할분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안 교수의 행보가 방향을 정해놓고 가는 것 같다"며 "결국 박원순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은 무게를 더 키워 대선에서 나서겠다고 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자신의 대권 준비론에 대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출마설'만으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로 등극한 지지율이 확인된 터라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선가도에 올라섰다는 관측도 있다. 여기에 박원순 이사의 표현처럼, 지지율 50%가 5%에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양보를 하면서 안 원장의 주가는 훌쩍 뛰었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안 교수의 인기는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반영된 결과였다"며 "서울시장 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느냐를 말하기에 앞서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먼저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최고의원 역시 단일화 발표 이전부터 "당장 서울시장 선거의 유불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이 흐름이 내년 총선과 대선에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대선주자급 반열 올라선 안철수…'박근혜 대세론' 뒤흔드나
차기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입장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대세론의 시효 소멸' 이야기가 나오는데다, 일부 언론에선 안 원장이 차기 대선에서 박 전 대표를 약간 앞지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여당은 물론 민주당조차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안철수 돌풍'을 만든 것처럼,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요구가 '박근혜 독주 체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것.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 모두가 '새로운 대안'에 대비되는 '구세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친박계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안 원장을 비롯한 외곽 인사들이 속속 정치권에 등판하면서 기성정당이 무력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어떤 형태로든 내년 총선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박근혜 전 대표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범야권이 예상치 못한 카드로 한나라당을 위협하고 나오면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당의 지원 요구는 더 거세질 수 있다. 한나라당 후보가 범야권 후보를 누르고 당선될 경우 박 전 대표의 독주체제엔 별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반대로 박 전 대표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패배한다면 대세론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철수 돌풍'을 너무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권과 시장직은 다르며, 현실정치 경험이 없는 안 원장이 대선 때까지 버틸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야권의 지원 없이는 당선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당이 서울시장직이면 몰라도 대권 후보 자리까지 양보하진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안 원장이 '박원순 지지'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해도,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현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안철수 신드롬을 '찻잔 속 태풍'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소장은 6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치가나 행정가로서가 아닌 안철수 원장 '개인'에 대한 인기였는데, 이게 (단일화를 통해) 세력화될 때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며 "시도지사가 대부분 정당 추천을 받는데, 무소속으로 출마했을 때 시정이 제대로 될 지도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상임이사가 '반(反)한나라당'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초반엔 보수층 유권자도 지지를 보냈지만 안 원장이 칼라를 드러내면서 (안 원장의 지지층 중) 보수층이 빠져나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처: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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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허허허님의 댓글
허허허 작성일
박원순/안철수 같은 분들이 현상태에서 시장/국회의원/대통령 등의 정치적 자리에
실제적으로 나서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며 앞뒤 가림을 제대로 하지못하는 일로 귀결되기 쉽다.
정치인의 입지란 것이 단순한 선의/학식/열정 또는 인기만으로 지탱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인으로 나서고자 하는 사람은 최소 스스로의 힘으로 표대결로 국민들앞에 서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피력하여 심판을 받는 절차와 경험을 두루 갖추어 온 사람이어야 한다.
단순히 선의의 시민운동을 했거나 그간의 입지를 넓혀온 경험만으로는 여러 술수들을
감당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설령 운좋게 자리에 올라선다해도 결국은 쉬이 무너지게 되기가 쉽다.
자신이 선 자리에서 쌓아온 이력으로 정치쪽에서 오랜기간 선방해온 정치인을
측면에서 온전히 지원하는 것이 보다 현명하고 효과있는 정치적 행위가 될 것이다.
만약 진정 스스로 정치판에 나서기를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검찰 혹은 청와대 앞에서
정치적 사안을 걸고 일인시위를 해나가는 일부터 차근히 시작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