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교 교사가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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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교육감께>
대한민국에서 정의는 죽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교육감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되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저들이 절멸시켜야 할 상대가 아닌 한 최소한의 영악함을 가지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랐습니다. 제발 자신들의 무덤을 스스로 파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구속된 곽노현 교육감이 1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 나서고 있다. (출처=뉴시스)]
그들의 관점에서 교육감을 죄인으로 몰고 그것을 통해 진보진영을 상처내고 자기들의 정치적 입지를 최대한 확대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더라도 최소한의 수준은 지키며 싸움을 진행시키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적의를 키우지 않으면서 좀 더 세련되게 싸워주기를 바랐습니다. 이는 그들의 정치적 견해에는 동의하지 못할지라도 그들이 최소한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연민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들은 세련됨과는 정말 친할 수 없는 이들인가 봅니다.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싸움을 키우고 어찌 하려고 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짧게는 60년의, 길게는 2000년의 노하우를 축적한 이들의 수법치고는 너무나 얄팍한 전술구사라 그저 궁지에 몰린 자들의 단말마적 발악이라고밖에 여겨지질 않습니다.
솔직히 그래도 최소한의 양식을 가진 자가 저들 중에도 있을 거라는 실낱같은 기대를 가져 보았지만 우리들이 너무 순진했나 봅니다.
그들은 작은 싸움에서는 승리한 듯 보이지만 정작 큰 싸움에서는 처절한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시 잃어버린 00년을 애타게 외치며 오늘의 이 결정을 뼈아프게 후회하게 되겠지요. 극단은 언제나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낯익고 익숙한 이 상황이 저들에게는 아무런 교훈도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들의 애초 계산법에 의하면 ‘구속’이라는 상징적 단죄는 크게 남고 문제의 본질은 추석 명절에 묻혀 사람들에게 적당히 잊혀져 저항도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겠지요.
그러나 마침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저들이 저지른 이 중대 실수가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 사이에 전국에서 화젯거리가 될 것입니다. 저들이 이 사건에 대한 선전과 조직을 촉진시켜준 셈입니다.
그러니 교육감님 절대로 실의에 빠지시거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교육감께서 원하지 않아도 저들이 자꾸 우리와 교육감님을 큰 세력, 큰 사람으로 키워주고 있습니다.
검찰청을 떠나 서울구치소로 옮긴 후 입고 계시던 양복을 벗고 수의를 갈아입을 교육감님의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결코 치욕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한 꺼풀 남은 저들의 옷마저 벗어버리고 온전하게 더 아름다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진리와 진실, 정의가 입혀주는 옷입니다. 그것은 탐욕과 야합과 싸구려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은 수 천 만원을 들여도 결코 사들일 수 없는 옷입니다.
비록 지금 범법자라는 낙인이 찍혀 수의를 입게 되셨지만 당당하셔도 됩니다. 수의를 입은 교육감님의 모습은 우리 시대 가장 강하고 가장 자랑스러운 모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교육감님의 ‘진실에 대한 고해성사’를 믿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때로는 불편하더라도 진실이 오래간다는 걸, 결국은 승리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개인의 방어권을 아랑곳하지 않고, 법정공방의 기법에 연연하지 않고, 공인으로서 설명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는 것을 믿습니다.
‘중범죄의 피의자로서는 이례적으로 검찰조사에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임했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끝까지 그러 하실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후보직을 매수하려 한 적이 없음’을 믿습니다.
‘교육감직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몹시 힘들지만 홀로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교육감님의 멍에, 교육감님의 십자가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교육감님 혼자만의 멍에나 십자가가 아님을 압니다.
이 일로 치러지는 ‘사회적 비용이 몹시 크’지만 그것은 결코 교육감님으로부터 발생된 것이 아니라 2011년 대한민국이 더 성장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의무 교육비용일 따름입니다.
‘사회적 비용을 능가하는 사회적 가치와 교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저는 사회적 죄인에 다름 아니’라고 하셨지만 지금까지의 투쟁만으로도 교육감님은 충분히 우리 사회에 사회적 가치와 교훈을 던져주셨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교육감님께 ‘부여된 교육혁신의 소임을 수행하는 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보다도 더 엄혹한 상황에서도 아이들 곁을 지켰고 그 아이들과 함께 갈 길을 찾아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제 밖에 남겨진 우리들 걱정일랑 잊으시고 교육감님의 길을 당당히 걸어 나가십시오. 대한민국의 정의는 죽었지만 그 죽은 정의가 다시 대한민국을 정의롭게 만들 것입니다.
저들은 나약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 싶은 우리들을 강하고 깨어 있는 사람으로 단련시켜 주고 있습니다. 2011년 지금 우리가 당하고 있는 모든 시련들은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려는, 그래서 대한민국을 더 큰 나라로 만들려는 담금질이라 생각합니다. 이 담금질에 절망하고 약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250여 일째 85크레인에 올라가 있는 김진숙이라는 여자와 ‘사람을 살리는 법 정신’을 위해 자신을 던진 곽노현이라는 남자가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추석에 가족들과 둘러 앉아 송편을 먹으면서, 몸에 좋다는 복분자를 갈아 마시면서, 교무실 포트에서 물이 끓기를 기다리며 커피를 타면서 두 사람을 떠올리겠지요.
그리고 우리가 누리는 그 여유가 사치가 아닐 수 있게 하기 위해 열심히 우리 자신의 몫을 다할 방도를 찾겠습니다.
이 황망한 현실에 뎅그머니 남겨진 사모님과 자녀분들이 생각나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교육감님이 지금까지 살아오신 그 길을 함께 하셨던 분들이라 강건하게 이 시련을 견뎌내시리라 믿습니다. 교육감님만큼은 못되겠지만 그 분들께도 우리가 교육감님 대신 관심과 애정을 함께 나눌 것이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연일 계속되었던 긴장과 수고의 시간이 이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제 교육감님 앞에는 또 다른 긴 투쟁의 시간이 놓여 있습니다. 행여 몸 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교육감님께 가는 또 다른 ‘희망 버스’ 수 천, 수 만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힘내십시오. 우리는 또 다시 ‘깔깔깔’ 웃으면서 그 버스에 올라타겠습니다.
2011. 9.10 새벽 북서울중학교 교사 강민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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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길님의 댓글
험한 길 작성일
좁은 길을 험하고 그길을 걷는 사람은 많치가 않습니다 그길로 가면 주위에 모든 분들이 가지 말라고 합니다 왜 쉽고 큰 길 나두고 험한길을 택하는고 충고 합니다
그러나 그길은 정의와 진실 평화의 길입니다 넘어 지고 다치고 깨지면서 도달한 그곳은 정의와 평화 진실이 기다리고 훗날에는 후손들에게 영광의 선조로 남게되어 자랑스런 조상이 됩니다
넓은 길은 쉽게 가지만 목적지 까지 가게 되면 후회합니다 거기에는 정의 진실 평화가 없는곳
이기 때문입니다 훗날 후손들에게 멱칠을 하는 선조로 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