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사태도 북한 소행이라 우기는 저 블랙코미디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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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잔잔한 코메디군요.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소속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정전 사태가 북한 소행'이라고 했다가 두 시간만에 이를 번복했다는 내용의 뉴스를 읽고 배꼽을 쥐고 웃었습니다. 정말 한국 뉴스만 들여다보면 한숨이 나오다가 지난번 안철수님의 아름다운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뉴스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는데, 사실 그 이후엔 다시 별로 행복할만한 뉴스가 없었던 참이기도 합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사퇴 이후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주는 정치인이 별로 없었던 바, 이번 송 의원의 발언은 역시 우리나라의 정계엔 안상수 씨와 같은 거물이 사퇴하더라도 그 자리를 메꿔줄 수 있는 잠룡들이 얼마든지 있다는것이 드러나게 된 셈입니다. 만일 그게 아니라면 송영선 의원이라는 분이 스스로 자기에 대해 아직도 모르고 있는 많은 분들을 위해, 또 안철수라는 신선하며 존재감 확실한 거물의 등장으로 희박하게 되어버린 '친박들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합디다만.
사실 미국에서도 이번에 한국에서 일어났던 것 같은 순환정전사태는 꽤 일어났습니다. 몇년 전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서부 몇 개 주에서 이런 일로 인해 민간의 피해 규모가 결코 작지 않았죠. 에너지까지도 펀드 파생상품으로 재조합하여 거래의 대상으로 삼아오던 이 골때리는 기형의 자본주의가 불러왔던 불편이었으므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태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긴 합니다.
어쨌든, 이런 일이 일어나 주민들의 불편을 야기시킨 것이 북의 소행인 것은 아마 농협사태, 천안함사태 등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북의 일련의 소행으로서 - 심지어는 왕재산 간첩사건이란 것도 있어서 북쪽의 간첩들이 남쪽에서 '야당 후보 단일화'를 논하고 있다는 말도 들었는데 - 대한민국이 겪는 모든 어려움들은 다 북의 소행이라는 이른바 '보수'라고 하는 사람들의 논리부재와 억지를 보고 있자면, 아직 우리나라의 '정치' 부문은 멀었구나 하는 생각만 듭니다.
이 작은 코메디를 보면서 '무조건 빨간 칠만 하면 된다'는 이른바 '뼁끼 전략'이 아직도 통한다고 생각하는 후진적인 정치인들이 있는 현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의 말을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 현실이 씁쓸한 웃음이 되어 버립니다. 우리가 상식과는 상관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 참 씁스레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상식으로 이 모든것을 극복하는 것, 그것은 역시 시민들의 조직적이며 적극적인 정치참여만으로 이뤄낼 수 있을 터입니다.
어쨌든, 한 3분간 웃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송 의원님. 존재감 폭발이군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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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양치는 소년님의 댓글
양치는 소년 작성일
대한민국 정부나 국민의 혈세먹고 사는 의원님들이 양치는 소년이 될까 심히 두렵습니다
외국에 침략을 당하고 사실을 말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면 이곳이야 말로 큰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