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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와 문득 생각나는 내 대학새내기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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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2건 조회 1,785회 작성일 11-09-23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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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20회가 올라왔다는 것을 알자마자 얼른 팟캐스트를 엽니다. 그리고 엠피쓰리도 다운받아 아이팟에 깔아 드리고 열심히 들었습니다. 역시 재밌습니다. 시원합니다. 아마 지금 우리나라의 현재상황이나 가카의 확실하거나 깨끗하지만은 않은 과거에 대해 이런 정도로 멘션해 준다던지, 혹은 지금 일어나는 정치적인 일들의 가운데에 뭐가 숨어 있는지에 대해 이렇게 짐작(?)해서 풀어줄 수 있는 방송이 있다는 것, 감사한 일입니다.

딴지에서 나꼼수 콘서트를 한다고 하는데, 정말 가보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아쉽기도 합니다. 공연장 같은 곳에서 실제로 듣고 함께 웃으며 공감하면 또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런데 깔깔거리며 웃음을 채 지우지 못한 상태에서, 저는 어느 한 구석에서 턱 가슴이 막혀야 했습니다. 지난번 방송에서도 그랬지만, "대관 취소될까봐 장소는 나중에 알려 드립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듣고 나서였습니다. 아, 그렇구나.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런 행사를 열면 대관이 취소될 수 있는 상황일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 같은 것이었달까요.

내가 미국에 온 것은 대학교 3학년 초였던 1990년 봄, 아직 노태우가 집권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머리가 조금 깨고 나서 '독재'와 '민주화'에 대한 개념이라는 것이 생기고 나서, 또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껍데기를 벗고서' 나 '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책들을 접하고, 또 선배들과의 학습들을 통해 알게 된 충격적인 이야기들, 그리고 광주의 진실과 인식 등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고 있을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 그런 것을 말하는 책이나 문건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처벌의 대상이 될 때였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 제 책가방은 불심검문의 대상이었고, 가방 안에 들었던 읽을거리들 때문에 큰 길로 다니는 것이 꺼려질 때도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처벌의 대상이 되는 그 때에 느꼈던 갑갑함을 뒤로 하고, 저는 대학교 3학년 재학중에 가족이민을 왔습니다. 여기에 와서 알게 된 민주화 운동 단체들, 특히 '광주의 마지막 망명자', 고 합수 윤한봉 선배님과의 만남에서, 저는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우리의 '민주화 운동'인가를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비교적 자유로운(아직 유럽에 대면 미국은 절대로 자유로운 곳은 아닙니다) ' 생활은 제 속에 무엇이 민주화이고, 어떤 것이 '시민사회의 생활'인가를 체험하고 배우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한국을 봤습니다. 노태우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민주화의 희망을 봤고 어느정도 경제 수준만큼이나 정치수준이나 인식의 수준도 따라오고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에 저는 2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으로 20년간을 이곳에서 보냈고, 사회인이 됐습니다. 제가 성인이 되어 배운 상식은 사실 대부분 미국 사회의 상식의 틀에서 형성됐을 겁니다. 한국은 조금씩 제가 이곳에 알게 된 상식과 가까워지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4년 가까운 세월동안, 뉴스로 듣고 있는 한국의 모습은 제가 미국 오기 전의 그 모습으로 회귀하는 것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여 인터넷 방송이 자기들의 행사를 계약 끝날때까지는 바깥에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상식으로 이리저리 재어봤을 때 분명히 그 과정과 결과가 상식적으로 분명한 일들이 '정치권의 계산'대로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거나, 혹은 마땅히 사법처리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일들은 아예 국민이 알 수 없도록 막으려 하는 것들을 다시 보게 되면서, 저는 답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권이 해 놓은 일도 있긴 하네요. 투표의 결과라는 것이 자기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국민 하나하나에게 인식시킨 점. 그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 이 정권아래선 가능했군요. 하지만 그 수업료는 참 크디 큽니다. 이 '나꼼수' 방송을 들으면서 웃으며 터지다가도 문득 뭉클하고 눈물이 터져나오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들과 참 벗어나 있다는 것의 반증일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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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님의 댓글

후후 작성일

쥐 한마리를 집안에 잘못 들여놓은 것이 천지에 온통 쥐새끼들이
활개치며 천방지축으로 나대는 세상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권종상 님 글처럼 역시 저 쥐들은 시민들에게 대단한 학습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쥐가 하라는대로 다 하면서 복종하며 살기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그리고 이후 수십년 동안도 그 진리는 변하지 않을 것이므로 삼가 쥐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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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설마 앞으로는 그 학습효과라는 것이 조금 있겠지요. 그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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