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그 나락에서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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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비준동의 절차에 대해, 통상 관련 협정처리에 대해 무척 까다롭기로 이름난 미 의회, 그것도 상 하원이 함께 이행법안 제출 후 6일만에 처리해 버렸습니다. 일이 이렇게 된 만큼 돌이키기 어렵게 된 상황, 한나라당은 이달 28일까지 한미 FTA 관련 법률- 무려 열 네 가지에 달하는 - 들을 통과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게 쉽게 되진 않겠지만, 지금까지의 전례로 볼 때 숫적으로 우세한 한나라당이 강제로라도 이를 통과시키려 들 것이 분명합니다. 드디어 우리의 농촌의 몰락이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군요.
미국에서는 벌써 뉴욕타임즈에서 이번 FTA협정이 통과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도움이 될 거란 분석기사를 내 놓은 상태. 미국은 상하원 양원 모두가 소속 정당에 관계 없이 적극 찬성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단순히 이 사실만을 봐도, 이 FTA가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가 나오는 셈입니다.
이미 위키릭스 등을 통해 밝혀진 사안들만 봐도, 우리가 거의 '굴욕적'으로 이 협정을 맺는다는 것은 분명한데다가, 이건 거의 퍼주기에 가깝고, 이렇게 상황들이 바뀌는 것에 대해 우리는 이제 거의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겁니다. 좀 심하게 말해 드리자면 이겁니다. FTA 저항 없이 그냥 통과시키면 제일 좋은 사람들은 미국산 물건들 좋아하는 사람들이겠죠. 그리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선례를 본다면, 이제 우리나라는 의료부문부터 전기, 수도 등 유틸리티비용까지의 거의 '천문학적인' 상승을 겪어야 할 것이고, 빈부격차는 심화되겠죠. 무엇보다 자유무역협정이라는 것이 정확히 말하자면 '자본의 무제한한 자유 통과'를 예쁘게 표현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한국에서 이윤을 낸 회사들이 본국으로 이윤 송출하면 실제로 우리나라에 국부로 남는 것은 없을 겁니다.
온갖 독소조항들이 다 있는 이 FTA의 세부조항에서도 제일 나쁜 것은 일단 맺은 협정은 바꿀 수 없다는 레칫 조항이지만,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주정부들은 포괄적으로 FTA 규제조항에 예외를 주기로 한 부분입니다. 한국 농촌 죽이기의 결정판이기도 하죠. 미국과 한국의 무역에서 주정부가 개입 안 되어 있는 부분이 어디 있습니까? 실제로 제가 살고 있는 워싱턴 주는 태평양 연안주로서 제일 교역국이 늘 한중일 3개국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중국이지만 그 전엔 우리나라였고, 그 전엔 일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농산물 수출기구는 한국에도 사무실을 따로 두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즉, 미국의 교역 주체는 연방정부이기보다는 주정부란 말입니다. 그런데도 그 뻔한 것을 예외조항을 둔다는 것... 그것은 애초에 농업 부문 같은데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원천적으로 박탈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는 농촌에 보조금을 주지 못하지만 미국의 농민들은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겁니다. 그들은 사실 NAFTA 때도 그렇게 했구요. 캘리포니아의 쌀, 플로리다의 오렌지, 오리건의 밀, 워싱턴의 사과가 쏟아져 들어가겠죠. 그리고 치즈나 와인 같은 농산물 가공품들도 마찬가지일거고. 한국의 농업은 이래서 완전히 고사상태로 갈 겁니다.
한국의 수출, 아마 자동차, 반도체, 이런 부분에서 조금 늘어나겠죠. 하지만 그걸 담보로 해서 내 놓는 것들이 의료며 지적시장 같은 것들과 무엇보다도 우리에겐 '아이덴티티'나 다름없는 쌀 같은 것이라면... 한 가지만 말씀드리지요. 미국사람들은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참 좋아하고 있습니다. 7만개의 일자리가 '어디서' 생기게 될까요. 한국에서, 혹은 미국에서?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선진 의료보험제도와 각종 선진 시스템의 공과금, 그리고 아무런 보호 없는 자유경쟁 시장의 경험을 강고하게 쌓게 됨으로서 강자독식 약자도태의 진정한 승부의 장, 본격적 신자유주의의 결정판 대미 FTA 체결을 통해 선진 경영기법과 더 많은 자유를 누리시게 될 여러분들을 위해. 그리고 당신들이 그 손으로 뽑아주신 '도덕적으로 완벽한 분'과 주위 분들은 여러분께서 각성하지 않으실 경우 더 큰 부를 누리시며 행복하게 오래오래 인생을 즐기시게 되겠죠.
이런 절망의 상태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한 가지 이유는, 아직 여러분의 손이 그 절망의 원인이자 또 희망의 근원이라는 것이죠. 그 손으로 올바른 사람들을 뽑아 주시길 바랍니다. 나꼼수 23회의 마지막에서 주진우 기자가 강조했듯, '선거에 참여해 투표하는것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 이기 때문입니다.
멀리 떨어진, 그쪽엔 투표도 못 하는 제가 여기서 이렇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는 제가 믿는 가치관 때문일 겁니다. 예. 올바른 것, 상식적인 것이 몰상식과 욕심들을 이겨내야 하는 것. 그 사필귀정의 당연한 가치가 바로 서는 것이 제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더 많은 사람들이 충분한 행복을 나누어 가지면서 서로 화목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제대로 된 '정치'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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