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Q정전 3편 - 存保身(존보신)족 이야기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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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처루스’는 그동안 대칸평원 부족들의 일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甫痢瘻水(보이루수 -사람 몸에 묻으면 설사와 부스럼을 일으키는 물)만 주로 탐구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갑자기 대칸평원의 중심지 쏘우루 분지의 추장이 되겠다고 하자 사람들이 엄청난 관심을 기울였다. 그가 魄身術(백신술 - 보이루수로 몸이 더러워졌을 때 몸과 혼백을 일단 분리하여 혼백으로 하여금 몸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술법)의 달인인데다가 그 백신술을 사람들에게 조개껍데기 하나 안 받고 가르쳐서 신망이 두터웠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추장에 나서는 걸 ‘파언쑨’에게 양보하고 물러났는데, 대칸평원 사람들은 아예 그를 다음 번 대추장감 가운데 하나로 올려놓기 시작했다. ‘하Q’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Q’는 속이 탔다. 이러다 나또르 강(대칸평원 동남쪽에 흐르는 강)의 시조새알 신세가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앞으로 두번 째 겨울이 오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길어지는 날이면 대추장을 뽑는 시합이 있는 터, 지금쯤이면 개나라족의 ‘Pa쿠네’와 자신의 대결구도가 정해지고 사람들이 거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되는데 날이 갈수록 자신은 대칸평원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대추장 ‘아K히로’의 충복인 色劍隊(색검대 – 이상 야릇한 색깔의 칼을 무기로 쓰는 무사 집단, 떡을 무척 좋아했다고 전해진다)가 칼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로혀니오’가 부족법을 어긴 것이라고 억지로 몰아간 것일 뿐이었고, 실제로 ‘로혀니오’가 조개껍데기를 준 것은 으뜸훈장이 되는 것과는 완전히 무관하게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로혀니오’의 후덕함이 알려지자 대칸평원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었는데, 색검대의 칼춤에 놀아난 ‘하Q’(그 외에도 蚊酒(문주)족의 대부분과 ‘중거니시키’ 같은 떠벌이들도 그런 부류였다)는 그 바닥을 보이게 된 결과를 낳은 것이다. 대칸평원 사람들은 ‘하Q’가 제대로 疥癩懶(개나라)족과 싸울 수 있을지 더 크게 의심하게 되고 말았다.
한편 嵯昴(차묘)족 (우뚝 솟은 별자리란 뜻)과 微櫓(미노)족 (작은 방패라는 뜻, 사람들을 제대로 지켜주기에는 뭔가 부족해서 붙은 이름), 그리고 存保身(존보신)족 (자기들 몸보신 하는 게 사실 거의 유일한 관심사라 붙여진 이름)이 <陣堡(진보- 작은 성을 쌓고 진을 치며 살아간다는 뜻으로 세 부족의 특징) 부족연맹체>를 만드는 일은 지지부진했다. 존보신족은 미노족에서 갈라져 나온 부족이었다. 그러다 미노족과 다시 합치고 여기에 차묘족까지 더해 <진보부족연맹체>를 만드는 것이 대칸평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그런데 존보신족은, 차묘족은 절대로 진보부족연맹체에 들어올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다. 차묘족의 陣(진)과 堡(보)는 제대로 된 진보가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존보신족을 이끄는 ‘헤차니시키’, ‘상쟁이씨아’, ‘숭스니시키’의 3남매는 미노족을 상대로 있는대로 땡깡을 부렸다. 차묘족을 끌어들이면 미노족과 다시 합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노족의 여족장 ‘정이니아’는 속으로 ‘에효 쓰벌럼들’ 하면서도, 개나라족과 문주족이라는 거대부족에 대항하기 위한 진보부족연맹체를 만들기 위해 그들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들어주었다.
사실 존보신족이 차묘족을 배격한 건 진보 문제가 아니었다. 차묘족, 미노족, 존보신족의 세 부족이 합치면 그 연맹체에서 자신들은 3분의 1밖에 힘을 쓸 수가 없지만 미노족하고만 합치면 일단 절반을 먹고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차묘족이 들어오면 그 족장 ‘시미니모’에게 무술 실력이나 사람들의 신망에서 밀리기 때문에 자신들이 쪽을 쓰기 힘들지만, 미노족하고만 합칠 경우 ‘정이니아’ 한 명 정도는 헤상숭 3남매로 가뿐히 요리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이다.
원래 강단좌파에 사는 무당들과 존보신족은 과거에 위대한 대추장 ‘노로니모’를 엄청나게 씹었던 전력이 있었다. ‘노로니모’가 대칸평원의 방비를 튼튼히 하기 위해 쌓았던 陣(진)과 堡(보)가 지들 맘에 차지 않았다는 것이 주 이유였다. 그러나 아예 陣堡(진보)를 허물어버린 현재의 대추장 ‘아K히로’한테는 찍소리도 낸 적이 없었다. 너그러웠던 ‘노로니모’와 달리 ‘아K히로’한테 잘못 보이면 대추장궁에 끌려가 얻어터질 염려도 있었고, 자신들의 힘을 키우기 위해선 개나라족보다는 ‘노로니모’와 그 추종세력을 밟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나라족을 물리치고 ‘아K히로’에 대항하는 건 존보신족들의 관심 밖의 일이었다. 자신들만이 제대로 진과 보를 쌓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대칸평원 사람들에게 심고 그걸 이용해 방귀 꽤나 뀌면서 살고 싶은 게 그들의 유일한 관심이었다.
그런데 진보부족연맹체를 만드는 것에 대해 미노족과 차묘족에서는 부족회의를 거쳐 동의가 이루어졌지만 존보신족 부족회의에서는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맹체를 싫어하는 존보신족의 부족민들이 대거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반대한 부족민들은 그렇게 자신들이 쌓은 陣堡(진보) 울타리 안에서만 살기로 작정한 것이다.
존보신족 이름으로는 대칸평원에서 더 이상 행세하기 힘들어 진보부족연맹체를 찬성한 헤상숭 3남매는 기분이 엿 같았다. ‘저 멍청한 부족민들이 더럽게 안 도와주네’하는 상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헤상숭 3남매가 아니었다. 자신들을 따르는 부족민들만 따로 데리고 나와 진보부족연맹체에 끼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물론 차묘족을 배제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었다. 존보신족 이름으로 미노족과 약속했던 모든 걸 자신들이 그대로 이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애시당초 부족회의를 왜 했는지 의문이 들게 하는 행태였다.
존보신족의 행태를 본 대칸평원 사람들을 혀를 끌끌차며 손가락질 했다. 저것들은 똥을 싸도 陣(진)과 堡(보) 모양으로 싸는 모양이라고 수군거렸다. 개나라족에 대항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진과 보를 쌓고 모여서 힘을 길러야 되는데, 지들만의 해괴한 방식의 진보만 고집하고, 陣堡(진보)를 쌓는 근본적인 목적보다는 그 모양에만 신경쓰고 있으니 개나라족의 이중(二中)족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 불가능한 꿈을 꾸는 리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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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역시 불꿈리 님의 아큐정전은 조금씩 음미하면서 아껴 읽는 맛이 일품입니다.
이번에도 甫痢瘻水(보이루수)를 비롯하여 아주 많은 새로운 이름을 작명까지 하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저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만 하는 민중이라면 대칸 평원에 세워질 새나라 새 세상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좀 더 오늘의 시사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겠고요.. 그런데 그걸 조중동같은 매체를 통하여 정보를 입수한다면 영원히 이 글을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으니조금 신경을 써서 어디서 어떤 정보를 입수해야 할지 잘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허허허님의 댓글
허허허 작성일
불꿈리님 정말 노고가 많았습니다.
마시던 커피를 쏟아가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패러디라지만 실제로는 창작문학보다 일면 더 어려운 작업이리라 생각됩니다.
당해세대 세상 돌아가는 정황에 대한 올바른 이해없이는 써낼 수가 없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재와 같은 엉터리 정권이 무너질 때까지 계속 작품을 이어가서
언젠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한 권의 가치있는 책으로 엮어낼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