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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릿 점령운동'에 겹쳐 보이는 우리의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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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592회 작성일 11-10-0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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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빼앗긴 젊은이들이 뉴욕에 모여 지금까지 이 세상을 이런 식으로 잘못 이끌어 온 금융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토론하며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던 Occupy Wall Street 행사에서 경찰이 결국 이들을 강제 진압하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7백명이 연행됐는데, 이 행사와 관련한 화면들을 보면 분명히 경찰이 먼저 시비를 걸고 이에 대응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관련 영상들을 찾아보면, 그 점은 명명백백해집니다. 문제는 미국의 메이저 방송국들이 이를 전혀 다루지 않거나,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죠. (어디서 많이 보던 행태 같지요?)

이 장면들을 보면서, 저는 우리나라의 촛불시위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 촛불시위가 촉발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학생들이 느꼈던 위기감 때문이었을겁니다. 고등학생들이 처음에 내걸었던 구호, "미친 쇠고기 너나 먹어" 외에 "미친 교육 반대"가 있었습니다. 0교시 자율학습, 자정까지 이어지는 야자, 학교라는 공간이 어른들이 일상에서 겪는 전쟁같은 '미친 삶'의 축소판이 되고, 그 나이의 그들에겐 마땅한 권리여야 할 꿈을 갖는 것, 궁금해 할 수 있는 권리들과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권리들이 죄다 박탈되자, 학생들은 자기들의 열망을 이 촛불을 통해 보여주었고, 이를 축제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촛불은 그들의 주장임과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존재 선언'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지금 뉴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가지지 못한 이들, 빼앗긴 자들, 특히 자기의 미래를 자기의 의지와 전혀 상관 없이 빼앗긴 이들의 마지막 평화로운 몸부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배자들의 심기를 거스른다는 이유로 탄압당하기 시작하는 것 역시 촛불과 비슷한 진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과 더불어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잔인한 무한경쟁'의 신자유주의 시대 태동을 알렸던 영국에서는 이 저항의 몸짓이 대규모 폭동로 이어졌던 적이 있었죠. 얼마 되지 않은 일입니다. 이제 금융자본주의의 수도인 미국의 뉴욕 한복판에서 이런 그들의 저항의 몸짓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적지 않은 것들을 의미할 것입니다.

세계화, 효율성 같은 패러다임들은 신자유주의를 지난 40년동안 번성하게 했지만, 결국 인간이 떠 안은 것은 착취가 횡행하던 과거로의 회귀였습니다. 다행히 인간이 기술적인 진보를 이루고, 뜻 맞는 개인과 개인들이 SNS 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무장하고 디지털 시대의 파르티잔이 되어 총이 아닌 아이폰을 들고 세상의 경제적 불평등과 이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빈곤과 약탈감에 맞서 싸우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중동의 재스민 혁명, 그리고 그 전의 우리나라에서의 촛불, 지금의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는 젊은이들의 일련의 '월가 점령' 운동은 이런 면에서 이 암울한 새 시대의 빛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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