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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은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그리고 생각해보는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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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24회 작성일 11-11-27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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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그때, 메이플라워 호를 타고 온갖 고생을 하며 종교의 자유를 추구하며 플리머스에 넘어온 청교도들이 세우려고 했던 이상향이 이런 모습은 아니었을건데 하는 생각. 역사에 가정은 소용없는 일이지만, 미국이 지금의 모습이 아니었다면 세계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합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종교적 가치를 좇아, 신의 왕국을 세우러 왔던 사람들이 그 신이 앉아 통치하던 자리에 물신을 앉히는 순간부터, 미국이 추구하던 진정한 가치는 망가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미 신까지도 상품으로 재편집해 내 놓은 지 오래 된,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이 우리에게 약속하고 내어 준 그 풍요로움에 감사하는 추수감사절은 어차피 칠면조 한 마리 더 팔고 그 칠면조에 맞출 와인 한 병 더 파는 날로 바뀐 것도 사실입니다만,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날은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소매점들이 연중 최대폭 세일을 해서 재고를 줄입니다. 이것은 아마 크리스마스 세일 상품들을 진열하기 위해 공간을 최대 확보하려는 데서 시작된 건 아닌가 하는 짐작이 드는데, 올해는 타겟이라고 하는 중저가 상품들을 파는 일종의 백화점에서 샤핑을 하다가 쓰러져 죽은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그 세일 폭이 크긴 큽니다. 오죽하면 '도어 버스터'라고 해서 밤새 쇼핑몰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문을 열자마자 자기가 찍어 놓았던 상품으로 달려가 잡으려는 경쟁이 다 있을 정도니까요. 도어버스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문짝이 터져나가도록' 사람들이 샤핑몰로 몰려 미어터지는 날이기도 합니다.

몇년 전부터 아예 이 '블랙 프라이데이'에 대해 잊기로 했습니다.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대폭으로 세일하는 날들이 있고, 뭐 그정도 쫓아가며 사야할 거라면 보통은 '필요해야' 사는 건데, 예전에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가보면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별로 필요없는 것까지 사 놓았다가 결국 몇번 안 쓰고 그냥 쌓아 놓는 고물 만들어 놓는 일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돈은 아끼지만 그 스트레스 레벨을 보면 이렇게 '죽기를 각오하고' 샤핑해야 하는 날을 딱 만들어 놓은 이 나라, 자기들 나름으로는 합리성이라고 하겠지만 제가 보기엔 이거야말로 바보짓입니다. 이 세일이 재고정리의 의미가 크다고 하다면, 그 '재고들'을 이만큼이나 만들어내고 그것을 다 팔아버려야 하는, 일종의 악순환은 이 체제에서는 계속되어야 하겠지요. 재고야 어쩔 수 없이 생기지만, 그것을 정말 어떤 경우엔 '원가 아래로 쳐서 팔아내야 하는'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수는 없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세일이라는 것이 재고를 줄여 생산을 자극하는 면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그것이 '중국의 생산'을 독려할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국산 물건은 없고 거의 중국산입니다.

아무튼 사람까지 죽어나가는 미국의 세일을 보면서 우리의 소비 관행도 바뀌어야 하고, 그것으로 세상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사실 일자리를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을 빠져나간 공장들을 다시 불러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고용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타국의 물건을 대량수입해서 블랙 프라이데이에 재고처리 해야 할 일도 줄지 않겠죠.

그리고 중요한 건, 미국과 FTA 한다고 해도 한국 물건 더 수입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것이죠. 가격 경쟁력이란 면에서 볼 때 중국에 너무나 밀리고, 진짜 중요하다고 하는 전자 신상품들은 '애플'로 대표되는 미국산들이 건재하고, 한국 브랜드의 자동차는 현대의 경우 앨라배마주의 몽고메리라는 곳에 현지 공장이 있으니 한국에서 굳이 만들어 넘어올 필요가 없으니 그것이 별 수출효과를 주지도 못할 것이고. 그렇다면 남는 건 뭐가 될까요. 겨우 자동차 전화기 핑계 대고서 시장을 열었으니... 미국이 딴 건 몰라도 1차산업만큼은 아직도 세계의 '최강국'임이 분명합니다. 쇠고기, 쌀, 여기 가격으로 한국에 쏟아져 들어가면 소비자들은 반짝 좋을지 모르지만, 결국 식량주권이란 것 사라지고 나면 그때 후회하시렵니까? 그때는 아마 1년에 한 번, 한국도 블랙 프라이데이에 재고 쌀 세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냥 제 기우였으면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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