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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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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301회 작성일 22-08-1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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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7

김정일동지의 전화말씀을 집행하기 위한 5월10일종합공장 당위원회는 저녁 7시부터 책임비서의 방에서 진행되였다.

공장당 위원들뿐아니라 행정단위책임자들까지 다 모여서 방안이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주혁민은 먼저 김정일동지의 말씀을 전달하고 회의안건에서 중심적인 문제인 공장의 3위1체에 대해 강조하면서 자기 비판을 하였다.

《다 알고있는바와 같이 우리 공장은 1990년에 3위1체가 잘되지 않아 생산에 지장을 주고 수령님과
장군님께서 걱정하시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4년만에 또다시 3위1체문제가 제기되고있습니다. 〈HM기〉시험장에서 서정후부부장이 지배인동무에 대하여 지적한 문제가 록화되여 장군님께 올라갔습니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여기서 모든걸 털어놓고 말합시다. 지금 책임비서, 지배인, 기사장사이에 충돌이 일어나거나 반목, 질시하는것과 같은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요소적으로 좋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있기때문에 군중속에 나쁜 여론이 돌고 물의가 일어나고 그래서 웃기관 간부가 그런 문제를 지적하게까지 되였습니다. 이렇게 된데는 첫째로 책임비서가 제구실을 못하고 지배인, 기사장과의 사업을 인간적으로 따뜻이 하지 못한데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3위1체가 공장 로동계급들의 통일단결의 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3위1체는 공장의 운명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위원동무들과 간부당원들이 3위1체를 잘하지 못하고있는 책임일군들을 도와주는 립장에서 방조토론들을 해주기 바랍니다.》

주혁민은 책상을 마주하고 자리에 앉으며 격식이 없이 자유롭게 토론들을 하자고 하였다.

방안은 잠시 물을 뿌린듯 조용하였다. 주혁민은 지배인, 기사장, 설계사업소 소장, 시험소 소장, 공장대학 부학장이 앉아있는 창문가 쏘파에 넌지시 눈길을 돌리였다. 오성오지배인은 낯빛이 창백해진채 꼿꼿이 머리를 들고 앉아있고 기사장은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인채 연신 손을 비비고있었다.

《자, 어서 토론합시다. 왜 이렇게 조용합니까. 책임비서도 얻어 맞을 준비는 다 되여있으니 마음대로 내리패시오, 하하하.》

기실 주혁민은 동지들의 방조를 받고싶었다.

드디여 창문가 쏘파에서 한사람이 기침을 깇으며 일어섰다. 설계사업소 독고소장이였다.

《저는 우리 공장 세 책임일군들사이에 무슨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이 별나게 되여 책임일군들이 말밥에 오르게 되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전극작업반을 없애버리겠다는 지배인동무의 경솔한 발언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것은 아주 큰 실언입니다. 저의 기억에 의하더라도 전 지배인이 살아계실 때에 동무가 되게 비판을 받은것 같은데 왜 또 그럽니까. 도저히 리해되지 않습니다. 그것을 없애면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겁니까.

서정후부부장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동무는 지내 고집이 세고 직권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강요합니다.

〈HM기〉설계에서도 동무의 강요에 의해 개조놀음이 벌어졌고 그때문에 숱한 간부들앞에서 공장을 개망신시키지 않았는가.》

《소장동무!》

주혁민이 소장의 토론이 탈선되는것 같아 급히 손을 저으며 막아버렸다.

《중도에 토론을 막아서 안됐는데 〈HM기〉문젠 건드리지 맙시다. 지배인의 강요에 의해 설계도를 개조한게 아닙니다. 제작단 전체 성원들이 합의를 본것입니다. 나도 개조를 주장했습니다. 앞으로도 그 방향적인 측면에서는 변함이 없을거요. 자, 계속하시오.》

《왜 〈HM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합니까. 그거야말로 우리 공장의 운명인데. 그리고 모두 합의를 보았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부터 개조를 반대했습니다. 그런다고 저더러 〈HM기〉에 무식하다느니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느니 하며 인신모욕까지 했지요. 1990년 10월 12일 기술자협의회가 생각나지 않습니까?》

방안이 술렁거리였다.

주혁민은 아연하여 독고소장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이제는 기억이 삭막해진 4년전 기술자협의회의 일을 들고 나오는데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때에 받은 모욕이 가슴에 얹혀 내려가지 않았단 말인가?

《괴로운 일이지만.》하고 독고소장은 푸른 넥타이매듭을 잡아 흔들며 계속하였다.

《서정후박사선생의 말대로 교훈을 찾고 지금까지 하던 일을 뒤집어놓아야 합니다.》

《뭘 뒤집어놓는다는거요?》

주혁민이 그 말이 리해되지 않아 물었다.

《그걸 모르겠습니까. 서정후부부장이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까.》

주혁민은 그제야 독고소장이 무엇을 상기시키는지 알게 되였다.

수봉작업장에서 《HM기》시험을 한 11월 9일저녁 휴계실에서 있은 일이였다. 그때 서정후는 오성오를 맞대놓고 욕하지 못하고 유압설비를 담당한 설태섭을 몰아댔다.

《동무, 보라! 맹종맹동하다가 무슨 재구질 쳤는가. 록화카세트를 가지고 평양에 올라간다니 위대한 장군님께서 이제 다 보실거야. 장군님을 위안해드리지는 못하고 걱정하시게만 해놓았으니 어쩌면 좋소. 동무 정신차리라! 앞으로 건당으로 총화해. 하루강아지 범 무서운줄 모르구 유압을 맡아나서? 저돌적이란 말이야. 아까 보니까 동무 뒤잔등에 기름이 잔뜩 묻었더구만. 그건 동무자신이 신심이 없었다는걸 말해. 신심이 있으면 뒤잔등에 묻겠는가. 가슴과 얼굴에 묻지.》

서정후는 죽지부러진 새매처럼 푸들거리고있는 설태섭의 자존심을 아프게 쑤시고나서 서류가방에서 백지 한장을 꺼내여 무엇인가 한참 끄적거리였다. 이윽고 그가 쳐들어보이는 종이장에는 범과 고양이가 그려져있었다.

서정후는 범과 고양이는 같은 과에 속하는 포유류이지만 종이 다르기때문에 범의 심장을 고양이에게 이식할수 없다고 하였다. 그와 마찬가지로 《HM기》설계도를 개조하면 생리가 달라져서 외국에서 《HM기》의 유압설비를 가져와도 맞춰넣을수 없다는것이였다.

《동무네들은 유압계통의 설비를 만들수 있다고 고집하는데 주관적욕망입니다. 정 만들어보고싶으면 기존설계도를 그대로 리용하면서 실습삼아 만들어보시오. 그래서 안되면 외국의 유압설비를 〈이식〉하잔 말이요. 현재 그 기계에다간 맞춰넣을수가 없소.

동무넨 지금 범을 만든다는게 병신고양이를 만들어놓고 세상을 웃기고있소.》

외국의 《HM기》는 범으로, 우리의것은 고양이로 비겨서 그림까지 그려가며 납득시키려 하는 서정후의 지청구에 모두들 모욕을 느끼였지만 현실적으로 무참한 실패를 하였기때문에 누구 하나 반박하지 못하였다.…

주혁민은 불쾌감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소장동무가 뒤집어놓으라는건 개조한 설계도를 부정해 버리라는건데 절대로 그럴수 없소. 동무, 첫 시험에서 한번 실패한걸 가지고 뭘 그렇게 요란하게 떠들어. 앞으로 백번 실패해도 우리는 그 길을 버릴수 없습니다.

오늘은 당회이니만큼 〈HM기〉의 기술적문제는 론의하지 말고 3위1체와 관련된 비판을 하시오. 아까 하던 전극생산기지문제로 돌아가시오.》

《본질적인 문젠 대체로 다 말했습니다. 한마디 더 보충한다면 지배인동무가 도덕의리적으로 보아도 전극생산기지를 없애버리겠다는 말을 할수 없다는것입니다. 그리고 기사장에게 한마디 권고하고싶은것은 〈호인〉이 되지 말라는것입니다. 그전에도 지배인의 마음을 맞추고 당비서의 마음을 맞추느라 불면증까지 생겼댔는데 이제 또 그렇게 될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독고소장은 일어날 때처럼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방안에는 한층 더 어색한 기분이 떠돌았다.

주혁민은 지배인과 기사장에 대한 독고소장의 비판이 기본적으로 옳게 되였다고 생각하였다.

《소장동무, 나에 대한 비판은 왜 하지 않습니까. 결함은 책임비서에게 제일 많습니다.》

《책임비서동지에게서 완력행사와 행정대행의 병은 수그러들었지만 아직 한가지 병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사람과의 사업보다 발명권을 가지는데 매혹을 더 느끼고있는것입니다. 당일군이 기계발명을 하는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당일군은 사람과의 사업에서 발명권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보 소장동무, 내 당신을 다시 보게 되누만. 정말 괜찮소. 좋은 비판을 해주었습니다.》

주혁민은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독고소장의 비판은 정확한것이였다. 주혁민은 바로 며칠전에도 유압배관작업로 배기관의 불꽃현상을 막아낼수 있는 방도를 찾아내고 미칠듯 한 기쁨을 느끼였다.

그는 작업로 배기가스와 산소가 급격히 접촉하면서 불꽃현상이 일어나는데 수증기를 뿜어주면 산소와의 접촉을 약하고 더디게 할수 있다는것을 알아내였다. 그래서 박준이와 함께 밤을 패면서 분무기를 설치해놓고 이렇게 환성을 터뜨리였다.

《박준동무, 〈증기복합식가열로〉를 발명하는 과정에 증기때문에 무서운 폭발사고를 일으켰던 내가 이번에는 증기로 로폭발을 막아내는 방도를 찾아냈소!》

주혁민은 3위1체가 잘 안되여 군중들속에서 물의가 일어나고있는 때 작업로 안전설비 하나를 만들어놓고 환성을 터뜨린 자신에 대해 비판하고나서 지배인에게 말하였다.

《지배인동무, 소장동무의 비판이 전적으로 옳습니다. 우리모두 접수합시다.》

《예, 접수하겠습니다. 제가 당위원회와 토론도 없이 전극생산기지를 없애버리겠다고 공공연히 말한것은 아주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전극생산기지는 없애버려야 합니다.》

오성오는 일어나지 않고 쏘파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태연히 말하였다. 순간 주혁민은 속안에서 주먹같은것이 불끈 치밀어 목소리를 높이였다.

《일어나서 말하시오! 당회의가 아니요. 그래 그걸 없애면 전극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거요? 옳지 못합니다. 무슨 심술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배인이라고 떡 앉아서… 언제 벌써 그렇게 됐소. 그전의 오성오가 아닙니다. 여기 어떤 당원들이 앉아있습니까. 뭐 없애버려야 한다고? 일어나서 당원들앞에서 비판하시오.》

주혁민의 《기관총련발사격》에 얻어맞은 오성오는 비칠거리며 일어섰다. 낯빛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동지들, 용서하십시오. 제가 정말 교만해진것 같습니다. 당조직도 몰라보고 언제 벌써 안하무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제 안타까운 심정을 먼저 당위원동지들앞에 터놓으려고 합니다.》

오성오의 목소리는 저으기 떨리였다.

《제가 어저께 전기문제로 도에 올라갔댔는데 나라의 전기사정이 긴장해져 앞으로 도에서 전기공급을 다시 조절하게 될것 같다고 합니다.

우리 공장은 북천, 수봉작업장까지 합해서 지금까지 쓰던 전기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게 될것 같습니다.》

《절반?!》

왕청같이 전기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어리둥절해졌던 주혁민은 부지중 부르짖었다. 눈앞이 아찔하였다. 원래 5월10일종합공장이 생산을 정상화하려면 지금 쓰고있는 전기의 2배를 써야 했다. 실지 그것이 국가로부터 공급받게 된 기준전기량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나라의 전기사정으로 하여 기준량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였다. 수요량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적은 전기를 가지고도 그럭저럭 생산을 해낼수 있은것은 전기소비를 극력 줄일수 있도록 공장설비들을 합리적으로 개조하였기때문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전기공급량이 절반에서 절반으로 또 줄었다고 하니 아무리 깐지게 전기를 아껴써도 도저히 생산을 지탱해낼수 없었다. 이제부터는 수봉, 북천작업장들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여 전기수요가 훨씬 더 높아졌는데 오히려 전기공급량을 절반이나 줄여버리니 큰일이였다.

《조용하시오. 제 말을 마저 들으시오.》

오성오는 술렁거리는 회의장을 손을 흔들어 정돈시키고 계속하였다.

《동무들, 지금 나라의 전기사정이 왜 이렇게까지 긴장해졌는지 알고있습니까. 그것은 바로 많은 공장, 기업소들이 저마다 자력갱생 생산기지를 꾸린다고 하면서 국가의 실정을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전기와 자재들을 망탕 쓰는것과도 관련되여있습니다.》

회의장이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자력갱생〉기지를 꾸리는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면서 국가에 전문공장이 있건 말건 관계하지 않고 제뿔내기로 설비와 자재를 뽑아내다가 본위주의를 하니 실지 녹아나는것은 국가입니다. 종합된 자료에 의하면 수없이 많은 단위들에서 이런 본위주의적인 〈자력갱생〉기지를 꾸려서 실지 돌아가야 할 전문공장이 돌아가지 못합니다. 이 사이비자력갱생기지때문에 나라의 전기주파수가 60헤르쯔로부터 훨씬 아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파수가 1헤르쯔 떨어질 때 전국적으로 상당한 정도 전기손실을 봅니다. 그러니 지금 이 놀음때문에 52프로의 전기손실을 봅니다. 이 얼마나 엄중합니까. 이런건 자력갱생이 아니라 해독행위입니다.》

주혁민은 머리를 얻어맞은것처럼 정신이 뗑해졌다.

《그럼 구체적으로 전극생산도표를 놓고 어떤 해독행위로 되는가를 봅시다.》

오성오는 이미 준비해가지고 온 도면두루말이를 펴서 벽에 걸어놓고 설명하였다.

《도표에서 보는바와 같이 전문전극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극의 수명과 이른바 〈자력갱생〉기지에서 생산하는 전극의 수명을 대비해보면 1대 5입니다. 다시말해서 전문전극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극으로 다섯달 쓴다면 개별공장에서 만든(우리 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극은 최대로 한달밖에 쓰지 못합니다. 게다가 전극의 질이 한심합니다. 전기소비량은 1대 20입니다. 즉 전문전극공장에서 1,000키로와트의 전기를 써서 전극수요를 보장할수 있다면 개별공장들에서 쓰는 전기를 다 모으면 2만키로와트입니다. 자재손실은 1대 30, 로력손실은 1대 20입니다. 이 얼마나 나라에 막대한 손실을 줍니까. 이런 범죄행위를 하고도 〈자력갱생〉생산기지를 꾸렸다고 우에 보고하여 칭찬을 받습니다. 이때문에 전문공장이 돌아가지 못합니다. 그래 우리 김동철지배인이 이것을 알았다면 전극생산기지를 설계했겠습니까. 지배인동무야 나라에 리익을 주자는것이였는데… 어느쪽이 김동철지배인에게 도리를 지키는 행동이겠습니까.》

무안스러워 고개를 숙인 주혁민은 오성오가 자기를 쏘아보며 물어보는것만 같아 뒤더수기가 근질거리였다. 주혁민은 지배인의 말을 긍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은 자기에 대한 부정이였고 반성이였다. 그는 당원대중들앞에서 심판을 받는듯 한 심정이였다. 과연 누가 김동철을 욕되게 하였는가.

주혁민은 오성오를 원망하였다. 그가 진작 이런 말을 하였더라면 이미 오래전에 전극생산기지를 쾌히 없애버렸을것이다.

오성오는 주혁민의 마음을 알아차린듯 눈을 슴벅이며 입을 열었다.

《동지들! 이제야 이런 말을 하는데 대해 용서해주십시오. 저도 인간이니 전극생산기지를 없애버리자는 말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극생산기지에 김동철지배인의 피와 땀이 스며있고 또…》

오성오의 호흡이 뚝 멎어버리는것 같았다. 한참만에야 막혔던 숨을 내뿜듯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우리가 우로부터 전극을 받지 못하게 된것은 우리들자신때문이기도 합니다. 모든 공장들에서 개별적으로 만든 전극생산기지들을 다 없애버리고 거기서 쓰던 자재, 원료, 전기들을 전문전극공장에 보낸다면 우로부터 전극을 충분히 보장받을수 있습니다. 질이 나쁜 전극을 가지고는 질좋은 금속을 생산할수 없고 따라서 〈HM기〉를 개발할수 없습니다.》

오성오는 현재 공장에 꾸려놓은 고질용접봉생산기지를 비롯한 20여개의 생산기지들은 국가에 리익을 주고있지만 전극, 카바이드 등 네댓개의 생산기지는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있다고 하였다.

주혁민은 오성오처럼 국가의 실리를 과학적으로 따져가면서 자력갱생기지를 꾸리는 경제일군이 얼마나 될가싶었다. 이제 저 도표를 보니 자기와 같이 경제에 무식한 일군들, 공명심에 사로잡힌 일군들때문에 나라의 경제기둥에 좀이 쓸고있는것 같아 온몸에 오한이 일었다.

《동무들!》

주혁민이 드디여 일어섰다.

《동무들, 의견들을 말하시오.》

선뜻 일어나는 당원이 없었다. 사실 너무도 심각한 문제였던것이다.

《왜 입을 다물고들 있소. 시험소소장동무, 좀 말하시오.》

주혁민이 기다리다 못해 강충현을 지명하였다.

《저는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배인동무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옳소. 내가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엄중한 실책을 범했습니다.》

주혁민은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왜 이런 실책을 범했는가. 그것은 첫째로 경제에 무식했기때문이며 둘째로 오성오지배인처럼 전반적인 나라살림에 관심하지 않았기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지배인동무더러 동지적의리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지배인동무, 나를 용서하시오.》

주혁민은 수많은 당원들이 보는 앞에서 지배인에게 절을 하고 그의 손을 꽉 움켜쥐였다. 책임비서의 그 진실하고 소탈한 모습이 당원들의 눈굽을 뜨겁게 하였다.

주혁민은 오성오의 손을 그냥 잡고 서서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지배인동무, 그렇다고 지배인동무가 다 잘했다는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어떤 문제든 당위원회와 토론해야 합니다. 무엇때문에 혼자서 고민하는가. 보시오. 지금 모두가 지배인동무의 말에 공감하지 않소. 가슴을 맞대고 속을 터놓으면 다 리해하는것입니다.》

이날 당위원회는 예상의외로 성과가 컸다. 김정일동지의 전화지시들을 관철할수 있는 방도들이 토론되고 모든 일군들이 자기 비판과 호상비판들을 비교적 성실하게 잘하였다.

하여 주혁민은 이제부터 사람과의 사업도 《HM기》개발도 그리고 그밖의 모든 일들이 잘되여나가리라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페회를 선언하였다.

허나 그후의 생활은 주혁민이 생각한것처럼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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