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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사 제자리 찾은 미국 99%의 분노, 정봉주 석방을 요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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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6건 조회 27,064회 작성일 12-01-0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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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맑스가 과거 "전 세계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외쳤을 때엔 인터넷도, SNS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은 문건에 담겨서, 또 입에서 입으로, 글을 이해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말과 그림(사실 선동적인 사회주의계열의 그림들은 문맹이었던 이들을 계몽시키는 데 훌륭한 도구였고, 이 그림들을 통해 글을 배우게 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세계로 퍼져나갔고 결국 지금의 세상을 만들어 냈습니다.

20세기 후반, 현실사회에서 사회주의가 결국 자본주의와의 경쟁에서 패배했지만, 그것의 실상은 패배라기보다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의 정책들을 받아들여 자기의 모습을 수정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윤을 창출해내는 것이 인간 본연의 행복을 구현하는 것보다 중요했기에 잔인했던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적 제도들의 틀, 예를 들어 복지 제도 같은 것을 받아들임으로서 자기의 모습을 '예쁘게' 포장해 낼 수 있었고, 그 결과 풍요와 복지가 어우러진 것처럼 화장빨 받은 자본주의의 모습은 사회주의국가에 살고 있던 민중들에게도 환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웃기는 시쳇말로 '다시 보자 조명빨, 속지 말자 화장빨'이었던건데, 자본주의의 풍요를 만들어낼 수 없었던, 그것도 관료주의로 인해 안으로는 곪고, 또 아프간 전쟁이라는 외환 이후에 힘이 빠질대로 빠져버린 구소련은 결국 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를 말하며 항복 선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주의가 현실세계의 무대에서 그런 식으로 사라지자, 자본주의는 복지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원래의 탐욕스런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선 레이건, 영국에선 대처라는 인물로서 상징되는데, 이들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노조에 대한 탄압이었습니다. 노동운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과거 사회주의 소련과 대결했을 때 체제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 써 왔던 노동계에 대한 유화정책, 노조에 대한 지원, 각종 복지정책들이 차례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이같은 작업을 보다 매끄럽게 만들기 위해 몇가지 선전을 했습니다. 그중 중산층들에 대한 선동은 가장 유효한 방법중 하나였습니다.

"네가 낸 세금이, 못사는 애들 먹여 살리는데 쓰이는거야." 그런 식의 유혹들은 세금 부담이 고민이 되기도 했던 중산층들에게 그대로 먹혀들어갔습니다. 이들 중산층들은 감세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국민 대중의 지지에 힘입어 감세 정책들이 추진됐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서 최상위 1%의 부유층에 대한 대대적 감세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카터 시대까지도 미국의 기조였던 부유층에 대한 고세율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철폐됩니다. 그리고 가진 자들과 그들의 편을 들은 경제학자들은 "세율을 낮춰야 고용이 창출된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로 40년, 한 세대하고도 10년 정도가 더 흘렀습니다.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 일자리를 창출해주겠다던 기업들은 임금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장을 아예 해외로 옮겨 버렸습니다. 다국적기업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미국을 빠져나간 제조업들은 중국에, 베트남에, 온두라스에, 멕시코에 공장들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현지의 노동자들을 착취해 생산을 했습니다. 이런 회사들이 외국에서 그 나라 국민들의 복지혜택을 본국에서 이뤄지는 정도로 보장해줬습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그리고 미국이나 영국 내에서 해당 일자리는 '당연히' 사라졌습니다.


저임노동의 재편은 미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뤄졌습니다. 과거에 꽤 고임금 노동이었던 도축 산업의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 이후 무너진 멕시코의 농업인구들을 급속히 흡수해 기존의 종업원들을 몰아내고 거의 모두 싼 임금에 고용할 수 있는 멕시칸들로 대체한 일례만 봐도 그들이 처음에 주장했던 것이 얼마나 허구였던가가 드러납니다.

닷컴 붐 때의 호황도 실질적인 생산과 소비가 받쳐주지 않자, 일자리는 금방 없어졌습니다. 그것은 기존의 로우테크 부문 뿐 아니라 하이테크 부문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일례로 고소득 직장으로 각광받았던 IT 관련산업엔 영주권 발급을 미끼로 낮은 임금을 받는것에 동의한 인도 출신의 취업자들이 가득했습니다. 정작 레이건 행정부 시절 감세를 요구했었던 중산층들은 시간이 갈 수록 어려워지는 그들의 생활이 당혹하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때로 그들은 사회적 불만을 터뜨렸는데, 그 화살은 여지없이 신참 이민자들에게 돌아왔습니다. 이른바 '중산층 화이트 칼라 백인'을 나타내는 말인 WASP(White Anglo Saxon Protestant)들은 90년대 중반 공화당의 대약진, 그리고 '백인의 분노'라고 일컬어지는 반이민법의 대량 입법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그들의 분노는 방향을 잘못 잡은, 무엇이 그들의 가난의 배후에 있었는지를 모르는 '헛지랄'이었을 뿐이었습니다. 바로 그들이 지지했던 그 정당, 지금 우리나라의 한나라당과 거의 같은 정당인 공화당이 바로 그들의 분노를 만들어 낸 정당이었던 것입니다. 바로 '감세'를 이야기했던 그 정당, 자기들에겐 조금씩 세금을 깎아주고, 부자들에게는 커다란 감세 선물을 보따리로 바리바리 싸서 안겼던 바로 그 정당이 그들의 행복을 갉아먹었던 것임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이 엄청난 감세는 당연히 세수의 감소를 가져왔고, 각종 사회서비스의 축소를 불러왔습니다. 또 부자들은 스스로 그들을 위한 은행을, 펀드를 만들어서 금융에까지 손을 댔고, 시간맞춰 각종 거품, 이른바 '버블경제'를 통해 거기서 생기는 천문학적인 불로소득의 일부를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흘려줌으로서 불만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우리도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버블은 그저 버블이었을 뿐, 결국 이들이 손대지 말았어야 할 금단의 상자,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서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고 맙니다.


신자유주의의 극한적 횡행과 잘못된 경제정책, 그리고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기들의 정체성을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를 갖게 됩니다. 그것이 마침내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 다시금 폭발하게 된 것이 지금의 Occupy Wall Street(OWS) 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맑스가 외쳤던 '만국의 노동자의 단결'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 것은 기술의 혁신 덕이긴 하겠습니다. 덕분에 SNS 를 기반으로 했던 한국과 미국의 두 가지의 다른 모습의 실천, '나는 꼼수다'와 '월가를 점령하라'는 함께 만나서 세계의 99%, 지금 더욱 그 간극이 넓어진 빈부의 격차에 대해, 그리고 1%들의 부의 독점에 함께 항의하고 보다 세상을 사람 살 만한 곳을 만들자고 이야기했었다고 합니다.


미국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이들이 최근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에 대해 항의하며 한국정부에 그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또 BBK 문제도 거론하며 "한국의 1%가 '나는 꼼수다'에 쫄고 있다"며 그것 때문에 정봉주 의원이 구속된 것은 언론 자유의 침해임과 동시에 그들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세상의 99%들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단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은 오로지 하나, 부조리와 몰상식의 정체와 근원을 알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선언 전문은 http://www.nycga.net/members/apolloa/activity/68160 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도 이 기사를 다뤘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79566&CMPT_CD=P0000 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 그리고 우리가 서 있을 자리를 찾고, 함께 서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그들이 만들어 낸 허상에 속지 않고 참여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고귀한 권리를 찾아 줍니다. 때로 '왜 미국으로 이민간 네가 한국의 현실에 신경쓰느냐' 고 하는 질문을 듣습니다. 그러면 저는 지금껏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태어나 인생의 절반을 살았던 땅이고, 그리고 나는 아직도 내 가족들이 그곳에 살고 있기에 내 조국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여기에 저도 한 마디를 더 붙여야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99%이기 때문이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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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얼님의 댓글

한얼 작성일

2mb 거시기들이 나에게 왜 미국으로 이민간 네가 한국의 현실에 신경 쓰느냐고 물으신다면
한국이 나의 면상이요 얼이기 때문이라 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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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수꼴들 아고라에서 늘 제게 하는 공격이 그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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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으신다면님의 댓글

물으신다면 작성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물으신다면 나는 왠지 그런 현실에 자꾸 꼴리기 때문이라고 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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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씨바 진짜 열받아 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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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님의 댓글

민중 작성일

오늘의 미국과 한국, 그리고 세계 전반의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짚어낸 글입니다.

99%의 의식화가 제대로 진행되고 목소리를 높이면 반드시 사람사는 세상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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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요즘은 의식화도 즐겁게 해야 합니다. 그런 방법을 함께 찾아내는 것도 도움이 될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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